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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문제는 중국이 아니다?…'나머지'가 더 중요중국 승인 전 거래종결 가능…기타 국가 허가·매수 측 의지가 관건

유수진 기자공개 2020-04-08 08:21:20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7일 15: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중국에서의 기업결합심사 일정이 미뤄지다 보니 유상증자 주금 납입도 같이 미뤄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말 당초 4월 7일로 예정됐던 유상증자 납입일이 연기됐다고 공시하며 중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유상증자 일정변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납입일을 특정일로 못 박지 않고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 등 다소 모호하게 명시했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지난해 말 계약 체결 당시부터 중국의 기업결합승인이 늦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딜 지연과 중국이 무관하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오히려 다른 주요국들의 승인과 HDC현대산업개발의 추진 의지가 딜 진행 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지난해 12월27일 금호산업과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서에는 거래종결의 선행조건 중 하나로 ‘공정거래위원회 및 외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승인을 포함해 거래종결 이전에 취득해야 하는 필요적 정부승인이 취득될 것’이라고 명시돼있다. 일단 주요국으로부터 결합 허가를 받아야 다음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해당 내용은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과 맺은 신주인수계약서에도 동일하게 포함됐다. 이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은 공정위를 포함, 미국과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의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다만 예외를 인정하도록 한 부분이 눈에 띈다. 공정위와 중국을 제외한 외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승인이 모두 취득됐고 중국의 승인 전에 거래종결이 이뤄지더라도 매수인이나 대상회사들에 중대하게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하지 않을 땐 해당 조건이 충족된 걸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이는 바꿔 말해 중국으로부터 승인을 받기 전 유상증자 참여 등 다음 진도를 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심사지연으로 거래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을 막기 위해 해당 내용을 넣은 것으로 풀이된다.

계약서상에 중국을 특정해 명시한 건 그만큼 중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상대적으로 까다롭고 오래 걸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계약 체결 당시는 코로나19 사태를 예상조차 할 수 없었던 평시였지만 굳이 예외조항을 둬 딜 지연을 경계했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기업결합심사가 오래 걸리기로 유명하다"며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가장 먼저 중국에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신경을 많이 쓴다"고 귀띔했다. 계약서에 이 같은 조항을 담은 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당연히 중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을 거란 확신이 깔려있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외 기타 국가들로부터 기업결합이 승인되면 신주발행 등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후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국당국의 승인을 얻으면 아무것도 문제될 게 없다. 이미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주총에서 발행주식총수를 기존 6억주에서 8억주로 확대하는 등 유상증자를 위한 준비작업을 마친 상태다.

최근 공정위도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승인하며 힘을 실어줬다. 공정위는 3일 양사의 주요 영위 업종이 토목건축공사업, 항공운송업으로 상이하다는 점을 들어 "관련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예상보다 빠르게 기업결합을 승인한 것을 두고 항공업황 악화 분위기를 고려한 거란 해석이 나왔다.

물론 미국과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의 승인 시점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를 패닉에 빠뜨리며 평소보다 심사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계약상 별다른 문제는 없다. 거래 당사자들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6개월 이내 거래종결이 이뤄지도록 하되, 기업결합심사 지연 등 사유 발생시 1년까지 기간이 연장되도록 했다. 현재는 SPA 등 계약 체결 이후 약 3개월 가량 지난 상태로 아직 여유시간이 충분하다.

특히 '승자의 저주' 우려로 인수포기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HDC현대사업개발은 기업결합심사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 내심 반가울 수도 있다. 산업은행과 계약조건 변경 등에 대해 협상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1년 내 주요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거래가 깨지더라도 이는 매수인 측의 귀책사유가 아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여전히 "예정대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심사 등이 좀 느리기 때문에 시기상의 이유로 해당 내용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역시 좀 늦어질 뿐이지 당연히 승인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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