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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영구채 가늠자 역할, 투심 ‘이상 무’ 2800억, 조달금리 낮춰 발행 성공…조기상환시점 도래 규모 2조 넘어

이지혜 기자공개 2020-04-02 15:13:26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1일 15:5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가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에 성공했다. 발행사는 물론 투자은행업계까지 희소식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유업종 실적부진 등 부정적 소식이 이어지는데도 발행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영구채 시장의 투자심리가 썩 나쁘지 않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올해 조기상환시점이 돌아오는 영구채는 2조원이 넘는다.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추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발행사는 물론 투자은행업계까지 가슴을 졸였다.

◇현대오일뱅크, 영구채 투자심리 가늠자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3월 30일 현대오일뱅크가 280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만기는 2050년 3월 30일이지만 5년 뒤 조기상환할 수 있다는 콜옵션이 붙었다. 조달금리는 3.5%이며 대표주관업무는 미래에셋대우, KB증권, NH투자증권이 맡았다.

현대오일뱅크는 기존 영구채를 차환하는 데 조달자금을 쓴다. 2015년 12월 11일 225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해 올해 12월 조기상환기한이 돌아오는 데 따른 것이다.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10월부터 연간 투자를 마무리 지으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것을 고려해 일찌감치 영구채 차환 발행에 나섰다. 하반기 금융시장 변동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현재 절대금리 수준이 낮다는 점도 발행을 서두른 이유로 꼽힌다.

현대오일뱅크의 결정은 옳았다. 기존 영구채보다 금리를 크게 낮췄다. 2015년 영구채 조달금리는 4.75~4.8%에 이르렀지만 차환에 성공하면서 조달금리를 100bp 이상 낮출 수 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채권시장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이 정도 금리로 영구채 발행을 성사시킨 것은 발행사 입장에서 큰 성과”라고 말했다.

당초 투자은행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의 영구채 차환발행 성사여부를 놓고 회의적인 분위기였다. 시장 수요를 조사할 때만 해도 채권시장 투자심리가 양호했지만 2월 중순 이후 시장이 경색되면서 투자의사를 철회하는 투자자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그런 예상을 뒤엎고 조기상환 금액 이상의 수요를 확보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차환발행 성사는 영구채 시장에 긍정적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이 크게 줄어든 데다 국제유가가 요동치는 등 정유업종에 대한 부정적 이슈가 많았다”며 “그런데도 신용등급 AA-인 현대오일뱅크가 영구채 차환발행에 성공했다는 것은 다른 기업들 역시 무난히 투자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청신호”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1조1168억원, 영업이익 5220억원 냈다. 2018년과 비교해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21% 감소했다. 부채비율은 136.3%로 2015년 이후 가장 높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국제유가마저 폭락했다. 전 임원들이 급여 20%를 반납하며 비상경영에 들어갈 정도로 위기감이 고조됐다. 그런데도 현대오일뱅크를 향한 투자심리는 견조했다.

◇조기상환시점 영구채 2조원 넘어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발행물 기준으로 올해 조기상환시점이 닥치는 영구채는 외화채까지 합쳐 모두 2조1891억원 규모다. 특이점은 올해 조기상환시점이 도래하는 영구채 상당수가 2015년 발행물량이라는 점이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2015년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신용평가사들이 기업 신용등급을 대거 하향조정하는 기조를 보였다”며 “발행사들이 신용등급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영구채를 발행했다”고 말했다.
출처: 금융감독원 등
상환 여부를 제쳐놓고 올해 조기상환시점이 도래하는 발행사는 만도, GS건설, 신세계조선호텔, 신세계, SKE&S, 풀무원, CJ제일제당 인도네시아법인, 파주에너지서비스, 현대오일뱅크, 대한항공 등 모두 10곳이다. 이들 중 대한항공을 제외한 9곳은 모두 2015년 영구채를 발행했다. 신용등급도 5곳 이상이 AA급이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IMF 외환위기 이후로 AA급 이상 발행사들이 디폴트 사태를 겪는 일이 사실상 거의 없었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AA급 이상 안정성 좋은 회사채를 더 높은 수익률에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영구채는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떨어져 높은 수익을 추구하지만 조기상환시점까지 보유할 여력이 있는 보험사 등이 주로 투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채권시장이 워낙 위축되어 있어 여전히 리스크가 있지만 5~6월 이후에는 무난히 영구채 차환발행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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