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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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펀드' 부실에 떨고 있는 금융사

조세훈 기자공개 2020-02-26 14:04:52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5일 07:4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의 확산이 거세다.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 한국에서 대규모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 중동의 이란, 유럽의 이탈리아에서도 확산 속도가 빠르다. 감염의 공포는 국제적 인적 교류를 가로막고 있다. 여행뿐 아니라 비즈니스 목적의 방문도 어려워진 실정이다. 하늘을 통한 이동이 막히자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저가항공사(LCC)를 중심으로 생존을 위한 싸움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다.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코로나19의 유탄을 맞은 분야가 또 있다. 다름 아닌 금융사다. 국내 금융사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자 2014년부터 증권사를 필두로 항공기 펀드 투자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2013년부터 항공기 대출 규제와 바젤3의 시행으로 유럽은행의 항공기 대출이 크게 줄면서 '핫한' 대체투자 상품으로 등장했다. 이후 연기금, 공제회를 비롯해 은행, 보험사, 캐피탈사들도 일제히 항공기 분야 투자에 나섰다.

항공기 펀드에 투자금이 몰리면서 위험성은 높아진 반면 수익성이 낮은 투자처가 증가했다. 그러자 일부 금융사들은 선순위 대출이나 중순위 메자닌 투자보다 손실 위험이 있는 에쿼티(지분) 투자를 늘렸다. 항공기 펀드는 투자자에게 받은 돈으로 비행기를 구매해 항공사에 빌려주고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배당한다. 통상 4~6년의 리스가 끝나면 항공기를 매각하고 차익금을 에쿼티 투자자에게 분배한다. 리스크 관리보다 높은 수익에 방점을 둔 금융사들은 에쿼티 투자를 선호해왔다.

문제는 코로나19 여파로 항공기 리스 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최근 항공사들은 리스 만기가 돌아오는 항공기에 대한 계약 연장을 거부하고 있다. 이럴경우 다른 항공사에 리스하거나 항공기를 매각하는 선택지가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항공 수요 급감으로 신규 리스하려는 항공사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수요 급감으로 항공기 가격마저 급락하면서 추가 수익을 얻으려는 에쿼티 투자자들은 되레 대규모 손실을 입을 처지다.

위기는 벌써부터 시작됐다. 일부 금융사는 배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모 캐피탈사의 경우 수십억원의 손실을 최근 반영했다. 공격적으로 항공기 에쿼티에 투자한 금융사들은 올 1분기부터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2010년 초반 해운업 위기로 촉발한 선박펀드의 대규모 손실이 항공기 펀드에서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위기 관리는 욕망을 통제하는 능력이다. 고수익 투자처는 달콤하지만 손실 가능성이 높다는 맹점이 있다. 국내 금융사는 선박펀드, 해외 인프라·부동산펀드에서 큰 손실을 본 경험이 있다. 이번 항공기펀드도 아픈 전철을 밟고 있다. 앞선 경험에도 위기 관리를 간과한 일부 금융사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결국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과거를 잊은 금융사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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