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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제주항공의 '아찔한' 항공주 투자 [thebell desk]

문병선 산업1부장공개 2020-03-16 08:27:07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3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항공주에 투자해 여러번 돈을 날렸다. 1999년 포춘지에 기고한 글을 보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제가 만약 1903년 오르빌 라이트가 이륙하던 키티 호크(라이트 형제가 첫 비행 시험에 성공한 곳)에 있었고 멀리 내다보는 충분한 안목을 가졌었다면 그를 총으로 쏘아 죽였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20세기의 가장 혁신적인 사업적 발명을 들자면 자동차와 비행기를 들 수 있다. 요즘 뜨는 산업이라고 불리는 AI·IOT·빅데이터·블록체인·3D프린팅보다 그 당시로선 더 혁신적인 발명품이 자동차와 비행기였다. 그러나 그런 자동차와 비행기 산업에서도 100여년간 돈을 번 투자자는 거의 없었다.

버핏의 분석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는 기고문에서 "지금까지 2000여개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있었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그동안 사람들의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자동차 산업이 태동하던 시기에 만일 당신이 자동차산업이 어떻게 발전해 나갈 지 예측하라고 하면 아마 ‘여기 부자되는 길이 있다’라고 외쳤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자동차 산업은 1999년에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칠 줄 모르는 기업 학살 후 결국 3개의 미국 자동차 기업만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이어 그는 항공 산업도 자동차 산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버핏이 만일 항공사 투자에 온 힘을 쏟아붓고 있는 우리나라의 강성부 KCGI 대표와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을 직접 만난다면 뭐라고 말을 할까.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KCGI는 대한항공의 지주회사 한진칼의 주식을 새로 사들여 항공산업 이슈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미국 항공산업의 구조조정이 끝나기 전인 2013년,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버핏이 투자자들에게 했던 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는 “항공사 주식은 투자자들에게 죽음의 덫(death trap)”이라고 말했다. 항공주 투자로 수천억원의 손실을 본 뒤였고 항공주를 다시는 쳐다보지 않겠다는 결심을 실행에 옮기던 시기였다. 이 일화를 떠올려 보면 버핏은 강 대표나 채 부회장에게 "이제 구조조정이 시작되려 하고 가격 결정권을 가진 업체가 없는데 왜 투자를 하십니까"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항공산업만큼 의도대로,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산업도 없다. 항공사의 한 임원은 "변수가 너무 많다. 유가, 환율, 금리는 기본이다. 세계성장률(글로벌 승객 수요)도 챙겨야 하고 사스 등 전염병까지도 영향을 준다. 어쩔땐 동남아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도 신경써야 한다. 이익을 내는게 어려운 산업이다. 항공사 주위에서 기생하는 업체들(지상조업사, 은행, 케이터링사, 청소 등 용역업체 등)만 수익을 내지 정작 항공사는 돈을 벌지 못한다"고 했다.

미국의 사례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같은 노선에서 과다한 항공사들이 난립해 있었던 미국과 달리 항공사가 많긴 하지만 일부 취항노선의 독점이 가능한 곳이 한국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투자회사이지만, KCGI는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펀드다. 제주항공은 투자를 목적으로 한 회사가 아닌 항공사 그 자체다.

하지만 미국이라고 해서 우리나라 항공산업과 얼마나 다르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대주주가 바뀌면,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항공산업의 체질이, 항공산업의 펀더멘털이 바뀌는가.

자동차와 항공산업을 대하는 버핏의 판단은 2016년 미국 항공산업이 4개 대형 항공사로 재편될 때까지 바뀌지 않았다. 최근 그는 미국 델타항공 주식을 코로나19 여파로 폭락하던 미 주식시장에서 추가로 대거 매입해 화제가 됐다. 2016년 이후 항공주 투자를 재개한 것의 연장선이었다. 그는 "(평소보다) 싸게 살 수 있었다"는 변명을 했다. 하지만 그의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현재 델타항공 등 항공주 투자로만 3조원이 넘는 평가손실을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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