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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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그룹 사업구조 개편]'벼랑끝 부활' 삼호·고려개발, 워크아웃서 합병까지80년대 피인수 이후 두 번의 위기서 생존… '대림건설'로 합쳐 재도약

고진영 기자공개 2020-03-31 08:03:59

이 기사는 2020년 03월 30일 17:1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십여년 전 줄줄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사 중 온전히 살아나온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이 자생력을 잃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삼호와 고려개발은 두 번이나 벼랑 끝에서 생존한 드문 사례에 속한다.

시기는 조금씩 달라도 서로 비슷한 길을 걸었다. 80년대 중동 외화벌이 실패로 부실에 빠졌으나 대림산업이 인수해 건설부문 주요축으로 키웠다. 2000년대에는 금융위기가 불러온 피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다시 휘청했지만 이제 완연한 회복에 성공했다. 두 회사는 '대림건설'로 간판을 합쳐 대형건설사로 재탄생을 꿈꾸고 있다.

◇삼호·고려개발 첫 번째 고비, 대림산업에 합류

삼호와 고려개발은 7월 1일 합병절차를 마무리하고 '대림건설'로 새롭게 출범한다. 3월 27일 이사회를 열어 이에 대한 안건을 의결했다. 합병 논의는 고려개발이 지난해 워크아웃에서 벗어난 이후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의 품에 안긴지 30여년 만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중형 건설사의 위치에서는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라고 여겼다"며 "지난해 고려개발이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로 합병이 가능하다는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대림산업이 삼호와 고려개발을 인수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막대한 부동산을 바탕으로 튼튼한 자산구조를 자랑하던 삼호는 1978년부터 쇠퇴의 길을 걸었다. 건설업계에 중동 바람이 뜨겁게 불던 시기다. 당시 쿠웨이트에서 2억달러 규모 주택공사를 수주했지만 해외공사 경험이 없어 낭패를 봤다. 그 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서 4억달러짜리 일감을 따내 공사를 마쳤더니 이번엔 발주 측이 강짜를 부리며 공사대금을 주지 않았다.

두 공사가 연이어 실패한 후유증으로 삼호는 자금 조달 능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정부는 80년대 중반 단행한 부실기업 정리 명단에 삼호를 올렸다. 결국 1984년 8월 대림산업이 삼호를 위탁경영하다가 86년 5월 정부의 산업합리화 조처로 완전히 인수했다.

‘해외건설면허 1호’ 타이틀을 쥐고 있던 고려개발 역시 해외 건설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에 빠졌다. 1987년 2월 1800억원이 넘는 빚을 지면서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 절차를 밟았다. 법정관리인을 맡은 한일은행은 여러 건설사들과 인수교섭을 벌였으나 나서는 기업이 없었다. 할 수없이 일단 위탁관리만 시키기로 하고 대림산업과 이에 합의했다가 결국 1987년 4월 대림산업이 인수를 결정했다.

이후 고려개발은 회복을 위해 ‘기업은 돈되는 장사를 해야한다’는 원리에 충실히 매달렸다. 우선 이익이 나지않는 해외건설면허를 반납했다. 시장규모는 크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아파트사업 역시 정리하고 관급토목공사 부문에 주력했다. 덕분에 1989년 33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뒤 9년 연속 흑자행진이 이어졌고, 1998년 9월 마침내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삼호 역시 인수 이후 산업합리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대림산업은 2000년대 초중반 두 회사의 인수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봤다. 토목과 SOC사업에 강점을 지닌 고려개발, 중소형 주택전문기업인 삼호를 통해 건설부문 3각축을 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위기 칼바람…삼호·고려개발, 차례로 워크아웃

좋은날도 잠깐, 위기는 또 찾아왔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대림산업의 든든한 벽조차 역부족일 정도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문제로 삼호와 고려개발이 타격을 입자 금융시장의 우려가 극에 달한 것이다. 급기야 대림산업은 같은 해 10월 비공개 투자자설명회(IR)에서 "삼호의 재무상태가 계속 나빠진다면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며 “주주들에게 자회사로 인한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계열사 중 고려개발은 끌어 안고 삼호는 정리한다는 뜻과 다름없었다.


당시 고려개발의 토목 매출 비중은 60~70%선, 나머지는 자체 혹은 관급 건축사업이었다. 반면 삼호는 건축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대에 달했다. 토목의 경우 마진율이 낮아도 현금 유입이 꾸준하지만 주택은 경기가 좋지 않으면 사업이 중단돼 현금 대신 금융비용만 나가게 된다. 대림산업 스스로도 주택사업 부진을 면치 못하던 와중에 삼호까지 챙길만한 여력이 없었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에 휩쓸린 삼호는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대림산업은 남아 있는 고려개발을 살려내는 데 힘을 쏟았다. 2009년부터 총 3808억원 규모의 자금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내리사랑'에도 고려개발의 병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토목 전문 업체로 출발한 이후 주택사업으로 그 영역을 넓힌 점이 문제였다.

특히 기폭제가 된 곳이 용인 성복지구 PF 사업장이다. 금융위기로 사업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착공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고려개발과 대림산업은 PF대출 이자율 감면과 만기 연장에 매달렸으나 대주단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려개발은 끝내 2011년 11월 30일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밖에 없었다. 대림산업이 500억원의 대여금을 지원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더디지만 꾸준한 회복…천덕꾸러기서 효자로

고려산업이 유동성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러진 시기, 반대로 삼호는 사정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2011년 순손실 464억원을 기록한 이후 매년 적자폭이 줄다가 2013년 흑자전환하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삼호는 인력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채용을 확대해 수주활동을 강화하고 기존의 부실 현장들은 과감히 정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때마침 2014년부터 주택시장 훈풍이 분 덕에 빠르게 현금을 쌓을 수 있었다.

2016년 말에는 채권단 결의로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2017년 7월 대림산업은 42% 수준이던 삼호 지분을 73%까지 확대하며 연결회사로 다시 편입했다. 관계사로 떠나보낸지 7년 만의 귀환이었다. 삼호의 사례는 공적 자금 지원이나 M&A없이 자체적으로 채권단 관리절차를 벗어난 '자력 회생'이라는 점에서 워크아웃 모범생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 때까지도 고생 중이던 고려개발은 삼호를 본보기로 삼아 정상화 노력을 계속했다. 2016년에는 4년간 속을 썩이던 의정부경전철 사업을 포기했다. 매년 70억원가량의 손해를 안겨주던 사업이었다. 사업 중도 해지에 따른 후순위 대출금 재원 마련을 위해 대림산업은 2016년 말 고려개발에 대한 자금지원을 11개월 만에 재개하기도 했다.

부실 경전철사업을 정리한 효과는 곧 나타났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8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당기순이익이 2017년부터 플러스로 돌아섰다. 2019년까지 3년 연속 흑자 기조가 계속됐다.


마침내 고려개발 채권단은 채무 상환기간을 한달가량 앞둔 2019년 11월 14일, 워크아웃 절차 종료를 통보했다. 삼호처럼 대림산업 연결 종속기업으로도 다시 포함되기 시작했다.

삼호와 고려개발의 회복은 대림산업 실적에도 적잖은 보탬이 됐다. 대림산업은 창립 80주년을 맞은 2019년 첫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11.4%로 건설업계 최고 수익성을 보여줬다. 고려개발의 경우 12월 한 달 정도밖에 실적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합병을 앞둔 만큼 앞으로의 잠재력에 더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삼호와 고려개발이 각각 따로 사업을 하는 것보다 각자의 장점을 합치면 앞으로 성장의 측면에서 훨씬 힘을 받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대형건설사가 할 수 있는 사업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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