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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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업 리포트]김봉진 대표가 맞바꾼 지분 '13%'의 의미우아한형제들, 딜리버리히어로와 빅딜로 '해외 개척' 꿈

서하나 기자공개 2020-04-06 08:20:03

[편집자주]

플랫폼(Platform)이란 본래 기차 정거장을 뜻하는 용어다. 현재는 많은 이용자가 이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모바일 앱, 웹사이트 등을 통칭하는 의미로 더욱 널리 쓰인다. 구글, 애플,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은 이미 일상 곳곳으로 침투한 지 오래다. 방송, 교육,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플랫폼과 배달, 운송 서비스 등으로 삶으로 스며든 각 분야 대표 플랫폼 기업의 현황 및 사업에 대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3일 07:4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의 결합 소식은 국내 M&A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4조원이 넘는 매각가뿐 아니라 2위 기업이 1위 기업을 인수한 케이스란 점에서 화제가 되기 충분했다.

특이한 점은 김봉진 대표는 이번 M&A에서 현금을 쥐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른 주주들과 함께 지분을 넘겼다면 막대한 차익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본인이 보유한 13%의 지분을 고스란히 딜리버리히어로 지분과 맞바꿨다.

김 대표에게 이번 딜은 해외 진출을 위한 발판이다. 김 대표는 지속적으로 해외 진출을 타진해 왔다. 배달의민족은 2014년 일본에 진출했다가 좌절한 바 있다. 지난해엔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도 아시아 시장이 고민이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독일에서 시작한 글로벌 배달앱 플랫폼이다. 한국에서 기발한 마케팅으로 젊은 층을 사로잡은 김 대표라면 아시아 시장을 맡기기에 충분했다. 엑시트 대신 주식 맞교환으로 두 회사가 결합한 이유다.

◇5조 '빅딜'…김봉진 대표 손에 현금은 없다

딜리버리히어로(DH)는 지난해 12월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를 40억 달러로 평가해 지분 87%를 인수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우아한형제들의 최대 주주 힐하우스캐피탈을 포함해 알토스벤처스, 골드만삭스,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은 막대한 차익을 누렸다.

반면 김봉진 대표(9.89%)와 경영진이 보유한 우아한형제들 지분 13%는 현금 대신 딜리버리히어로 지분으로 맞교환이 이뤄졌다. 김 대표의 딜리버리히어로 지분은 약 3~4% 수준으로 추정된다. 딜리버리히어로 주주 가운데 개인 최대 주주에 해당한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최대주주 Naspers Group(22.17%), Baillie Gifford Group(10.57%), Insight Group(7.71%), Luxor Group(5%) 등을 주요 주주로 두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DH) 주요 경영진에 이름을 올린 김봉진 대표. 출처 : 딜리버리히어로 기업소개 자료.

김 대표는 지분 맞교환 이후 '우아DH아시아'의 회장(Chairman)에 올랐다. 우아DH아시아는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가 각각 지분 50%-1주, 50%+1주를 출자해 세운 합작법인이다. 아시아 시장의 배달앱 시장을 노리고 있다.

김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는 대로 대만, 라오스,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싱가포르, 태국, 파키스탄, 필리핀, 홍콩 등 아시아 11개국 배달 서비스를 총괄한다. 지난해 딜리버리히어로 전체 매출의 약 37%가 바로 아시아 시장에서 나왔다. 김 대표는 지분 맞교환으로 더 큰 책임을 짊어졌다.

딜리버리히어로(DH) 2019년 전체 실적과 아시아 실적. 출처 : 딜리버리히어로 IR 자료.

◇어제의 '동지'가 '적'으로, '적'은 다시 '동지'로

우아한형제들의 첫 해외 진출은 2014년 '일본'이었다. 약 54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함께였다. 양사는 합작법인(JV) '라인브로스'를 세우고 '라인 와우(LINE WOW)' 서비스를 선보였다. 라인 와우는 오자키, 아느루트루베 등 도쿄 시부야 유명 레스토랑 6곳의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프리미엄 배달 서비스였다.

정작 일본 소비자들이 큰 흥미를 보이지 않자 1년 만에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첫 해외 진출은 그렇게 교훈만 남긴 채 싱겁게 끝났다.

그로부터 6년이 흐른 2020년. 어제의 동지가 적수로 만났다. 우아한형제들과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각각 일본 배달 시장에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라인은 네이버의 계열사 네이버 J허브와 각각 1700억원씩 총 3400억원을 일본 배달기업 '데마에칸'에 투자한다. 2017년부터 배달 서비스 '라인 데리마'를 운영하며 기회를 노렸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배달을 넘어 테이크아웃, 클라우드 주방 등을 포함한 종합 식품 플랫폼으로의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라인와우(LINE WOW) 서비스. 출처 : 라인 홈페이지.

우아한형제들도 '절치부심' 끝에 다시 일본행을 결정했다. 현지 시장조사와 연구부터 다시 시작한다. 현재 일본 현지 팀을 꾸리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와 함께 싱가포르에 세우는 합작회사인 우아DH아시아가 아닌 우아한형제들이 직접 추진하는 사업이다. 구체적인 진출 시기와 진출 모델 등은 결정하지 않았다.

어제의 적이었던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와는 동지가 됐다. 양사는 함께 베트남을 공략에 속도를 높인다. 우아한형제들은 2018년 베트남 호찌민에 현지 파견팀을 보내 시장 조사를 벌였다. 처음에는 길거리 쌀국수집에 모여 끼니를 해결하겠거니 했지만 예상외로 호찌민 젊은 직장인은 커피와 디저트 배달에 큰 관심을 보였다. 본격적인 서비스는 2019년 2월 베트남 현지 배달 기업인 'VIATNAMMM'을 인수하면서 시작했다.

특유의 '감각 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다. 베트남 명절에 주고받는 일종의 세뱃돈 봉투에 '이거 엄마한테 맡기지 마'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보지마' '봄에 받는 수입' 등 멘트를 적어 큰 호응을 얻었다. 배달의민족이 직접 판매한 이 봉투는 하루에 1000장 이상 팔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베트남 젊은 층에 배달의민족을 제대로 알린 계기가 됐다.

젊은 인구 비중이 높은 베트남에서 배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베트남 배달앱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430억원(3800만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딜리버리히어로(DH)와 우아한형제들의 합작회사 '우아DH아시아'. 출처 : 딜리버리히어로 기업소개 자료.

어제의 동지는 적이 되고 적은 다시 동지가 됐지만, 김봉진 대표가 적극적으로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그대로다. 김 대표는 일본과 베트남 등 해외 진출을 모두 직접 주도했다. 코로나 여파 전만 해도 본사에서 근무하는 시간 외에 일본, 베트남 등 해외를 바쁘게 오갔다. 미국, 북미와 유럽 등을 방문해 여러 시장조사도 진행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김 대표에) 이번 딜리버리히어로와의 딜은 처음부터 엑시트가 아닌 해외시장 개척이란 오랜 꿈을 제대로 이룰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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