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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경쟁서 주도권 잡은 코람코 묘수는 [Deal Story]②국내 최초 주유소 리츠 카드…에스원 등 우군 확보

김혜란 기자공개 2020-03-17 10:09:46

[편집자주]

최근 마무리 된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매각은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딜 가운데 하나였다. 오랫동안 주유소 자산의 유동화를 고민해 왔던 SK네트웍스는 원매자 물색에 어려움을 겪었고, 코람코자산신탁이 등장하면서 거래는 급물살을 탔다. 딜 구조화까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던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M&A 과정을 되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6일 06: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년간 직영주유소 자산유동화 방침을 고수한 SK네트웍스가 지난해부터 진성매각을 공식화 하면서 M&A 시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SK네트웍스는 다만 딜 구조를 확정하지 않고 원매자들에게 제안하도록 공을 넘겼다. 국내 주유소 점유율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빅딜의 등장으로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4사는 적극적인 매물 검토에 들어갔다.

국내 정유사들은 재무적투자자(FI)와의 물밑 작업을 활발하게 이어갔다. 하지만 텀싯(Term Sheet: 거래조건)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0월 중순께부턴 이들 가운데 사실상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만 남아있었다.

◇과거 인연이 컨소시엄으로…맥쿼리-에쓰오일 vs 코람코-현오뱅 '2파전'

SK에너지의 경우 기존 주유소업을 확장하는데 큰 의지가 없었다고 전해진다. SK그룹 입장에서도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주유소가 300여개(직영주유소 199개, 임차주유소 103개) 정도로 많지 않아 외부 매각을 하더라도 큰 타격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도 예비입찰 이후엔 관심을 접었다. 양사 주유소가 근접한 경우가 많아 인수했을 때 시너지를 내기보다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했다. 직영주유소의 영업이익률이 1%대에 그치는 탓에 컨소시엄을 맺을 마땅한 FI를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사진=코람코자산신탁 홈페이지

반면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은 각각 코람코자산신탁, 맥쿼리자산운용과 상반기부터 물밑 접촉을 진행하고 있었다. 매각 측과도 예비입찰 전 수개월 동안 딜 구조를 논의해왔다.

에쓰오일과 맥쿼리그룹은 2017년 물류업체 동북화학의 매도자와 인수자로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투자하는 한국민간운용권펀드(KPCF)를 갖고 있었다. 드라이파우더(블라인드펀드 미소진 물량)도 수천억원 가량 남아 자금력도 갖췄다.

에쓰오일 입장에선 300여개 주유소 운영권을 쥐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기회였다. 주유소 부지를 물류기지로 활용하거나 전기차 충전소로 전환하는 등 신사업 진출 기반으로 삼을 수 있다. 휘발유와 윤활유 제품 판로를 확보할 수도 있있다. 특히 맥쿼리컨소시엄은 복합주유소로 가치를 키우면서 임대료 수익을 올릴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유통기업과 손잡고 주유소 내 편의점과 카페 등 상업시설을 새롭게 입점시킨다는 구상이었다.

현대오일뱅크가 속한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지난해 초 한국조선해양의 사외이사로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을 선임하며 연결고리가 형성돼 있었다. 코람코자산신탁과 현대오일뱅크 역시 인수 의지가 강했다.

두 컨소시엄 모두 자산운용사가 토지 등 유형자산을 매입하고 주유소 영업권은 정유사가 가져가는 딜 구조를 설계했다. 이를 통해 정유사는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고, FI는 우량 임차인을 확보해 장기간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서로 이해관계가 맞았던 셈이다.

◇우량 대기업 잇따라 지분투자자로 섭외…완성도 높아진 딜

코람코자산신탁 컨소시엄엔 삼성그룹 계열사인 물리보안·부동산종합서비스 업체 에스원도 가세했다. 대기업 계열사는 컨소시엄에 든든한 우군이 됐다. 에스원은 실사를 담당하고 '주유소 리츠'의 지분 투자자로도 참여하기로 했다. 향후 주유소 자산의 종합부동산 관리 서비스도 맡기로 합의를 이뤘다.

두 후보 모두 막판까지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맥쿼리컨소시엄은 본입찰에서 주유소 300여곳 인수가로 1조3000억원을 적어낸 코람코자산신탁을 뛰어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1일 SK네트웍스는 코람코자산신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매각 측은 코람코자산신탁 컨소시엄의 인수자금 조달 계획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당초 시장에선 맥쿼리자산운용이 특히 자금력에선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코람코자산신탁이 1조원이 넘는 대규모 펀드레이징을 신속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일각에선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람코자산신탁은 6%대 배당이 가능한 '주유소 리츠' 카드로 이같은 우려를 잠재웠다. 인수하는 직영주유소 203곳 가운데 193곳을 묶어 리츠로 상장해 1조원 가량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매각 측에 제시했다.

리츠는 안정적인 배당을 어필하며 투자 수요를 끌어모은다. 주유소업은 마진이 낮은 탓에 딜 구조를 설계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코람코자산신탁은 리츠 배당수익률을 6%대로 유지할 수 있는 상품구조를 만들어냈다.

SK네트웍스가 직영으로 운영하던 것과 달리 현대오일뱅크가 임차인으로 들어오면 임대료 수익이 안정적으로 발생한다. SK네트웍스가 보유한 차량정비 브랜드 스피드메이트가 직영주유소에 입점해 있어 SK네트웍스도 임대료를 내게된다. 이 외에도 버거킹과 맥도날드, 편의점CU 등 주유소 내 입점한 상업시설로부터 추가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지불하는 약 400억원을 포함해 연간 임대료 수익으로 연 6%대 배당이 가능하다는 게 코람코자산신탁 측 구상이었다.

당초 SK네트웍스가 주유소를 매각한다고 하더라도, 수익성이 낮은 주유소 운영권과 부지를 사들일 투자자는 없을 거란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세간의 예측을 뒤집고 딜이 성사될 수 있었던 건 원매자가 강한 인수 의지를 갖고 '창의적인' 딜 구조를 고안해낸 덕분이었다.
사진=현대오일뱅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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