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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테크 공시 강화…"일률 규제 과하다" 반발도 회사마다 L/O 조건 등 달라...”징벌적 손해배상도 대안”

민경문 기자공개 2020-02-26 13:28:0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5일 14: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바이오기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공시 가이드라인을 둘러싸고 시장 의견이 분분하다. 바이오기업의 투자 위험을 사전에 명확히 공개하기 위한 취지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오업체의 자체 검열과 함께 투자자들의 의식 전환 등이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9일 ‘코스닥 제약바이오 업종 기업의 공시 가이드라인’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기술개발, 임상시험, 품목허가 등 단계별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공시 투명성을 높여 투자 위험을 사전에 공지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모범 공시 양식이 제공됐고 업체 스스로 ‘임상 성공’ 등과 같은 판단을 내리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최근 3상업체들을 중심으로 투자자에 혼동을 줄 수 있는 임상 결과를 공개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웅제약 자회사인 한올바이오파마의 지난 1월 HL036 3상 임상 탑라인 결과 발표가 대표적이었다. 당시 1차 유효성평가지표(ICSS, ODS)는 통계적으로 입증하지 못했으나, 2차 유효성평가지표(CCSS, TCSS)가 임상적 유용성이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시장에선 1차 지표를 충족하지 못한 상황에서 2차 지표를 만족했다고 ‘임상 성공’을 운운하는 건 섣부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메지온의 경우 희귀의약품 치료제 '유데나필'이 1차지표(VO2 max)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산소 소비량(VO2 at VAT)' 지표에서 통계적 유의미성이 확인됐다고 설명해 논란이 일었다. 에이치엘비은 위암신약 '리보세라닙'의 1차 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 대신 2차 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 결과를 강조했다.

국내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임상시험 결과를 둘러싼 미국 바이오업체들의 자료는 한국기업들에 비해 명료한 편"이라며 "1차지표를 충족하지 못하면 실패했다고 명확히 얘기하거나 후속조치에 대한 내용 등을 투자자들과 공유한다"고 말했다. 또 "기본적으로 바이오 투자가 개인이 아닌 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전반적인 정보공개 방식도 한국과 차이가 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가이드라인 강화 취지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자칫 바이오기업 성장을 막는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작년 상장한 국내 바이오업체 대표는 “핵심이 되는 건 기술이전(L/O) 등에서의 정보 공개 부분인데 업프론트(up-front)나 총 계약 규모 등을 제외하면 상대방업체와의 기밀유지 의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고 경우에 따라는 계약 조건을 공개 못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잘못이 있는 기업에 페널티를 부과해야지, 모든 기업들에 일률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VC 관계자는 “미국처럼 최대한 자율적 정보공개 방침으로 가되 문제가 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정보 공개를 둘러싼 형식(best practice) 등도 업체 상황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작년 9월 도입된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과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인다. 신약개발은 임상 3상 이후, 바이오시밀러는 임상 1상 이후 개발비 자산화를 허용하겠다는 게 주요 지침이었는데 정부의 과도 규제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바이오업체들에 대한 상장 유지 조건을 달리하되 자산화 관련 기준은 정부가 아닌 회사와 회계법인이 결정하게 놔둬야 한다는 반발 의견이 적지 않았다.

국내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국내 바이오기업 투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는데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바이오가 적절한 지식 없이는 투자하기 힘든 섹터로 분류되는 미국 등 선진국과 대조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바이오업체들이 임상 결과를 액면 그대로 공개하되 개인들도 이를 자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도록 책임있는 투자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 측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당초 2월 안으로 개최 예정이던 공시 가이드라인 관련 코스닥 설명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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