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파장]채안펀드, 유통시장 매입 허용…'엑시트 지원' 오명?기관, 채권값 하락 방어 수혜…기업 자금줄, 발행시장 집중 필요
양정우 기자공개 2020-03-27 13:15:12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6일 06: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내달 공식 출범을 앞둔 채권시장안정펀드(모펀드)는 자펀드가 유통시장에서 회사채를 매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발행시장에서 신규 물량에 투자하지 않으면 채안펀드의 조성 자금은 이슈어인 기업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유통시장에서 손바뀜 역할을 수행하면 기관 투자자의 회수 안전판이라는 오명을 쓸 수 있다는 지적이다.최대 2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채안펀드는 내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회사채 투자에 나선다. 투자 영역을 △회사채 △금융채 △ 우량 CP 등 세 축으로 나눈 가운데 화력은 일반 회사채에 집중될 전망이다. 금융 당국은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에서 모두 회사채를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유통시장 매입, 투자 기관 직접 수혜…종합 대책 취지, 기업 자금 공급
유통시장이 회사채 매입 창구로 허용되면서 채안펀드 운용 지침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회사채를 사면 펀드 자금이 매도자인 투자 기관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해당 회사채의 주인만 손바뀜이 있었을 뿐 발행사는 자금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떨어진다.
물론 유통시장에서 회사채를 매입하는 것도 시장의 금리 안정화에 기여한다. 채권 매물을 받아줄 든든한 수요처가 생기면 매도 심리도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다. 이슈어 역시 향후 시장성 조달이 수월해지는 간접적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유통 물량 매입으로 직접적 지원을 받는 건 어디까지나 기관 투자자다. 해당 회사채를 들고 있는 투자 기관 입장에선 금리 상승기 채권값의 하락없이 물량을 넘길 곳이 생기는 셈이다. 채안펀드가 기관 투자자의 엑시트(회수)를 지원하고 있다는 오명을 쓸 여지가 있다.
채안펀드의 조성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평가다. KDB산업은행뿐 아니라 시중은행이 대규모 출자 부담을 떠안는 건 금융이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취지에 동감하기 때문이다. 채안펀드를 포함한 정부의 종합 대책은 소상공인과 기업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한다는 큰 틀에서 마련됐다.
2008년 채안펀드도 유통시장에서 회사채를 매입하면서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새 채안펀드의 윤곽이 조성되는 시점부터 발행시장 매입을 강조해야 한다는 시각이 이어졌던 이유다.
◇발행시장 매입, '금리 안정화+자금 지원'…미매각, 크레딧 위기감 단초
채안펀드가 발행시장의 신규 물량에 투자하는 형태로 운용되면 '금리 안정화'와 '기업 자금 지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유통시장 손바뀜이 아니라 펀드 재원이 기업의 운영 자금으로 직접 쓰이기 때문이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불안감을 증폭시킨 건 무엇보다 미매각의 발생이다. 지난 13일 올들어 처음으로 수요예측 미매각이 나온 탓에 신용경색의 공포감이 커졌다. 하나은행(AA0)의 후순위채권은 3000억원 모집에 2700억원이 모았고 키움캐피탈(BBB+)은 500억원 발행에 170억원만 확보했다. 우량 등급인 'AA-' 포스파워의 선순위 회사채가 미달을 기록한 게 화룡정점이었다. 채안펀드가 발행시장에 집중하는 건 시장의 금리 안정 측면에서도 실익이 있는 셈이다.
채안펀드는 자펀드의 운용을 담당할 자산운용사를 아직 선정하지 않았다. 공적 목적을 이루고자 조성됐지만 운용사는 민간 출자자의 수익 안정성을 고려해야 한다. 조성 목표에 무게 중심을 실으려면 투자 가이드라인을 분명하게 설정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송영록 메트라이프 대표 "본사 차원 MS AI 활용 논의"
- [저축은행 이사회 돋보기]SBI저축 사내이사진, 홀딩스 영향력 '주목'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라이나생명, 보장성 집중해 쌓은 킥스 300% '철옹성'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MG손보, 대체투자·실적 악화로 킥스비율 하락세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미래에셋생명, 이유 있는 자신감…순익·지급여력 껑충
- [저축은행 이사회 돋보기]SBI저축, 이사회 의장직 이어온 '홀딩스 이사진'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삼성생명, 부채감소 효과 톡톡…건전성 높아졌다
- [금융지주 사외이사 뉴 노멀]하나금융, 당국 당부사항 '집합적 정합성' 보완
- [하나금융 인사 풍향계]이승열 하나은행장, '재무·영업' 이어 '전략' 시험대
- KDB인베, '전기차 부품사' 네오오토·오토인더스트리 330억 투자
양정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IPO 모니터]'조단위 밸류' MNC솔루션, 상장 나섰다
- [IPO 모니터]약국 플랫폼 바로팜, 'FI'가 주관사 선정 열쇠되나
- 카드사, 연초부터 코코본드 릴레이 '자본확충 사력'
- [IB 풍향계]'돌아온' 바이오 열풍…IPO 시장엔 찬바람 여전
- [Rating Watch]㈜두산 신용등급 회복 박차…마지막 단추 '차입금'
- [IPO 모니터]상장 앞둔 산일전기 '은둔의 고수' 장덕수 회장 꽂혔다
- [HD현대마린솔루션 IPO]밸류업 훈풍 '촉각'…'고배당 기조' 고수 관건
- [서울보증보험 IPO]발빠른 상장 '재시동'…밸류업 프로그램 '덕봤네'
- [Policy Radar]IPO 제도개선 '당근-채찍' 병행…'풋백옵션' 어디까지
- [thebell desk]MSCI 편입 최후 걸림돌 '정책 변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