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6(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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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현대제철 온실가스 부채 1000억 돌파, 환경비용 '이중고'탄소배출 부채 환차손보다 커…내년 3차 감축 시행 '재무적 리스크'로 부상

구태우 기자공개 2020-04-01 10:40:56

이 기사는 2020년 03월 31일 15:2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고로철강사는 지난해 '악몽'과 같은 한 해를 보냈다. 지자체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블리더(압력조절 밸브)'를 무단으로 개방해 대기오염 물질을 개방했다는 이유로 10일의 조업중지 처분을 내렸다. 이 처분이 집행될 경우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고로는 가동을 멈추고 수조원의 손실을 입는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한국철강협회가 전방위로 나서면서 조업 중지는 피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약 1조원, 현대제철은 3000억원을 투자해 설비를 환경친화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이 사태는 환경문제가 더 이상 비용이 아닌 '리스크'인 점을 고로철강사에 각인시켰다.

'브리더' 논란은 피했지만 또 다른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로 지불하는 탄소배출권이다. 탄소배출권 거래는 온실가스 감축량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이 탄소 배출량의 할당을 초과할 경우 다른 나라의 기업 등에서 할당량을 매입할 수 있는 제도다. 철강사 등 관련 기업들은 한국거래소에서 탄소배출권을 매매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철강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이산화탄소는 메탄, 아산질소와 함께 온실가스(복사열을 흡수 또는 반사하는 기체)로 분류된다. 철강사는 철강재 1톤을 생산할 때 평균 1.83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때문에 탄소배출권은 제품 생산과 관련된 주요한 경영 현안 중 하나다.

내년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부의 '3차 계획'이 실행된다. 배출권 시가가 눈에 띄게 오르고 있어 탄소배출권은 경영 현안을 넘어 '재무적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는 정부의 무상할당량이 많은 데 반해 현대제철은 상대적으로 할당량이 작다. 포스코는 연간 3800만톤의 철강재를 생산하고, 현대제철은 2100만톤을 생산한다. 그런데 포스코는 온실가스 배출 초과분이 없는 반면 현대제철은 배출량을 초과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정부의 무상할당분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제철이 지난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한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배출부채'는 1193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제철은 무상으로 받은 할당량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경우 이를 회계상 '충당부채' 항목에 반영한다.

충당부채는 현금 지출의 시기가 불확실하지만, 거래로 인해 현금 유출 소지가 큰 경우 선제적으로 회계에 반영한 부채다. 현대제철 등 온실가스 배출로 배출부채를 쌓는 기업은 3년마다 한국거래소에 부채를 상환해 상각 처리한다.

현대제철의 3개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배출부채는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배출부채는 27억원, 2018년 441억원을 기록했다. 배출부채 증가율은 78.4%에 달했다.

배출부채 증가세가 눈에 띄게 늘어난 건 회계상 누적해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과 2018년 각각 772억원, 414억원이다. 현대제철은 2016년 1935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는데, 2018년과 2019년 2251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2018년에는 전년(1910만톤)보다 14%(316만톤)의 온실가스를 더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출부채를 기준으로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2018년 165만6000톤을 초과해 배출했고, 지난해에는 202만6246톤을 초과해 배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배출권 기준 시가를 2만5000원, 2019년 3만8100원으로 산정해 계산한 결과다.


현대제철의 배출부채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국내 기업들은 정부 기조에 맞춰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대제철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이전까지 1900만톤 안팎을 유지했는데, 2년 연속 2000만톤을 넘었다. 또 다른 시사점은 배출권 시가가 오르고 있어 재무적 부담은 더 커져다는 점이다. 지난 13일 기준 배출권 기준 시가는 4만300원으로 2년 새 37% 올랐다.

결국 같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더라도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더욱 커진 셈이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인식한 배출부채는 772억원으로 같은해 이자비용(2770억원)의 27.8% 수준이다. 외환차손은 426억원으로 환손실보다 온실가스로 인한 비용이 더 많은 셈이다.

이 때문에 고정비를 절감해 가능한 한 많은 수익을 내야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고민은 더 커졌다. 현재 철강시장은 원가(철광석) 부담과 제품가 동결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70%(6559억원) 감소했다. CFO인 서강현 현대제철 재경본부장은 유관 부서들과 함께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수익성 방어가 서 전무의 최대 과제가 되면서 온실가스 배출 관리도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부상했다. 정부가 무상 제공하는 온실가스 할당량은 차입이 가능하다. 당해 연도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되면 다음 사업연도의 무상할당량에서 차입해 쓸 수 있다. CFO는 배출권 시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차입하지 않고, 시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차입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회비용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올해는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 2차 계획기간(2018년~2020년)이 종료되는 마지막 해다. 정부는 내년부터 3차 계획기간(2021년 ~ 2025년)이 시행되면서 기업의 무상할당량을 정하고 있다.

정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따르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량을 5억3600만톤으로 정했다. 2017년(7억900만톤)보다 1억톤 이상 줄여야 달성 가능한 수치다. 이 때문에 3차 감축기간에는 기업의 무상할당량은 줄이고, 선도거래 비중이 늘어난다. 배출권 수요는 줄고, 공급량은 줄여 가격인상을 부채질 할 전망이다.

결국 철강사들은 제품 생산을 위해 온실가스를 시장에서 사와서 써야 하는 셈이다. 이는 시황 악화로 어려움에 빠진 기업의 부담을 더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온실가스 3차 계획이 시행되면 대상 기업들이 늘어 기업의 부담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며 "환경 보호의 편익에도 철강업은 물론 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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