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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구하라 양 사건을 계기로 본 신탁의 의미 [WM라운지]

배정식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공개 2020-04-10 15:25:26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8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는 가끔 너무도 젊은 연예인들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을 접하곤 한다. 설리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던 스물여덟의 고(故) 구하라 씨 사망 소식 또한 그러했다. 최근 구 씨의 어릴 적 성장 과정이 알려지면서 그 안타까움은 더해지고 있다.

9살 때 자신과 오빠를 두고 집을 나간 뒤 친권과 양육권까지 포기했던 생모가 구씨의 재산에 대해 부친과 함께 공동 상속권을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엄마 대신 할머니 보살핌 속에 함께 성장했던 친오빠는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생모의 상속권은 막아야 한다는 국민청원을 신청했고 시작 17일 만인 4월 3일 국민 10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로써 소위 '구하라 법' 청원은 소관 상임위원회 정식 심사를 받게 됐다.

자식을 버린 부모가 죽은 자식이 남긴 재산을 상속받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구씨의 친오빠는 법원에 생모를 상대로 상속재산 분할 심판 청구소송을 냈다. 구씨의 친아버지의 경우 부모 노릇을 못한 것이 미안하다며 스스로 구씨의 오빠에게 자신의 상속분을 양도했고 구씨의 친오빠는 민법 제1008조의 2에 규정된 기여분 제도를 근거로 생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0년 천안함 침몰사고 때도 비슷한 기사를 접한 기억이 있다. 자식을 버리고 가출한 생모가 27년 만에 나타나 군인사망보상금과 보험금을 부친과 공동상속인의 자격으로 받은 사례이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현행법에는 ‘자식 부양 외면’이 명문화된 상속 배제 사유로 변경되지는 않았다. 헌법재판소도 상속인 결격사유를 규정한 민법 제1004조에 대한 2018년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금번 국민청원에는 "민법상 상속결격사유'에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 대한 보호 내지 부양의무를 현저히 해태한 자'를 추가하고, 기여분 규정 중 '특별한 기여'를 한 경우에 한한다는 문구를 삭제함으로써 기여분의 인정범위를 넓혀달라“는 것이 주 내용이다. 사회적 합의를 반영한 입법과 적절한 규정의 신설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어질 것이다.

故 구하라 씨 사례가 2013년 소위 ‘최진실 법’처럼 주요한 민법의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지만 상속결격 자격이나 기여분제도 개정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고객들의 상속 고민과 재산 관리 갈등에 대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민법 개정에 대한 관심과 함께 또 다른 제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신탁이다.

생소하게만 느끼지는 신탁은 우리들 생활 속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급여생활자들의 퇴직금도 신탁으로 보호되고 있고, 아파트나 상가 분양도 신탁사를 통해 진행된 후 소유권도 신탁사로부터 이전된다. 이처럼 소중한 재산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신탁이다. 중세 유럽에서 시작된 신탁은 성인 남자가 전쟁에 나가면서 자신의 재산을 믿을 만한 친구에게 맡기고 자신이 살아 돌아오지 못하면 아들이 성년자가 되면 돌려주라는 제도에서부터 시작됐다.

신탁 제도는 미국으로 건너가 철도 자금 마련 등 투자신탁으로 꽃을 피우며 일상생활 속에서 보편적인 제도로 자리매김했다. 갈등의 요소가 있는 곳이면 간단히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계약으로 서로의 갈등을 줄여갈 수 있다. 갑작스러운 유고시에도 자신이 계약에서 정한 대로 원하는 이들에게 이전되게 함으로써 번거로운 절차를 최소화하고 당사자 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스물여덟의 너무나도 젊은 사람의 상속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나와 우리 모두 대비하고 스스로 준비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도 저출산·고령화·1인 가구의 증가 등 많은 변화와 갈등을 겪고 있고 그에 따른 적절한 사회적 솔루션을 찾을 필요가 있다.

