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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 세종의 도전을 응원한다

조세훈 기자공개 2020-04-08 10:38:07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7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로펌의 역사가 깊어지면서 '세대교체'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창립자 중심의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가파른 성장기를 보낸 국내 로펌은 21세기 초입 대형화를 겪으며 몸집을 불렸다. 그 사이 엘리트들로 구성된 대형 로펌은 수백명의 변호사를 거느린 일종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1세대 은퇴라는 '미증유' 상황에 직면하면서 각 로펌마다 새로운 리더십 구축이란 과제를 안고있다.

로펌에는 어떤 리더십이 요구될까. 정답은 없지만 구성원의 색깔과 추구하는 목표에 따라 저마다의 리더십을 구성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은 파트너 간 평등주의를 기반으로 '합의에 의한 리더 선출'을 강조하고 있다. 김앤장이나 율촌 등은 설립자와 대표 변호사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하지만 세종은 다르다. 설립자인 신영무 변호사는 세종 내부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의적으로 차기 대표를 물망에 올린 후 형식적인 인준 절차를 밟을 수 없다는 얘기다.

수직적 의사결정 대신 합의제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한 세종은 최근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1983년 설립된 세종은 외환위기와 로펌 대형화 붐을 거치며 현재 500여명의 변호사를 거느린 대형 로펌으로 성장했다. 2013년에는 세종의 1호 어쏘 변호사이자 창립 멤버인 김두식 변호사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세대교체에 나섰다. 그해 판사 출신인 강신섭 변호사가 대표 변호사에 선출되며 외형상 안정적 운영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변호사들의 민의를 모아낼 수 있는 차세대 육성에 실패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인력 이탈과 성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한 새 대표 선출 과정에서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지난해 일선에서 물러난 김 변호사를 다시 대표로 모시며 '기형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세종의 이런 상황을 실패가 아닌 '성장통'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김앤장의 1인 체제나 광장의 집단지도체제는 의사결정은 효율적이지만 리더십 변동에는 취약성을 노출할 수 있다. 합의적 선출은 비록 시간이 걸리지만 경영 시스템을 강화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콧대 높은 변호사들이 서로 발전적 길을 모색하고 합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세종의 한 변호사는 "다소 혼란과 어려움은 있지만 모든 로펌이 가야할 길을 먼저 걷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보지 않은 길은 언제나 어렵고 힘들다. 세종은 민주적 형태의 리더십 구축이란 과제를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올해 말에는 새 대표 선출을 앞두고 있다. 지연된 세대교체를 이루고 강고한 민주적 운영시스템을 구축하는 전환기를 맞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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