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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바꾸게 될 업무공간 [WM라운지]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상무공개 2020-04-01 09:20:13

이 기사는 2020년 03월 30일 11: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택근무'라는 것을 이렇게 시작하게 될 줄 몰랐다. 전 세계에 동시에 불어 닥친 미증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재택근무를 위한 시스템을 미처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했다.

회사 서버 접속도 느리고 각자 집에서 나눠 하고 있기에 전체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을 한 번에 파악하기도 어렵다. 생각을 주고받으며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이 옆에 없는 불편함이 있는 반면 사내 회의 횟수가 줄었다.

회의실에 모여 하는 것이 아니라 화상이나 전화로 회의를 하게 되니 정시에 시작하고 늘어지는 일 없이 예정된 시간내에 끝내게 된다. 혼자 집에서 일하니 집중력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효율도 올라간다. 물론 쓸만한 컴퓨터와 대용량의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우리나라의 앞선 IT 기술 덕분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일은 사무실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에서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출근(出勤)이라고 하지 않나? 그리고 9시에서 6시라는 근무시간을 중요하게 여기고 점심식사는 12시에서 1시 사이에 한다. 주 52시간근무제가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야근하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편견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이번을 계기로 유연한 사무환경이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 일하는 공간에 대한 개념도 바뀔 수 있고 나아가 부동산 업계에서 말하는 오피스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비상 상황 하에 어쩔 수 없이가 아니라 더 많은 회사들이 자연스럽게 재택근무를 하나의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선택이 가능할 경우, 예를 들어 1주일에 하루는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다면 사무실 안 내 책상은 1주일에 하루는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다. 비용을 고려하면 5명의 직원에게 5개의 책상이 아니라 4개의 책상만 갖춰주면 된다.

현재는 몇몇 IT회사나 외국 금융사, 제약회사, 컨설팅 회사들에서 발견되는 자유좌석제 또는 유연근무제를, 같은 업무성과를 보인다면, 더 많은 기업들이 채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들이 사용하는 전체 오피스 면적은 줄어들게 될까? 모든 업종에서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고 기업의 성격이나 업종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날 수 있다.

직원 수만큼 책상 개수가 필요한 것이 아니니 증가하는 직원수에 절대적으로 비례해 사무실 공간이 증가하지는 않지만, 언제나 부족한 회의실, 밀레니얼 & Z세대 등 개성 강한 젊은 세대를 고려한 협업공간, 직원들의 복지차원에서 창의적인 사고를 북돋아 주는 휴게공간, 접견실 등 다른 부대시설이 다양해지고 늘어나면 경우에 따라서 회사 전체의 점유면적이 크게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이번에 콜센터를 통해 직접 불거진, 책상의 크기는 얼마가 적절한지, 책상 사이의 공간은 또 어느 정도여야 쾌적하면서 나름의 독립성이 유지되는지 등등 업종에 따라 1인당 차지하는 '최적'의 사무공간 크기를 새롭게 정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 내 IT시설이나 서버용량 등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도 생길 것이다. 결국 회사들의 공간계획은 단순히 면적산정의 문제를 넘어 사무환경이라 일컬을 때의 '환경'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무엇을 어떻게 구현해야 바람직한 사무공간의 역할을 하게 될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건물 자체의 스펙이나 시설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기, 적정온도 유지, 공기청정기능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건물인지 로비나 엘리베이터 홀 등 공용공간에서 소독이나 청결상태가 잘 유지되는지 입구에 열감지 카메라나 센서 등이 있는지, 우리가 비상사태를 겪으면서 처음 접해 본 시설과 출입과정이 일반화 보편화될 수 있다.

'STAY SAFE!' 해외 지사 동료들과 전화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끝날 때 하는 인사말이 바뀌었다. 아직은 여전히 어려운 시기이라 때 이른 생각일 수 있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그런 어려운 시기가 있었지” 하고 얘기할 수 있는 미래가 오기를, 그리고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준비된 상태에서 맞이하기를 바란다.

'사회적 거리두기', '언택트','코로나블루' 등 낯선 단어를 통해 더 불안하고 의기소침해 질 수 있는 시기이다. 건강하게 극복하고 이후의 변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까지 STAY SAFE!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상무

이화여자대학교 통계학과 졸업
University of Surrey 관광개발학 석사
커민스코리아 마케팅 담당
아시아 비즈 스트레티지 컨설턴트
現 세빌스코리아 리서치&컨설팅 본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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