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서막 오른 SM 지배구조 개편, 첫 타깃 'SM C&C' 작년 말 법률검토, 비효율 적자 자회사 정리 선행…호텔트리스 합병 추진

최은진 기자공개 2020-03-31 14:06:11

이 기사는 2020년 03월 30일 14: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지배구조 개편 압박을 받아온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있는 오너 개인회사가 주요 타깃이지만 우선 적자 자회사나 비효율 자산 정리부터 시작하겠다는 분위기다.

첫 타깃은 에스엠에 인수된 뒤 내내 적자를 냈던 SM C&C다. 소규모 흑자 자회사와 합병을 통해 적자를 희석시키는 동시에 비용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시작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엠은 지난해부터 KB·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지배구조 개편 요구를 받았다. 주주행동주의 강화 트렌드 속에서 무배당 기조, 오너 개인회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의혹, 무리한 신사업 확장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기관투자가들은 공개 주주서한 등을 발송하면서 이례적으로 압박수위를 높였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에스엠은 기관투자가들의 행보에 당황하며 수용 불가 원칙을 내세웠다. 그러나 기관투자가 뿐 아니라 여론의 공세까지 이어지면서 법무법인 김앤장을 선임하고 주주 행동주의에 대한 방어와 함께 지배구조 개편 논의를 시작했다.

논란의 핵심은 주주환원 정책과 이수만 에스엠 회장 개인회사로 알려진 라이크기획에 대한 일감몰아주기지만 에스엠은 우선 적자 자회사 및 비효율 자산 정리에 집중할 뜻을 내비췄다. 공개 주주서한을 보낸 KB운용에 지난해 7월 답신한 내용을 보면 "적자사업은 정리해야 한다는 주주서한을 받은 후 코엑스아티움 중단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스엠이 KB운용에 보낸 <문화 강국을 향한 쉼없는 도전> 이란 제목의 주주서한 답변서(2019.7.31) 발췌

약 반년이 지난 현재 에스엠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첫 타깃은 광고계열사인 SM C&C다. SM C&C는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호텔트리스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호텔트리스는 호텔객실 도매공급업 및 여행알선업을 담당하는 회사로 SM C&C가 지분80.36%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호텔트리스의 전임 대표이사였던 신재원씨와 현 감사인 구종서씨가 각각 17.63%와 2%를 확보하고 있다.

상법상 소규모 합병인만큼 주식매수청구 절차는 진행하지 않고 오는 6월 1일자로 합병이 마무리 된다. 호텔트리스의 기업가치는 약 54억원으로 산출됐다.

이번 합병을 통해 에스엠은 SM C&C의 적자요인을 희석, 비용 효율화를 노린다. SM C&C는 에스엠이 2012년 인수한 광고회사로 지분 30.05%를 보유하고 있다. 배우, 개그맨 등 매니지먼트 사업과 드라마·예능 등 콘텐츠 제작, 광고대행 등을 영위하고 있다.

인수 당시 취급고 기준 5위권 규모의 광고 대행사였지만 에스엠 계열로 편입된 이후 적자기조가 이어졌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동종 업체들이 모두 흑자를 내면서 평균 영업이익률 5%대를 기록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조한 성과다. 인수 당시 SM C&C의 개별 매출액은 100억원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0억원대를 기록했다.

적자전환된 건 2014년부터다. 매출액이 600억원대로 올랐지만 영업적자 50억원, 당기순손실 110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기조는 지난해 3월까지도 이어졌다. 그러나 기관투자가 및 여론의 비판이 제기된 2분기부터 갑작스레 흑자로 전환, 지난해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654억원, 41억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31억원을 나타냈다. 에스엠 측은 사업 안정화 및 효율화 그리고 광고사업의 성수기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흑자전환의 배경이 미심쩍긴 하지만 업계와 금융투자업계서는 에스엠이 SM C&C를 흑자로 돌려놓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이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SM C&C는 SK텔레콤을 2대주주로 확보하고 있는 만큼 에스엠 뿐 아니라 SK텔레콤이라는 대어급 캡티브(Captive) 고객도 확보하고 있다.

안정적인 매출기반을 구축하고 있고 에스엠에 편입된 후 매출도 10배 이상 늘었는데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투자자에게 충분히 납득시키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흑자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SM C&C와 호텔트리스의 합병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호텔트리스는 SM C&C에 인수된 2009년 이후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실적규모가 작고 키우는 데도 한계가 있긴 하지만 흑자를 내고 있는 자회사를 모기업에 귀속시키면서 별도 실적을 소폭이나마 띄울 수 있다고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2012년 에스엠타운트래블 합병에 이어 호텔트리스까지 여행사업을 SM C&C에 내재화 시키는 작업의 연장선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에스엠타운트래블의 대표이사였던 정의권 전 대표가 호텔트리스의 유일한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동종 사업의 일원화 작업에 무게가 실린다.

SM C&C 역시 공시를 통해 호텔트리스를 자회사로 두는 것 보다 흡수합병 하는 방안이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적·물적자원의 통합운영으로 관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도 물론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SM C&C의 종속기업은 '드래곤타이거2호문화투자목적'이라는 투자용 유한회사 한 곳만 남는다. 수년간 자회사를 통해 여행업, 투자업, 외주영상제작 등을 영위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략이 확장보단 효율화로 선회했음을 알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서는 에스엠이 안되는 사업은 과감하게 접고 비용 효율화를 통해 실적개선을 꾀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편의 의지도 확인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이같은 고민이 서서히 가시화 될 것으로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시기가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우려 된다고도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에스엠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고 라이크 기획도 명확하지는 않지만 개선 의지를 내비춘 만큼 올해 기대할 부분들이 있다"며 "최근 C&C와 자회사 합병 건 역시 그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비효율 자산에 대한 통합 과정을 일순위로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