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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톡스 열전]우후죽순 신규 업체, ‘균주 전쟁’ 뇌관 되나⑧제테마 외 출처 공개 전무…가능성만 믿고 '깜깜이 투자' 우려도

최은수 기자공개 2020-04-01 08:07:03

[편집자주]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보톡스를 대명사로 만든 미국 엘러간의 아성을 한국 바이오텍들이 무너뜨릴 차비를 하고 있다. 이미 한국은 국내 업체들이 시장을 석권한 상태다. 글로벌 퍼스트인 클래스 의약품을 로컬 기업이 극복한 유례없는 사례다. 이 과정에서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품질 및 균주 논란 등 내홍의 흔적도 역력하다. 더벨은 보톡스 시장을 통해 본 한국 바이오텍의 글로벌 시장 진출 현황과 과제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31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진출하는 신규 업체들이 줄을 잇는다. 대형·중견기업은 물론 바이오벤처까지 가세해 전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출혈경쟁을 예고한다. 신규 업체 가운데 이미 적잖은 투자를 유치한 곳들도 있다.

다만 신규 업체를 포함한 국내 업체 대부분이 균주 출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은 우려를 낳는다. 선제적으로 균주 출처를 공개한 제테마 외엔 어느 곳도 논란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셈이다. 불확실성이 가중하는 상태에서 투자가 이뤄질 경우 향후 전망이나 성장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업체가 글로벌 절반 이상 차지…K-보툴리눔의 힘?

보툴리눔 톡신은 강력한 독소인 탓에 정제와 가공, 관리가 모두 까다롭다. 생화학무기로 사용될 우려도 있어 관리·통제가 역시 까다롭다.

미국 톡신 시장에서 원조 엘러간이 오랫동안 최고의 자리를 수성해 온 까닭도 이 때문이다.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엔 규제 장벽이 매우 높았던 탓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 톡신 생산 업체는 7곳에 그친다. 엘러간(미국)을 필두로 유에스월드메즈(미국), 레반스 테라퓨틱스(미국), 입센(영국), 멀츠(독일), 갈더마(스위스), 란저우생명공학(중국) 등이 뒤따른다.

반면 한국에선 현재까지 수출용을 포함해 제품 허가를 받은 업체만 8개다. 국내 원조 메디톡스를 비롯해 휴젤, 대웅제약, 휴온스는 국내 제품 허가까지 획득한 업체다. 대형제약사인 종근당은 상반기 경 원더톡스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밖에 파마리서치바이오 한국비엔씨, 한국비엠아이 등도 수출용 제품 허가를 받은 상태다. 한국비엔씨(비에녹스)와 한국비엠아이(하이톡스)는 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취득했다. 2007년 설립한 한국비엔씨는 필러 등 미용성형용 의료기기와 히알루론산 필러가 주력제품이다. 2005년 설립한 한국비엠아이는 제주도 유일의 제약회사다.

엘러간이 국내 시장 진출 초기 차지했던 독점적 지위를 잃은 것도 우리나라 업체들이 발빠르게 시장에서 대응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톡신 업체들은 엘러간에 뒤처지지 않는 품질에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내세워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빠른 성장 이면에 뒤따르는 '균주 출처 논란'

다만 국내 톡신 업체들의 고속 성장엔 균주 출처 논란이 꼬리표로 뒤따른다. 균주 출처 논란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소송으로부터 시작됐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역시 균주 논란을 불식할 수 있는 관련 정보 전체를 공개하진 않았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업계 신뢰 제고를 위해 균주의 정확한 정보를 공개할 의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만 보툴리눔 톡신 기업에 출처 논란이 따라붙는 이유는 다른 나라에 비해 간단한 신고 절차만 거치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규제가 엄격하지 않아 빠른 속도로 성장에 성공했지만 현존하는 최고의 독성을 지는 균주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보툴리눔 톡신 기업은 질병관리본부에 균주 기원을 기재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균주 획득 경위에 대한 자세한 기술은 없어도 된다. 균주가 발견된 물건이나 위치 등만 기재하면 된다.

업체의 주장에 대한 별도의 검증 과정 또한 없다. 현재 국내 업체들은 영업 비밀 등의 이유를 들어 균주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실정이다. 제테마 만이 균주 정보 및 출처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제테마 균주 정보. 논란의 대상인 Hall 균주와는 염기서열이 95% 일치했다. 유전학적으로 유의미한 차이이자 제테마 균주가 HALL 균주에서 유래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업계 일각에선 국내 업체들 가운데 적지 않은 곳이 균주를 암시장에서 거래해 온 것이란 의심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일각에선 암시장에서 3억원 내외면 톡신 균주를 살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물론 이같은 의혹은 의혹일 뿐이다. 해당 업체들은 국내 현행법에 의거해 정식으로 균주 취득 신고를 마친 상태다. 균주 자체가 희귀하고 보유 및 분리 동정 과정 자체가 영업비밀에 가까워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 또한 설득력을 얻는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해외에선 균주 출처는 물론 기업 대표의 전문성, 범죄 이력까지 엄격하게 따지는 등 국내보다 엄격하게 관리한다”며 “우리나라도 오는 6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툴리눔 균주 사전 허가제를 골자로 하는 규제 강화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끝이 아니다' 신규 업체 대기업 투자 등 업고 진출 봇물

균주 관련 논란이 정리되지 않은 신생 업체들은 여전히 국내 톡신 시장으로 진격 중이다. 현재 균주를 발견했거나 임상 등을 추진하는 업체들의 계획대로 제품이 개발되면 2023경년엔 최소 15개 업체가 국내 톡신 시장에서 경쟁하게 된다.

균주 발견 및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 받은 업체는 모두 신생 바이오벤처다. 프로톡스·칸젠·유바이오로직스·이니바이오·제네톡스 등이 보툴리눔톡신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프로톡스는 지난해 경기도 화성 향남제약단지에 보툴리눔톡신 생산공장을 완공했다. 연간 270만 바이알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자체개발한 '프로톡신'의 올해 임상 1상에 착수할 계획이다.

유바이오로직스와 이니바이오는 지난해 3월과 12월 각각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 받았다. 유바이오로직스는 ATGC와 손잡고 톡신 개발에 나섰다. 이니바이오엔 김청세 전 대웅제약 나보타연구팀장이 각자대표로 있다. 칸젠은 설산에서 발견한 보툴리눔톡신 균주의 등록을 마쳤다.

신규 진출 업체들 가운데 대형 제약사들이 투자에 나선 곳도 적지 않다. 이니바이오와 ATGC는 각각 일동제약과 동국제약으로부터 4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파마리서치바이오 또한 LG화학과 중국 독점판매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하며 계약금 10억원을 받은 상태다. 블랙트리는 제천시와의 협약을 통해 톡신 공장 용지를 무상으로 제공받기로 했다.

다만 이같은 신생 톡신 업체에 대한 투자는 리스크가 크고 일종의 '깜깜이 투자'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톡신은 업체별 경쟁력의 핵심이자 미래인데 이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탓이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소송전 결과에 따라 균주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회사들은 추가 소송전에 휘말릴 우려 역시 적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툴리눔 톡신은 위험성이 큰 만큼 균주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면 규제 강화와 함께 유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하는 것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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