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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석용, 피지오겔 사업권에 2000억 베팅 노림수는 무형자산권 포함 '주목'…LG생건, 자체 유통·생산·연구개발 셈법

전효점 기자공개 2020-02-24 09:24:31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1일 14: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차석용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 부회장은 왜 피지오겔 지역 사업권 인수에 2000억원이나 썼을까. 2000억원이라는 인수 자금은 2010년 더페이스샵 이후 지난 10년간 LG생건에서 단행된 M&A 중 사상 최대 규모다. 하지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사업에 수천억원의 가치를 매기는 것이 적정했을까.

21일 유통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차 부회장이 피지오겔 인수를 단행한 배경에는 북미와 아시아 지역 유통권만 아니라 생산과 연구개발(R&D)까지 내다본 글로벌 청사진이 있었다. 이번에 인수한 사업권에 '피지오겔' 브랜드에 대한 무형자산권까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LG생건이 이번에 사업권을 확보한 미국과 중국, 일본 시장은 그간 피지오겔이 전혀 진출하지 않았던 국가다. 차 부회장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사업에 브랜드 잠재력만 보고 2000억원을 투입한 용단을 내렸다.


공교롭게 미국과 일본은 LG생건의 차기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LG생건은 지난 20여년간 중국 단일 시장에만 의존해 고속 성장해왔지만 그외 국가에서의 판매는 미미했다. '후'처럼 연매출이 조 단위에 이르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글로벌 화장품업계가 LG생건을 로레알·에스티로더와 동등한 그룹으로 묶지않는 주된 이유기도 했다.

LG생건은 작년 말 미국 뉴에이본 인수를 기점으로 전기를 마련했다. 비로소 일본, 중국에 이어 북미에서도 자체 유통망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차 부회장은 뉴에이본을 지렛대 삼아 중국 시장을 넘어 미국과 일본을 향해 서진(西進)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번에 인수한 피지오겔은 글로벌 유통망에 탑재될 첫 번째 브랜드가 된다. LG생건은 북미 시장에서 지난해 구축한 뉴에이본의 유통망과 특히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년 간의 적자 끝에 흑자 전환한 일본 법인에서도 피지오겔은 추가 도약을 위한 모멘텀이 될 예정이다.

중국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LG생건의 중국 매출은 대부분 '후'나 '숨'과 같은데 대표 히트 브랜드가 견인하고 있다. '후'를 이을 차세대 브랜드를 발굴해서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야 하는 단계에서, 피지오겔은 기존 브랜드가 커버하지 못했던 더마 시장과 중저가 시장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피지오겔의 잠재력은 판권을 획득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차 부회장은 나아가 LG생건이 미국과 중국, 일본에 구축한 생산법인과 연구시설을 활용해 피지오겔 생산과 추가 제품 연구개발까지 주도권을 가져올 계획이다. 사업 초기에는 GSK의 태국과 유럽 공장에서 제품을 공급 받게 되지만, 신시장 수요가 늘어나면서 현지 생산능력을 가진 LG생건이 직접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LG생건이 진출하는 피지오겔 신시장 가운데서는 중국에서 가장 먼저 생산 내재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수입 화장품에 대해 동물 실험 등을 이유로 진출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회사 더페이스샵을 통해 8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에이본 광저우 공장이 피지오겔 현지 생산기지로 유력하다. 광저우 공장은 작년 인수 이후 AVON사 제품 위탁제조까지 사업영역을 넓혔지만 가동률이 아직 낮다. LG생건으로서는 직접 생산을 통해 제품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적이 연년 하락세인 자회사 더페이스샵까지 함께 살릴 수 있는 방안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LG생건이 미국법인과 일본법인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현지 생산시설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LG생건이 2010년 150억원을 들여 인수한 에바메루 법인을 통해 향후 피지오겔 화장품 및 생활용품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미국은 뉴에이본 법인이 생산까지 담당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청주 공장에서 동남아시아와 한국 수요에 대응한다.

LG생건 관계자는 "향후 한국과 일본, 미국 등 당사가 보유한 생산 역량을 활용해 생산할 계획"이라면서 "각 시장 소비자 선호에 맞춰 현지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생산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을 통해 LG생건이 '피지오겔' 브랜드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LG생건이 이번에 인수한 사업권에는 무형자산도 포함돼 있는데, 피지오겔 브랜드에 대한 사용권을 의미한다.

미국 뉴에이본 연구소와 작년 8월 일본 도쿄에 설치한 신설 연구법인, 국내 본사를 통해 현지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면서 제품 라인업을 추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차 부회장이 2000억원의 거금을 들여 피지오겔 판권을 획득한 배경에는 이같이 유통, 생산, 연구개발을 잇는 복잡한 셈법이 숨어있었다. 글로벌 전략 시장들과 연계도가 밀접한 만큼 차 부회장은 CEO 직속 부서를 신설해 피지오겔 신사업을 직접 돌볼 계획이다.

LG생건 관계자는 "앞으로 미국, 일본, 중국의 현지 법인을 활용해 피지오겔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자체 보유한 연구 및 생산 역량,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활용하여 피지오겔을 글로벌 대표 더마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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