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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사 우위 지속, 시장 유동성 해외 탈출구 절실 [크레딧 애널의 수다]⑦자금쏠림 심화, 투자처 다각화 필요

피혜림 기자공개 2020-02-25 14:05:16

[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4일 15: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시장은 사상 최대 호황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우량 크레딧물을 중심으로 투심이 쏠리곤 있지만 시장 내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다. 넘치는 자금에 힘입어 발행사들은 역대 최저 금리를 달성하고 있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이같은 저금리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절대적인 캐리수익(보유 이익)을 겨냥할 순 있지만 리스크만큼의 수익을 노릴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국내 기관들의 자금력에 비해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무역수지 흑자 등으로 매년 국내에 유입되는 자금은 꾸준하지만 투자처가 부족하다보니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자금 소진을 위한 경쟁 속에서 발행사 우위의 시장은 지속되고 있다. 금융시장 제재에 집중하는 금융당국의 정책이 더해지며 시장 발전은 더욱 요원해지는 모습이다. 나날이 유입되는 자금력에 대응해 해외 탈출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A: 한국 크레딧 시장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크레딧 스프레드는 소위 '말도 안되는 스프레드'다. 미국은 5년짜리 하이일드인 B~BB급 평균 스프레드가 400bp를 왔다갔다 한다. 국채 1.5% 금리를 가정해 얹어도 5.5%대 금리가 나오는 거다.

미국 BB급 크레딧물은 시장 인식 상 우리나라로 치면 A급 수준(국내 A급 회사채 금리는 2% 안팎)이다. 물론 달러로 들여오면 헷지를 해야해서 150bp정도를 감수해야 되긴 한다.

결국 우리나라 스프레드는 리스크 대비 리턴으로는 별로다. 지나치게 은행이 많은 데다 돈이 풍부하기 때문.

B: 그렇긴 한데 절대 캐리가 있기 때문에 큰 이상만 없으면 항상 수익률은 난다. 왜 우리나라 크레딧 스프레드는 박스권에 갇혀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이전 세대부터 했던 거다. 스프레드가 50bp, 60bp일 때도 왜 우린 좁혀져있냐를 고민했는데 지금 10년이 지나도 40bp대에서 왔다갔다한다.

그럴 때도 하이일드 쪽에서는 하루에 수십bp씩 움직이다보니 그 차이가 뭘까 생각했다다. 우리나라는 돈은 많아지는데 발행할 수 있는 곳은 한계가 있다.

A: 제조업에서 돈을 많이 벌어와서 국가에 부는 쌓이는데 금융시장은 제조업체가 돈을 벌어오는 것만큼 선진적이지 못하다. 돈은 들어오는데 해외로는 못 나간다. 국내에 있다보니 그 돈을 국내에서만 돌리는 거다. 돈의 공급이 훨씬 많다보니 이슈어가 갑이 됐다.

공격적으로 크레딧에 베팅했던 흐름은 라임 사태 등으로 다시 무너졌다. 정부 관료들은 금융시장 내 사람들을 관리하고 통제하지 않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C: 이번에 증권사 PF규제에서도 말미에 부동산 투자 등을 줄이고 창조경제나 벤처지원 등에 포커스를 두라는 얘기가 더해져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증권사에서 마음먹고 투자할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이 없다. 스타트업 지원한다고 사다리펀드 등을 만들어서 벤처캐피탈 4조원 정도를 투입하던 시기도 있었는데 투자할 대상이 없다보니 지금은 아예 씨가 말라버렸다.

코스닥 메자닌 시장도 당혹스럽다. 이전엔 잡주 느낌이 나면 CB금리가 5% 수준이라도 나왔는데 지금은 0%대 금리가 굉장히 많다. 돈이 너무 많아서 벤처투자(VC)에 다 몰려버리니까 투자할 데가 없어진 거다.

A: 맞다. 돈을 투자할 곳이 없다.

C: 벤처 지원 슬로건은 옳다. 양분과 거름을 줘서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건 합리적이다. 문제는 지금 당장 물을 줄 곳이 없다. 정부는 너희가 씨앗도 심어라 이런 것과 다름 없다.

A: RBC(위험기준자기자본), NCR(영업용순자본비율) 등 각종 규제를 신경쓰면서 저 부분까지 맞추는 건 참 어렵다. 결국 정부 자금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창업 실패에 대해 죄악시 해오지 않았나. 사업하다 범죄자 되는 사례도 많고.

반면 미국은 엘론 머스크도 망했었다. 수많은 기업을 뿌려서 얻어 걸리게 하는건데 우린 그게 아닌 상황.

라임자산운용도 터지기 전부터 걱정했다. A급 크레딧 시장만 해도 이렇게 작은데 저 시장에 저 규모의 자금을 넣으면 부실은 아니라고 할지언정 좋은 가격으로 살 수 있었겠나 하는 거다. 돈이 몰리면서 쿠폰금리 없이 전환사채 형태인 식으로 들어가지 않나. 이때 비싸게 샀다는 건 위기가 닥쳤을 때 버퍼가 없다는 거고.

이번에 우한폐렴 사태도 IT나 삼성전자 주식 모으는 투자자들은 가격 떨어졌으니 더 사겠지만 사태 바로 직전에 투자 진입해서 수익률 못 누린 사람들은 다르다. 버퍼가 없는 거다.

이런 부분을 잘 조율하려면 소프트 클로징을 할 수 있게 해줘야한다. 장이 너무 과열됐다는 판단이 서면 어려운 딜은 소프트 클로징으로 대처 해야하는데, 판매사 힘이 강해 잘 나가는 펀드를 비슷하게 만들어서 밀어낸다. 그 결과 시장은 더 과열된다.

우리나라는 쏠림이 심한 시장이다. 문제는 국채 시장을 제외하곤 쏠림왔을 때 가격을 적정가치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는데가 없다. 롯데리츠도 상장 당시 일정 배당 준다고 했지만 주식 가격이 오르면 수익률은 빠지는 거다. 결국 대만 수준은 아니더라도 일부 자금은 해외로 빼낼 수 있어야 한다.

C: 맞다. 해외로 나가야 된다. 이번에 증권사 부동산 PF 규제도 발표 후 얼마 안 돼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집값을 떨어뜨리려면 주택 공급이 돼야 된다. 하지만 부동산 PF를 규제하면 공급이 막힌다. 돈이 안에서 꽉 차서 자산가격 올리고 다니면 출구를 열어 통로를 내줘야 한다. 해외가 통로가 될 수 있다.

A: 방법은 쉽다. 분리과세하면 된다. 부자들은 호주 리츠가 7% 수익률을 내도 안 한다. 종합과세 맞으면 반이 날라가기 때문이다. 수출로만 돈을 벌면 상대국이랑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건 어렵다. 반면 포트폴리오나 투자로 수익을 가져가는 건 상대국에서도 싫어하지 않는다. 수익의 대부분이 무역수지라면 어디든 다 우리의 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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