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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스트레스 테스트' 라임분쟁 '기폭제'되나 우리은행·KB증권 '불완전판매·사기 동조' 논란 격화…테스트 의도 '왜곡' 우려

최필우 기자공개 2020-02-21 13:23:31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0일 15:1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증권이 우리은행에 제공한 라임자산운용 펀드 스트레스 테스트(건전성 조사) 값이 세간에 공개되면서 이해관계자간 분쟁이 격화될 조짐이다. KB증권과 우리은행이 총수익스와프(TRS) 계약과 판매를 맡았을 때 라임 펀드의 부실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다만 스트레스 테스트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손실 규모를 가늠해보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부실을 미리 알았다는 근거가 되긴 어렵다. 그럼에도 테스트 의도가 왜곡돼 관계자간 분쟁 도구로 사용될 우려가 생기고 있다.

◇"부실 알았나" 집중포화…KB증권 "엄격한 기준의 테스트 값일 뿐"

논란이 된 스트레스 테스트는 지난해 2월 이뤄졌다. 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이 TRS 제공사인 KB증권에 스트레스 테스트 값을 요청하면서 테스트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와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가 판매사에 스트레스 테스트 값을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나 KB증권은 우리은행이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주요 판매사라는 점을 고려해 스트레스 테스트 값을 공유했다는 후문이다.

더벨이 입수한 KB증권의 라임자산운용 펀드 스트레스 테스트 자료에 따르면 KB증권은 '라임 테티스 2호'와 '라임 플루토 D-1호' 두 개 모펀드의 비유동성자산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다. 이때 비유동성자산에 한해 최대 30%에 해당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우리은행 내부 문건에는 전체 자산군에 대한 회수율이 70%에 그칠 수 있다고 기록됐으나 유동성자산에 대한 테스트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기록이 외부에 공개되면서 우리은행과 KB증권이 부실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여기에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운용총괄대표(부사장)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손실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우리은행, KB증권이 라임자산운용과 한통속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 전 부사장은 KB증권으로부터 스트레스 테스트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요청받고 판매사 PB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이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 라임펀드 스트레스테스트 자료 갈무리(제보자 제공)

KB증권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 값을 도출한 것일 뿐 산출한 값대로 손실이 발생할 것을 알았던 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 자료에 나온 회수율 산정 공식을 살펴 보면 테스트는 엄격한 기준을 상정하고 진행됐다. 사모사채를 발행한 기업을 모두 B등급 이하로 가정했고, 부동산 자산이 경매에 부쳐질 경우 20%만 회수가 가능하다는 가정을 사용했다. 이 가정을 조절하기에 따라 스트레스 테스트 값은 극단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KB증권은 TRS 계약을 제공하고 있는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이같은 테스트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라임자산운용과의 계약 규모가 다른 운용사에 비해 크다는 점을 감안해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테스트로 기존 계약의 적정성을 평가한 것이다. 이같은 테스트는 TRS 계약 제공자 입장에서 수시로 진행할 수 있는 업무일 뿐 부실을 사전에 인지한 것은 아니라고 KB증권은 설명했다.

KB증권 관계자는 "스트레스 테스트 자료는 대외비로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면서도 "극단적인 리스크를 가늠해보기 위한 통상적인 업무였을 뿐 라임 사태를 사전에 인지한 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투자자→판매사→KB증권' 분쟁수단 활용…감독당국 '예의주시'

KB증권이 스트레스 테스트에 대한 해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은행 등에 대한 고소를 준비해 온 투자자측은 이 값을 계속 문제삼을 것으로 관측된다. 손실률이 차례로 통보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와 고소를 대리하는 법무법인은 불완전판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판매사가 TRS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았다는 점과 더불어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을 수 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다른 판매사들은 KB증권에 책임을 돌리는 분위기다. TRS 제공 증권사들은 3자 협의체 구성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판매사 공동대응단과의 관계가 악화된 상태다. 공동대응단은 대신증권을 필두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내용증명을 TRS 제공 증권사들에 보냈고 가압류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감독 당국이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사기 공모 의혹을 제기하자 공동대응단의 공세 수위가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 논란을 빌미로 KB증권을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감독 당국 역시 스트레스 테스트 논란이 라임 사태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감독 당국은 TRS 제공 증권사들에 대한 감사 수위를 높여 신한금융투자의 사기 공조 의혹을 제기했으나 KB증권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KB증권의 경우 라임자산운용 사기 혐의의 핵심인 무역금융펀드 관련 거래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감독 당국은 스트레스 테스트 과정에서 KB증권이 라임의 불법 행위를 포착했는지를 살필 예정이다. 다만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테스트라는 점에서 KB증권의 위법이 드러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발표한 사모펀드 제도개선 방향에 앞으로 운용사가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해야 한다고 언급될 정도로 흔히 있을 수 있는 업무"라며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한 것 만으로 라임 사태를 사전에 인지했다고 해석하는 건 다소 부풀려진 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판매사인 우리은행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파악한 잠재 위험을 투자자에게 잘 전달했는지는 불완전판매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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