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그룹, 백정호 회장의 '2017년 선택' 득과 실은 [지배구조 분석]기부 활동 등 운신의 폭 넓어진 것은 장점, 사업 확장 규제 많아진 단점도
박기수 기자공개 2020-03-31 08:05:13
이 기사는 2020년 03월 30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변화에는 이유가 있다. 경영 구조 개편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는 사업적 이유와 승계 등 사업 외적인 배경까지 녹아있다. 동성그룹에게 2017년이 그랬다.동성그룹은 원래 백정호 동성그룹 회장과 장남 백진우 전무가 '동성코퍼레이션'의 지분을 쥐고 있는 구조였다. 동성코퍼레이션은 지주사격 회사로 동성화학과 동성화인텍 등 사업회사들의 지분을 쥐고 있었다.
그러다 2017년, 백 회장과 백 전무가 동성코퍼레이션의 지분 전량을 가족회사인 '디에스티아이'에 전량 현물 출자하며 새로운 구조가 탄생했다. 부자가 디에스티아이의 지분 100%를 쥐고, 디에스티아이가 동성코퍼레이션의 지분 42.74%를 보유하고, 동성코퍼레이션이 동성화학 등 사업회사를 지배하는 다소 복잡한 구조가 탄생한 셈이다.
동성그룹 관계자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대표적 배경으로는 그룹 회장인 백정호 회장의 원활한 외부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백정호 회장은 그룹 회장으로서 메세나(Mecenat) 활동이나 기부, 행사 등을 주관하며 외부와 직접 소통한다"라면서 "일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상장사에서 그런 활동을 하기보다 절대적인 지배력을 쥔 비상장사에서 진행하는 게 제약이 더 적다"고 설명했다. 메세나 활동이란 기업들이 문화·예술 분야에 지원하는 활동을 총칭한다.
실제 디에스티아이가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백 회장의 외부 활동은 더욱 원활해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백 회장의 지배구조 개편 선택이 향후 경영권 승계도 염두에 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개편을 통해 디에스티아이의 지분만 백 전무에게 넘겨주면 동성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깔끔한 승계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사에서 지분을 넘기는 것보다 비상장사에서 승계 과정을 밟는 게 오너 입장에서는 더 수월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개편으로 생긴 단점도 있다. 지배구조가 수직으로 길어지면서 각종 행위제한에 노출됐다는 점이다. 디에스티아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상 정식 지주회사로 등록돼있다. 즉 부채비율 제한 등 지주회사가 지켜야 할 각종 규제에 노출돼있다는 의미다.
디에스티아이는 2018년 말 기준 부채비율 100%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 역시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여 부채비율 관련 규제와는 거리가 멀다. 다만 '국내 증손회사 지분 의무 100% 보유' 규제가 문제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동성화학과 동성화인텍 등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법인들이 직접 사업 확장을 위해 기업을 인수하려면 무조건 지분 100%를 인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동성화학은 2019년 말 기준 총 네 곳(JDS, GDJ, VDS, SDJ)의 종속기업을 보유하고 있는데 모두 해외 기업이다. GDJ와 SDJ는 중국 기업이고, JDS와 VDS는 각각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위치한 법인이다. 동성화학이 국내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려면 무조건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는 등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같은 손자회사격인 동성화인텍은 국내에 화인텍피앤씨라는 100% 자회사를 두고 있다. 혹여나 현금이 필요할 경우 통상 자회사의 지분을 매각하기도 하지만 동성화인텍은 규제 때문에 이런 선택지를 생각할 수 없다. 결국 백 회장 입장에서는 디에스티아이의 탄생을 위해 이같은 점을 감수한 셈이다.
동성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으로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에 걸리게 된 것은 사실이나, 신사업 진출 등은 동성코퍼레이션에서 주도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물론 동성코퍼레이션은 지주회사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앞서 언급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다만 현금성자산 측면에서 동성화학 등 캐시카우와 비교했을 때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동성화학의 2019년 말 현금성자산은 418억원(별도 기준)이지만, 동성코퍼레이션의 현금성자산은 그의 절반 수준인 229억원에 그친다. 동성코퍼레이션보다 동성화학이 신사업 진출 등 사업 확장의 여력이 더 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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