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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생존전략]워커힐, 홀로서기 후 최대 위기…버티기 체력 '튼튼'⑥50년 굴곡 거치며 다각화로 저변 다져…SK네트웍스 기반 과감한 휴장 결정

전효점 기자공개 2020-04-06 07:31:51

[편집자주]

코로나19 확산으로 호텔업계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방한 외국인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내수까지 급감하고 있다. 운영비 부담이 큰 호텔 비즈니스의 특성상 고강도 다이어트는 이미 예견돼 있다. 더벨은 국내 대표 호텔들의 위기 상황과 이에 대응한 생존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2일 15: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워커힐' 브랜드로 대표되는 SK네트웍스의 호텔 사업은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호텔 3형제' 그랜드워커힐·비스타워커힐·더글라스하우스 등 호텔 3곳을 주축으로 한다. 객실 규모는 478개 객실을 거느린 그랜드워커힐이 가장 많고, 비스타워커힐과 더글라스하우스는 각각 250실, 52실을 보유하고 있다.

연 13조원에 이르는 SK네트웍스 매출 가운데 워커힐 사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워커힐 사업부는 SK그룹 오너가가 대대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SK그룹은 1973년 정부 입찰로 나온 워커힐 호텔을 인수한 후 현재까지 50여년간 호텔업을 영위해왔다. SK 창업주 최종건 회장이 타계 직전 마지막으로 인수한 것이 워커힐 호텔이다. 이후 현재 최신원 회장의 손까지 내려오면서 대대로 애착이 누적됐다.

이같은 배경에서 SK네트웍스는 호텔업의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현재 워커힐 사업부가 호텔업 외에도 골프장 클럽하우스, 인천공항 환승호텔, 외식업 등 CS사업, 임대업 등 탄탄한 다각화 구조로 안착한 것도 이같은 노력 덕분이다. 2016년 면세업 철수 이후 사업부 매출이 쪼그라들었지만 곧 자가 브랜드 강화, 대규모 레노베이션, 부대시설 확장 등 실적을 견인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가 뒤이었다. 코로나19를 맞닥뜨리기 직전, 워커힐 사업부는 작년 말을 기점으로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워커힐 호텔 전경

◇면세 철수 후 '반토막' 난 실적, 사업다각화로 회복

워커힐 호텔은 업태 특성상 사업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침을 겪어야 했다. 호텔 본업 자체는 인건비·유지보수비 등 고정비 지출은 큰 데다 외국인 고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 때문에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중국 반부패 정책, 사드 사태 등 위기가 있을 때마다 매출이 출렁거렸다. SK그룹이 면세업이나 리조트업, 임대업 등 부대사업을 통해 본업을 보완하고자 했던 것도 외생 환경의 가변성 때문이었다.

면세업은 워커힐의 가장 오래된 부대 사업 중 하나였다. 워커힐 사업부는 1992년 당시 호텔 내 면세사업자 허가를 받으면서 업계에 처음 발을 내딛은 후 2016년 재승인 심사에서 사업권을 잃을 때까지 24년간 사업장을 운영했다.

면세업은 워커힐 호텔에 큰 힘이 돼 줬다. 사업부 연매출의 60%를 면세사업이 책임질 정도였다. 2015년 국내에 퍼졌던 메르스 사태에 방한 고객이 줄어들었지만 면세업이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역성장 폭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한 2016년 연매출은 22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 급감했다. 면세 매출이 제외됐을 뿐만 아니라 업종간 시너지 효과가 반감돼 객실 점유율도 동반 하락했다.

핵심 부대사업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워커힐 호텔은 독자 생존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 SK네트웍스의 선택은 또다시 '다각화'였다. 먼저 면세업 재승인 심사를 대비해 1000억원을 들여 개조했던 워커힐 지하에서 지상 3층까지의 면세업장 공간에 대한 활용 방안을 고심하기 시작했다. 결국 컨벤션센터와 회의장 등으로 전용해 호텔업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부대시설로 만들었다.