특히 80대 이상의 1인 고령자 가구가 늘면서 자녀의 돌봄보다는 제3의 제도를 통해 노후를 보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시니어타운, 요양기관 등이 그러하다. 자녀가 없거나 있더라도 멀리 있어 보살피지 못할 경우에는 형제. 조카 등이 찾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자녀가 없는 상태에서의 상속 절차는 故 구하라 씨의 경우보다도 더 치열한 법적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평생을 모은 재산이 크든 작든 아무런 의미 없이 오로지 4촌들 간의 상속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래서 대비가 필요한 것이다.

현금 비중이 높은 노년층 분들에게는 유언장도 좋지만 신탁 제도를 특히 권유하고 싶다. 현금 재산에 대해 자필이든 공증이든 유언장을 작성해서 자신의 유지를 남겨놓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그러한 유언장대로 분배되는 금융기관에서의 과정은 생각보다는 번거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제시된 유언장이 법적으로 효력이 있는 마지막으로 작성된 유언장인지를 밝힐 수 없는 금융기관으로서는 상속인들 서류를 요구하게 된다. 반면 신탁은 계약에 의해 그러한 절차 없이 사후 수익자라는 사람에게 직접 지급함으로써 상속재산 분배 절차를 마무리하게 된다.

작년 초 요양원에서 생활하시던 치매 초기의 김순미 할머니 역시 신탁계약을 통해 상속을 했다. 자녀가 없던 할머니는 치매 진단을 받자 아파트를 정리하고 요양원에 입소해 생활하던 중 자꾸 자신을 돌봐주겠다는 사람들로부터 부담감을 느껴 요양원 원장님과 협의했다.

원장님 주위의 변호사 자문을 받아 신탁으로 현금 재산을 관리하게 됐다. 노후생활에 필요한 생활비, 간병비 등도 신탁에서 지급했고 쓰고 남는 자금은 자신이 지정한 대학에 기부해 드렸다. 자신의 노후를 위해 편안한 재산 관리뿐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딴 장학금이 학생들에게 지급될 것이다. 이처럼 노후대비의 치매안심 신탁과 상속과 그 이후 상속재산에 대한 처리 절차를 정하는 유언대용신탁의 결합이 김순미 님의 유지를 실현시킬 수 있었다.

신탁은 세월호와 같은 재난으로부터 생존한 미성년 자녀를 위한 보험금 등도 안전하게 관리한다. 또한 부모는 있지만 후견인으로 보호자 역할을 하는 친족들의 걱정도 신탁이 덜어주고 있다. 성년이라고는 하지만 사회의 험한 바람을 막아줄 경제적 보호장치로 신탁이 그 역할을 하며 25세 또는 30세 등 좀 더 성숙한 시기까지 재산을 지켜줄 것이다. 바로 미성년후견 신탁은 후견제도와 함께 안전한 재산 관리 역할을 하고 있다.

故 구하라 씨는 참으로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화려한 무대 뒤의 쓸쓸함을 더 느끼는 공인으로서의 허무함과 무차별적인 악플들도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켰을 것이다. 연예인들과 같은 공인의 경우에는 신탁제도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을 매입한 수 기획사나 친인척을 통해 관리할 수도 있겠으나 임차인들과의 갈등이나 외부와의 갈등이 생길 때면 본인의 이름이 바로 나오고 원치 않은 악플들에 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내외적인 소유권을 보유한 신탁사가 부동산 관리 업무의 당사자가 돼 제3자들과 원만한 해결을 함으로써 자신들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부동산관리신탁을 통해 자신의 명의를 수탁자인 금융기관에 맡겨 임대관리, 시설에 대한 관리 및 자금 관리까지 안전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 더욱이 예상할 수 없는 일들로 인한 오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故 구하라 씨의 죽음 그리고 그로 인한 민법 개정의 청원이 의미 있게 반영돼 다시는 이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하지 않길 기도해 본다.

배정식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수료, 서울대 금융법무과정(신탁법)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금융투자 전공10기) 졸업
[저서]'신탁 상속'(재산 분쟁 없는 희망 상속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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