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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KT맨'…케이뱅크 주주사의 불만 [thebell note]

이장준 기자공개 2020-03-20 07:58:16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9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케이뱅크는 지금 산소마스크를 끼고 있습니다. '낭만닥터 김사부'를 데려와도 모자랄 판에 너무하지 않습니까." 최근 한 주주사 관계자는 작심한 듯 말을 뱉었다.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당분간 KT가 케이뱅크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없게 됐다. 하루 전 극적으로 법제사법위원회의 벽을 넘었기에 파장이 컸다. 5월 임시국회를 열어 다시 처리하겠다는 얘기도 나오나 현실화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를 믿고 케이뱅크를 개점 휴업상태로 계속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이 관계자가 분노한 대상은 국회가 아니었다. 화살은 내부를 향했다. 안건이 부결된 이후 한동안 KT는 우리은행을 제외한 주주사들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간담회 일정도 잡지 못했다.

이 와중에 11일 케이뱅크는 이문환 전 BC카드 사장을 새 행장으로 선임하고 정운기 부행장이 연임하는 안을 주총에 상정키로 했다. 이 내정자는 잠재적 최대주주인 KT, 정 부행장은 현 최대주주인 우리은행 출신 인사다.

일부 주주사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전임인 심성훈 행장에 이어 또 'KT맨'을 선임해야만 했냐고 지적한다. 두 사내이사 후보가 진정 1호 인터넷전문은행을 이끌 적임자인지 여부를 떠나 변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충분히 의심받을 만한 상황이다.

이미 작년 9월에도 당면 과제인 자본확충을 해결하고자 심 전 행장과 정 부행장의 임기를 한시적으로 연장하며 기회를 줬다. 결국 임무 달성에 실패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

물론 최종적으로 칼자루를 쥔 건 국회였다. 안건 부결에 대해 KT가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KT를 대신해 BC카드를 통한 우회증자도 유력한 대안으로 언급되는 만큼 이번 선임이 불합리하다고만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KT의 기술력을 믿고 케이뱅크의 '미래'에 투자한 다른 주주사들에 대한 배려가 잘 보이지 않는다. 최근 흑자전환에 성공한 카카오뱅크를 보면서 느끼는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상당하다.

충격을 받은 주주사에 속히 양해를 구하는 게 먼저였다. 그랬다면 '구원투수'에 대한 의심도 지금보다 덜 했을지 모른다. 혁신이 국회에 발목 잡혔다는 세간의 평은 타당해 보인다. 다만 혁신을 보여줄 역량과 의지가 있는지 스스로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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