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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차 세종 세대교체 과제]'1세대의 귀환' 김두식 변호사 복귀 의미는①"피치못한 선택" 법조계선 리더십 부재로 해석

조세훈 기자공개 2020-04-02 07:00:00

[편집자주]

서구식 로펌 모델이 국내 법조계에 뿌리내린 지 반세기가 지나고 있다. 대형 법무법인 대부분은 창업 1세대에 이어 2세대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확장을 거듭하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반면 국내 수위권 로펌인 세종은 설립자인 김두식 변호사가 지난해 대표로 다시 선임되면서 세대교체 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종의 현 상황과 법조계의 평가, 향후 전망을 세 편에 걸쳐 자세히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31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법조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법무법인 세종의 1호 어쏘(Associate) 변호사이자 창립 멤버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사령탑을 맡았던 김두식 변호사가 다시 세종 경영 대표로 올라섰다.

그 동안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수장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지만 세종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의구심으로 가득 차 있다. 1세대의 귀환은 개벽의 의미 보다는 과거로의 회귀를 뜻하기 때문이다. 실제 세종은 우수한 인력의 잦은 이탈과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내부에서는 세종을 수습하고 한단계 도약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물러난 대표가 재선임되는 일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사실상 세대교체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당초 세종은 창립자인 신영무 변호사가 은퇴하고 김 대표도 경영일선에 물러나면서 세대교체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6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차세대 대표주자를 키워내지 못하면서 다시 1세대의 리더십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김 대표의 복귀는 구심점을 찾지 못한 세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두식' 이름의 무게…복귀 놓고 상반된 해석

김 대표는 세종의 산증인이자 국내 대형 로펌으로 성장하는데 초석을 닦은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1982년 연수원(12기)을 수료한 뒤 서울고, 서울대 법대 선배인 신영무 변호사(사법시험 9회)와 함께 세종을 설립했다. 세종의 영문 이름인 ‘SHIN&KIM'의 KIM은 김 대표를 가리킨다.

그는 국제중재·국제통상 및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활동하며 명망을 쌓았고, 2006년에는 경영전담 세종 대표변호사 자리까지 올랐다. 로펌 대형화 시기에 대표직을 맡으며 세종을 국내 대형 로펌 가운데 하나로 성장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2013년에는 강신섭 변호사에게 자리를 물려주며 성공적인 세대교체까지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김 변호사가 6년 후인 2019년 초 돌연 '대표'로 복귀했다. 지난해 1월 24일 파트너 총회에서는 김 변호사의 경영대표 선임 찬반 투표가 안건으로 올랐다. 1965년생 '젊은 피'인 오종한 변호사와의 경선에서 세종 파트너들은 김 변호사를 선택했다. 이후 의결권을 가진 에쿼티 파트너들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 대표로 선임됐다.

세종 내부에서는 김 대표의 복귀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당시 세종은 잦은 내부 인력 이탈과 강신섭 대표의 경영방식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다소간 잡음을 해소하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포스트 강신섭 체제를 모색했지만 대체할 인물이 세종 내에는 딱히 없었다.

특히 세종은 지분을 갖고 있는 에쿼티 파트너간 평등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로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김앤장이나 율촌 등은 설립자와 대표 변호사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하지만 신 변호사를 비롯해 대표 변호사들은 세종 내부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의적으로 차기 대표를 선출하기 어려운 구조 탓에 검증된 1세대 인물인 김 변호사를 대표로 불러들였다. 김 변호사는 모교인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겸임교수를 맡으며 후학 양성에 매진하는 등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세종의 한 변호사는 "김두식 대표를 다시 모신 것은 이전 체제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라며 "그룹 내 신망을 갖고 있고, 내부를 수습할 수 있는 사람이 김두식 대표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세종이 사실상 '세대교체'에 실패한 것이라고 바라본다. 세대교체에 나선 로펌 중 대표까지 지낸 1세대 인사가 다시 경영 일선에 나선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운 전례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대형 로펌 가운데 김영무 박사가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김앤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2세대들이 경영전면에 나선 상태다. 세종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세종은 '과잉 민주주의'를 유지하면서 구심점이 많이 약화됐다"며 "김두식 변호사 외에 대안이 없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른 대형 로펌 관계자는 "세종을 두고 '봉건영주의 할거'라고 표현할 정도로 원펌을 형성하지 못했다"며 "강신섭 대표가 물러난 것도 화합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4대 로펌 중 매출 경쟁에서 뒤처지고 헤매고 있을 만큼 혼란을 겪고 있다"며 "김두식 대표의 복귀는 비상시국이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제로의 회귀…세대교체 사실상 '실패'

김 대표의 복귀는 구체제의 복원을 의미한다. 즉 세대교체가 실패했다는 얘기다. 이제는 상징 권력으로 남은 서울고 중심의 질서에 세종이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법무법인 세종은 서울고·서울 법대 출신이 뭉쳐 성장시킨 로펌이다. 신영무, 김두식 변호사는 서울고·서울 법대 선후배로 세종의 모태가 된 세종합동벌률사무소를 설립했다. 1984년에는 허창복 변호사(11기), 송웅순 변호사(14기)가 합류했다. 두 변호사 모두 서울고·서울 법대 출신이다.

창립 멤버가 다수 포함된 '서울고' 출신 변호사는 이후 세종의 주류 세력으로 부상했다. 초창기 인적 구성이 선후배 사이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로펌의 대형화 물결이 일어나면서 세종의 인적 구성도 다양해진다. 여기에 1세대 인사들이 경영 일선에 물러나면서 외형상 주류 세력이 희석화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세종 변호사는 "예전에는 서울고 출신 변호사들이 많아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지금은 몇 명 남아있지 않다"며 "특정 출신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정신적 지주인 원로들의 영향력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금까지 세종의 고문으로 선임된 정관계 및 경제계 인사로는 김영호 전 국립한국교통대학교 총장,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 회장(고문),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회장,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 신각수 전 일본 대사가 있다. 모두 서울고 출신이라는 특징이 있다.

강신섭 대표는 비주류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조직 장악에 실패하면서 이른바 비(非)서울고 라인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조직 장악력을 지닌 김 대표는 내부 수습에 집중했다. 경영을 책임지는 운영위원회의 구성부터 연령대가 높아졌다. 5인으로 구성된 임기 2년의 운영위원회는 파트너들의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김 대표 변호사를 비롯해 이영구(사법연수원 13기), 오종한·이경돈(18기), 김상만(20기) 변호사 등 5인이 운영위원을 맡아 세종을 이끌고 있다. 연수원 28기까지 운영위원에 참여했던 강신섭 체제와는 사뭇 다른 구성이다. 경영 안정화를 위한 조치였다는 게 내부 구성원들의 설명이다.

올해에도 조직안정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다. 김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작년 한 동안 세종을 'One Firm'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세종은 여러 제도와 관행을 변경했으며 금년에는 이러한 제도 변경이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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