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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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성장 동반자 '디거' 정한철 더웰스인베스트먼트 상무화학도서 벤처캐피탈리스트로 변신 거듭…"VC, 셰르파 역할해야"

서정은 기자공개 2020-04-03 08:05:46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2일 11:1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한철 더웰스인베스트먼트 상무(사진)는 스스로를 '디거(digger)'라고 말한다. 다이아몬드가 될 돌멩이를 찾기 위해 맨 몸으로 삽 들고 땅부터 파는 사람. 돌멩이가 깎이고 다듬어지는 과정을 보는 것이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누릴 수 있는 행운이라고 했다.

그렇게 초기 단계에 투자한 기업들이 모여 그의 포트폴리오를 채웠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벤처업계에 진입하고도 견고한 입지를 구축한 비결이 여기에 있다.

◇성장 스토리: 화학도→연구원→사업가→벤처캐피탈리스트

정 상무는 1971년생으로 대구에서 태어났다. 구미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90년 중앙대학교 화학과로 진학 후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모두 한 곳에서 밟았다. 화학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학업을 마친 그가 택한 첫 직장은 애경화학이었다. 그는 1996년 석사를 마친 뒤 병역특례로 입사했는데 전공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2010년 회사를 떠나기 전까지 신사업개발팀장을 맡았다.

애경화학기술연구소에서 그룹화학부문 인수합병(M&A) 관련 일을 담당했다. 300억~500억원 규모의 딜을 주로 다뤘는데 이 때 처음으로 '기술사업화'를 알았다. 기술사업화는 기술을 이용해 제품, 서비스를 생산하고 시장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학문적 관점에서 화학을 바라봤던 경향을 탈피할 수 있었던 첫번째 계기였다.

M&A 업무를 맡으며 사업에 눈을 뜬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1년간 사업체를 운영했다. 화학 전공자의 전문성에 네트워크까지 겸비했으니 초창기에는 사업이 순항했다. 하지만 여러 시장 변화를 겪으며 업체를 정리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두번째 직장으로 택한 곳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생산기술 개발 및 실용화 지원을 통해 글로벌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여기서 기술마케팅실 팀장으로 일하며 특허기술을 판매하는 일을 했다.

애경화학기술연구소에서 기술사업화 과정을 지켜본 덕에 그의 손에 잡힌 특허들은 각 기업에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다. 입사 전후를 계기로 연구원의 기술료는 100억원 이상으로 뛰었다. 기존보다 3배 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투자에 관심을 가진 것도 바로 이 시기다. 그는 "소위 말해 어떤 기술이 돈이 되는지, 사업적으로 의미가 있는지를 알게됐다"며 "기술과 사람은 알만큼 아는데 자본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벤처업계에서 스스로를 'IP 기반의 기술사업화 전문 심사역'이라고 말하는 것도 두 곳의 직장 경력에서 비롯됐다.

그가 VC업계에 온건 2014년이다. 서학수 더웰스인베스트먼트 대표(당시 대성창업투자 대표)와의 인연을 계기 삼아 VC업계에 지원했다. 2013년 벤처캐피탈협회에서 관련 교육을 수강한 뒤 그 다음해 대성창업투자에서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첫 발을 뗐다. 이후 2017년 기존 대성창업투자 인력 일부가 더웰스인베스트먼트로 이동하자 그 또한 자리를 옮겼다.

◇투자 스타일·철학 : 초기 투자(Digger VC) 추구 "기업가 돕는 솔루션캐피탈"

그가 벤처캐피탈 업계로 왔을 때에는 40대 중반의 나이. 이미 직장생활도 다른 업권에서 20년 가까이 했을 때였다. 입문 후 '투자의 관점'을 익히는데만 1년을 할애했다고 한다.

그는 벤처캐피탈의 기업 투자 행위를 두고 '이혼을 전제로 한 결혼'이라고 비유했다. 서로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파트너이지만 언젠간 회수를 거쳐 결별해야하기 때문이다. 투자 기간 동안 기업이 승승장구한다고 해도 끝맺음이 좋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잘 헤어지기 위해서는 애초에 파트너를 잘 고르는 수밖에 없다. 좋은 기업을 찾기 위해서는 시간이 답이라고 봤다. 오랜 시간을 두고 기업들을 바라보고 만남을 지속해야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그가 투자한 업체들 중에서는 최소 1년 이상 그와 인연을 쌓은 곳들이 많다.

그는 "첫인상이 좋은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장기간 지켜본 뒤 투자를 한다"며 "상황이 여의치않아 투자를 하지 못할 경우 다른 방식으로 서포트를 하며 관계를 쌓아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꼭 투자를 전제하지 않더라도 장기간 네트워크를 가진 덕에 기업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그가 투자한 기업들을 보면 초기 단계에 단독으로 자금이 집행된 경우들이 많다. '기업가를 돕는 솔루션캐피탈'을 투자철학으로 삼은 것과도 맞닿아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초기 기업일수록 그가 도울 수 있는 영역이 크다.

특히 바이오 업종을 보면 70% 이상이 시리즈A에서 투자가 이뤄진 케이스다. 기업들과 신뢰가 쌓이다보니 업체들 또한 클럽딜보다 그가 주도하는 단독투자를 선호하는 경우도 상당했다.