*2016년도 실적은 1분기 정리한 면세업 실적 제외

라운지 사업과 캡슐호텔 사업 등 강점이 있던 인근 업태로도 확장을 시도했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마티나 라운지 외에도 마티나골드라운지를 추가하면서 매출을 늘렸다. 인천공항과 여수공항 등지에서는 환승객들을 겨냥한 환승호텔 및 캡슐호텔 '다락휴' 사업도 시작했다.

2017년도에는 글로벌 호텔체인 스타우드와의 제휴를 종료하고 '쉐라톤' 브랜드를 떼어내면서 호텔 본업에서도 홀로서기에 나섰다. 쉐라톤워커힐과 W호텔을 현재의 '그랜드워커힐'과 '비스타워커힐' 등 자체 브랜드로 바꾸면서 대대적인 레노베이션에 나섰다. 이듬해에는 더글라스하우스도 자연을 즐기는 콘셉트의 독립적인 공간으로 개조, 워커힐 만의 특색을 살리고자 했다.

이같은 투자에 2017년 연매출은 2164억원으로 다시 한번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영업이익도 적자 전환했다. 새로운 브랜드로 거듭난 워커힐은 2018년 매출 2568억원을 달성하면서 19% 이상의 고성장에 성공했다. 객실 점유율이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영업이익도 빠르게 올라왔지만, 흑자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면세업 철수 후 2년간 해당 공간을 잘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왔다"면서 "다행히 사업다각화에 힘입어 라운지나 객실 수요 회복이 이뤄져 지난해 실적 회복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간신히 흑전했는데 악재 직면…'버티기' 여력은 충분

큼직한 사업구조 개편이 종료된 지난해는 모든 것이 순탄하게 흘러갔다. 독자 브랜드는 안정적으로 정착했고, 다각화의 결과 생겨난 외부 신사업도 호조를 띠었다. 연말 들어서는 방한객들이 급등,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작년 연매출은 2753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성장하고, 영업이익 31억원으로 연간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연초 한국을 덮친 코로나19로 순식간에 국면이 전환됐다. 객실 이용률(OCC)이 20% 이하까지 떨어지자 지난달 23일 호텔 3곳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그랜드워커힐은 한 달간 임시 휴장이 결정됐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운영 중인 캡슐호텔 '다락휴'도 임시 휴장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그랜드워커힐이 재개장하면 내달부터 비스타워커힐을 한달 간 휴장하는 결정이 내려진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부터 유급휴가 형식의 교대 근무로 전환된 직원들의 2부제 근무도 내달까지 연장됐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관련 무엇보다 고객들과 직원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휴장을 선택한 것도 현재 영업 강행보다는 예방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고 말했다.

정상 운영되는 호텔은 방역 및 감염 예방을 위해 철저한 준비 태세를 갖췄다. 매일 전 객실과공용 공간을 방역하는 것은 물론 호텔 입구에는 열감지 카메라를 부착해 잠재적 감염 요인을 통제하고자 했다. 로비, 프론트, 레스토랑 등 곳곳에는 비접촉식 체온계와 손 세정제, 마스크 등을 비치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서비스도 추가하고 있다. 고객이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 하면서도 호텔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인룸(In-room)' 패키지를 출시했다.


워커힐 호텔이 대기업 계열 5성급 호텔 가운데 처음으로 휴업과 유급 교대 근무에 나서면서 '과감한 긴축 모드'에 돌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SK네트웍스라는 든든한 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워커힐 사업부 내에서도 객실 영업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동종업계와는 달리 지난해까지 다각화를 선제적으로 이뤄놓은 것도 힘이 됐다. 호텔 사업부 밖으로도 렌탈·렌터카·정보통신·상사 등 소비재 사업 전반에 걸쳐 연매출 13조를 창출하는 SK네트웍스라는 견실한 기반이 최악의 사태를 막는 안전판이 될 전망이다.

다만 당분간 워커힐 사업부의 실적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단 최소한 내달까지 2개월 이상 기간 동안 영업 기반 절반이 셧다운된다. 인건비 등 주요 고정비는 지출이 유지되는 데다 설상가상으로 대규모 방역비까지 반영될 예정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내달 휴장이 끝난 이후에도 연장 결정이 내려질 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될 때까지 안전에 가장 방점을 둔다는 지침은 변함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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