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3월 30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주산업개발은 '쉐라톤 팔래스 강남'의 운영법인이다. 호텔업을 시작한 것은 1981년이다. 이후 거의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한 우물만 팠다. 그런데 최근 호텔업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악화한 재무를 점검하기 위한 취지로 딜로이트안진에 재무 컨설팅을 의뢰했는데, 매각을 염두에 둔 행보로 확인됐다. 물론 이외에 자본 유치 등도 고려할 수 있지만, 매각에 무게가 실린다. 만약 매각이 성사되면 서주산업개발의 호텔 역사는 여기서 막을 내리게 된다.

◇호텔업 시작, 그 후 2012년까지 지속 성장

서주산업개발은 1980년 4월 서주관광개발㈜로 출범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호텔업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궁전호텔을 흡수합병한 1981년부터다. 이 궁전호텔은 리뉴얼을 거쳐 강남 최초의 특급호텔인 '서울 팔래스호텔'로 탈바꿈했다. 1982년 6월 개관한 서울 팔래스호텔은 현재 쉐라톤 팔래스 강남의 전신이다. 개관 초기 호텔은 298실, 영업장 11개소 규모였다.

이후 고원개발 합병을 통해 콘도사업에 진출하고, 상가 개발 등도 추진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줄곧 핵심 수익원은 호텔이었다. 서주산업개발의 호텔사업은 관광산업 발달과 함께 성장해나갔다. 매출 성장세를 보면 1986년 10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처음으로 100억원대에 진입했다. 이후로도 꾸준했다. 1994년 200억원을 돌파했고, 1996년엔 25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최고 성적을 냈다.

그러다 1997년 성장세가 주춤했다. 갑작스레 불어닥친 IMF 외환위기로 시장경제가 위축되면서다. 1999년 매출은 210억원까지 축소됐다. 하지만 위기의 여파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2000년대 들면서 다시 회복세를 탔다. 2001년 259억원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했고, 이후 별다른 위기 없이 성장세를 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큰 어려움 없이 이겨냈다. 2012년 매출은 400억원을 넘겼다. 영업이익도 꾸준히 30억원대를 유지했다. 2011년 특1급 호텔로 승격하며 상승세에 날개를 달았다.

이 같은 성장세의 주역은 창업주인 고(故) 신재휴 대표가 아닌 그의 부인 권정윤 대표다. 1982년 대표에 오른 이후 2009년까지 27년 동안 호텔의 부흥을 이끌었다. 권 대표가 물러난 것은 2009년 3월로 당시 보유 중이던 주식을 아들에게 증여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신석우 대표가 최대주주에 올랐고,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때부터 2세 경영시대가 열렸다.

◇시장 포화에 재무 부담 가중

성장세를 이어가던 서주산업개발은 2012년 이후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외형은 300억원대로 축소됐고 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2013년과 2014년 누적 손실액은 96억원에 달했다.

서주산업개발의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은 이유는 호텔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2012년 이후 호텔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법개정 영향으로 특별법 시행 이전 711개에 불과하던 전국 호텔 수는 2018년말 기준 1883개까지 늘었다. 정부는 2012년 '관광 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시행했다. 4년 동안 인허가를 신청하는 호텔들의 용적률과 주차장 규제를 완화해줬다.

반면 호텔 이용객 수는 예상만큼 늘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대외변수 탓이다. 전염병은 물론 정치적인 문제로 호텔 수요는 오르내림을 반복했다. 외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아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변동성 확대를 거들었다. 현재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비중은 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상승한 인건비 부담도 경영상황을 악화시켰다. 2018년 최저임금이 17% 상승하면서 비용부담이 가중했다. 그동안 쌓아놓은 이익잉여금은 모두 상쇄됐고, 결손금이 누적되기 시작했다. 2016년 하반기 쉐라톤호텔로 리브랜딩하고 재도약을 노렸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적자 기조를 끊어내지 못했다. 2018년말 결손금은 100억원에 육박했다.

작년에도 서주산업개발의 적자 기조는 계속됐다. 3분기까지 누적 손실액은 34억원이다. 5성급 호텔의 품위 유지비 격인 관리비와 쉐라톤 호텔에 지급되는 수수료 등 실적과 무관하게 지출되는 고정비 부담이 더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가 겹치면서 한층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올해 역시 적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상황이 나아질 조짐이 안보이면서 결국 매각 사업 철수라는 선택지를 고려 중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객실 매출 비중이 높지 않은 4성급, 5성급 호텔까지 전염병의 여파가 번지고 있다"며 "높은 전염성 탓에 단체 활동 마저 하기 힘들어지면서 경영실적 악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4성급, 5성급 호텔의 객실 매출은 절반 정도다. 나머지는 식음료와 연회 등이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