그는 "클럽딜의 경우 투자규모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를 고려해야한다"며 "깊은 관계를 통해 네트워크를 쌓아왔기 때문에 초기단계부터 기업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던 셈"이라고 말했다.

◇트랙레코드 1 : 이오플로우, VC 진입 후 첫 투자처…기업가치 20배 껑충

어떤 일이든 처음은 잊기 어렵다. 이오플로우는 그가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첫번째 투자를 한 업체다. 이오플로우를 보면 그가 어떻게 기업들과 네트워크를 유지하는지도 엿볼 수 있다.

이오플로우는 인슐린 펌프 개발업체로 주력상품은 신체부착형 인슐린 공급펌프인 '이오패치'다. 당뇨병 환자들이 매일 주사를 맞아야하는 불편함을 개선하며 시장에서 영향력을 쌓고 있다.

그는 2015년 이오플로우가 시리즈A 단계를 유치할 때 대성창업투자의 '연구개발특구 일자리창출투자펀드'를 통해 투자를 결정했다. 규모는 15억원. 장기간 연을 맺어온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이사의 창업가 정신에 베팅했다고 한다.

투자는 한번에 그쳤지만 그는 이오플로우가 시리즈 B단계 투자를 원활하게 받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이오플로우는 시리즈 B라운드에서 LB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를 따냈는데, 이 때 정 상무가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후문이다. 아쉽게도 그는 이오플로우의 회수 과정을 끝까지 보지 못했다. 2017년 더웰스인베스트먼트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이오플로우는 내달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그가 처음 투자했을 당시에 비해 기업가치가 약 20배 가량 뛰었다고 하니, 결론적으로 그의 선구안이 먹힌 셈이다.

이오플로우를 물꼬 삼아 그의 바이오 투자는 속도가 붙고 있다. 그는 "바이오기업의 경우 특히 초창기 업체들이 많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며 "최근에는 바이오 업종 중 의료기기, 약물을 함께 병행하는 '메디컬 디바이스'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 2 : 카이노스메드, 후발주자로 베팅…기존 투자방식 탈피

그는 시리즈 A 단계의 초기 기업을, 클럽딜보다는 단독투자를 각각 선호한다. 카이노스메드는 기존의 투자 방정식에서 벗어난 경우다. 그가 투자했을 때에는 시리즈 A도 아니었을 뿐 아니라 기존 주주들이 일찌감치 투자 후 회수에 나선 때였다. 역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서도 투자를 할 만큼 확신이 있었다는 얘기다.

카이노스메드는 합성신약의 장점을 극대화한 질환치료제 발굴 및 초기임상 개발을 주 사업으로 영위한다. 현재 하나금융11호스팩과 합병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카이노스메드를 알게된 건 2014년이다. 첫 투자는 더웰스인베스트먼트로 옮긴 뒤인 2017년에 이뤄졌다. 당시 투자규모는 14억원. 본계정을 포함해 '솔루션캐피탈제2호투자조합(Solution Capital Investment Fund II)', '더웰스닥터스헬스케어펀드제1호투자조합' 등이 동원됐다. 투자 또한 신주, 자사주 등 여러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는 "처음 회사를 알때만해도 비즈니스 측면에서 선명한 파이프라인이 보이지 않았다"며 "그로부터 3년 동안 진행 상황을 지켜본 뒤 투자를 결정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다른 투자자들보다 늦은 시기에 카이노스메드에 베팅한건 뇌질환 약물(CNS DRUG) 중 파킨슨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카이노스메드는 충남대학교와 한국화학연구원이 공동개발한 '파킨슨병 퍼스트 인 클래스 치료제 후보물질'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등 관련 분야에서 속도를 내고 있던 터였다.

그는 "투자 시점은 늦었지만 이후 1상 실험이 잘 마무리된 케이스라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카이노스메드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파킨슨병 치료제(KM-819)에 대한 프리 임상시험계획 미팅을 신청한 상황이다.

◇향후 계획 : "VC, 벤처기업의 '셰르파' 돼야" AI 분야도 관심

그는 VC의 역할을 '셰르파'에 비유했다. 셰르파는 산악인이 히말라야를 등반할 때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베이스캠프 이상에서 등반물자를 수송하고,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가이드 역할까지 해야한다. 또 하나, 정상에 오른 뒤에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산악인이 받을 수 있도록 적정한 시기에 스스로의 존재를 감춰야한다.

그는 "VC는 주인공인 기업을 빛나게 해주는 존재가 돼야한다"며 "기업과 진정한 파트너가 돼 성장을 돕는 솔루션캐피탈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바이오 기업 육성에 열의를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셰르파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필요로 하는 산악인이 많아져야 한다. 그는 "VC들의 투자 경향을 보면 회사가 어느정도 성장세를 보인뒤에야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초기 바이오 기업들을 많이 육성해 시장을 키우는 토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엔 초기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결성할 예정이다. 기존에 운용 중인 '더웰스 IP기술사업화 투자조합'이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인공지능(AI)도 그가 관심있어하는 분야다. 더웰스인베스트먼트 또한 관련 분야에만 집중투자하는 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그는 지금도 함께 산을 오를 기업가들을 찾고 있다. "좋은 기업가를 앞으로 세 사람만 더 찾고 싶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살아가며 그는 마지막 소망을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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