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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청년 창업 성공신화' 허상속 허우적댄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요식 대기업 오너에 대항하는 청년 창업자가 실제로 마주칠 잔혹한 현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공개 2020-04-02 11:10:51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2일 10: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인공 박새로이(박서준 분)는 억울하게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 후, 아버지의 뺑소니 살해범을 폭행했다가 전과자가 된다. 그 모든 불행을 가져온 요식 대기업 장가의 오너 일가에게 복수를 하기 위한 발판으로, '단밤'이란 이름의 포차를 시작한다. 동명의 인기 웹툰 원작자가 직접 각색에 참여하고, 스타들을 캐스팅해 방영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설정이다.

방영을 시작한 후엔 명확한 선악구도, 매력적인 주인공들, 화려한 볼거리와 속시원한 결말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줬다는 평가를 받으며 큰 성공을 거뒀다. 마침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TV 시청시간이 길어지고 극장에도 못 가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시청률은 지속적인 우상향 고공행진을 했다.

그러나 그런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 스토리의 한 축인 주인공의 창업과 성공이 너무 단선적으로 그려졌다는 점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일단 그 시작부터 너무 안이했다. 포차라는 동일 업종에서 사업을 시작해 요식 분야의 대기업을 이루기 위해 주인공이 한 일이라곤, 고작 장가 장대희 회장(유재명 분)의 자서전을 몇 년간 열심히 반복해서 읽고 외운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단밤의 문을 열었을 때는, 그나마 그 책을 통해 배운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상태였다. ‘골목식당’에 출연했다면, 백종원 대표에게 엄청난 꾸지람을 들었을 수준이었던 것이다. 전혀 요리를 배우고 해본 경험이 없는 요리사를 주방을 배치한 것부터 그렇다. 대표 메뉴도 없이 이것 저것 대충 안주를 만들어내는 상황인데도, 주인공은 아무런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 정도야 설정상 그렇다고 넘어갈 수는 있지만, 그 뒤에 벌어지는 일들은 기가 막히다. 인플루언서 조이서(김다미 분)가 매니저로 합류해 매장 컨셉을 바꾸고 소셜미디어 홍보를 시작하자, 단밤은 바로 핫 플레이스로 뜬다. 그리고 매니저의 질타와 주인공의 신뢰에 자극받은 주방장은, 단번에 일취월장하여 TV 포차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승까지 한다.

외식 분야 청년 창업의 실상을 철저히 무시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드라마 속 박새로이와 단밤의 성공에 감화 받아, 같은 방식으로 요식업에 뛰어들겠다는 젊은이들이 존재할 수 없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문제는 그 뒤에 일어나는 더 환타지에 가까운 전개다. 창업 멤버를 무한히 신뢰하는 주인공의 인성과 포차 하나의 성공을 믿고 수십억을 투자해 주는 엔젤 투자자를 만나는 일은, 심지어 이 드라마의 팬들로부터도 비현실적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그렇게 투자받은 돈으로 시작한 프렌차이즈 사업은 대성공을 거두고, 주인공은 곧바로 중국에 진출한다. 결론은? 오너 리스크로 인해 무너져버린 장가까지 인수하며, 드라마의 표현 그대로 ‘국내 1위의 요식기업’이 되는 신화를 이룩하는 해피 엔딩이다. 문제는 그 핵심 동력이라는 것이 창업멤버들의 역량과 가능성을 믿고 끝까지 밀어주는 주인공의 인성 단 하나 뿐이라는 점이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미 대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는 여전히 4명의 창업 맴버들에 의해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것으로 그려진다. 심지어 나중에 합류한 것으로 보이는 임원들과의 회의에서, 그 임원들의 의견이 창업 멤버들에 의해 무시되는 장면까지 등장한다. 회장이 본인과 자신의 핏줄에 집착했던 장가의 모습이, 사람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요식업 분야에서 창업한 청년들이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이, 이와는 너무 다르다는 사실이다. 모 시장조사기관이 지난해 4분기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창업 희망자의 37%(중복 허용)가 외식 또는 요리 관련 창업을 원하며,특히 20~30대는 40%이상으로 더 높았다. 그러나 그렇게 창업된 외식 업체가 1년을 넘겨 운영될 확률은 일반적으로 30% 이내에 불과하다.

설사 1년을 넘게 살아남는 작은 성공을 이뤄냈다 해도, 그것이 중장기적으로 계속될 지는 미지수다. 프렌차이즈를 통해 확장되고 해외로까지 진출할 가능성은 더더욱 제한적이다. 그런 극미한 확률에 도전하려면, 주인공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준비를 기초부터 해야한다. 장가 회장이 남긴 아래 대사가, 오히려 청년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더 많아 보이는 이유다.

“동네 장사는 거리 특성을 알아야 하고, 괜찮은 기업이라 함은 트렌드를 잘 알아야해. 그럼 장가 같은 정점에 있는 기업은? 국민성을 알아야지. 이 나라의 국민성. 쉽게 타오르고 쉽게 꺼지지. 이쪽에서 쳐맞고 저쪽에서 까먹어… 12% 주가 하락? 8년 전 불매운동 때 주가는 얼마나 떨어졌을까? 37%야. 반 가까이 떨어졌다가 반년만에 다시 올랐어. 왜? 요식기업의 본질, 장가는 맛있으니까.”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5ESbUBKO10Y
(본 편은 재방송, IPTV, 넷플릭스 그리고 굿다운로드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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