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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구조조정]'솔루스·퓨얼셀' 인적분할, 건설 매각 염두에 뒀나오너4세 지분율 높아, 승계 재원 활용 '카드'…두산건설 지분율 '희석'

박상희 기자공개 2020-04-10 10:51:49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9일 14: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의 '미운 오리'였던 두산건설이 결국 매각 수순에 접어들었다. 두산건설 지원을 위해 10년 넘게 수조원을 쏟아 부은 두산그룹이 매각을 결정한 데는 지난해 상반기 ㈜두산의 연료전지 및 소재사업부문 분할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사진)을 비롯한 오너 4세가 분할 신설회사인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경영권 승계에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됐기 때문이다. 두산건설은 박정원 회장이 처음으로 회장 직에 오른 계열사로, 오너 4세 다수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그룹이 매각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두산은 지난해 4월15일 이사회를 열고 회사분할을 결정했다. 이사회 의장은 박정원 회장이다. 이어 같은 해 8월13일 주주총회를 열고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의 인적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10월 1일을 분할기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지박, 동박, 화장품, 제약소재 사업부문을 분할해 두산솔루스를 설립했다. 연료전지 사업부문은 분할해 두산퓨얼셀을 설립했다.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 분할이 주목받은 이유는 두산그룹 오너 일가, 특히 4세의 지분율이 높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정점에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두산 이외에 두산그룹 오너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요 계열사로는 두산건설이 손꼽혔다.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 분할 설립으로 두산건설 이외에 오너 일가가 승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계열사가 탄생했다.

두산솔루스 최대주주는 ㈜두산으로, 보통주 13.94%와 우선주 2.8%를 보유하고 있다. 박정원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하면 보통주 50.48%, 우선주 11.04%다. 오너일가 지분율만 보통주 기준 36.54%에 이른다. 두산퓨얼셀의 경우 ㈜두산(보통주 18.05%, 우선주 12.47%)과 특수관계인을 합하면 보통주 65.08%, 우선주 48.34%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향후 신형우선주를 활용할 경우 오너일가 지분율은 더 올라간다.

㈜두산은 지난해 이사회 의결 당시 회사 분할 배경을 '성장사업 가속화를 위한 구조개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오너일가가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 보유 지분을 지배구조 개편 및 향후 승계 재원 마련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더 관심을 뒀다.


최근엔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의 매각 시나리오가 주목받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원의 긴급 자금을 수혈받은 두산중공업의 자구안 제출이 임박한 가운데 자구안에 두 회사의 매각 방안이 담길 수도 있다는 예상이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오너일가들은 두둑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2차전지용 소재인 전지박 사업을 하는 두산솔루스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030억원, 38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었다. 연료전지 사업을 하는 두산퓨얼셀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 2212억원과 영업이익 195억원을 기록했다. 두산그룹의 현금창출원(캐시카우)으로 꼽히는 데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수소경제 활성화 등으로 성장성도 크다.

다만 ㈜두산의 지분율이 높지 않아 두산솔루스나 두산퓨얼셀의 매각 메리트는 두산그룹 전체 구조조정 차원에서 볼 때 실익이 크지는 않다. 일각에선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가 자칫 그룹 전반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매각이 성사될 경우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의 사재 출연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매각이 불발될 경우 오너일가가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의 지분을 ㈜두산 지분과 맞교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두산이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의 지분을 각각 약 20% 미만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오너일가가 이들 신설법인의 최대주주 입지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오너 4세는 두산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두산솔루스나 두산퓨얼셀 보유 지분을 지금 당장 매각할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 보유해 향후 활용 방안을 다각화 할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 활용하더라도 두산솔루스나 두산퓨얼셀의 존재는 '효자'나 다름없다.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어셀의 존재는 상대적으로 두산건설에 대한 '미련'을 떨쳐 버릴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실제로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어셀 매각이 확정된 이후 지난해 하반기 두산건설이 다수 원매자의 관심을 받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산건설은 오래전부터 오너 4세가 집중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로 주목을 받아왔다. 2009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던 두산그룹은 오너 4세가 직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두산 제외)로는 사실상 두산건설이 유일했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두산건설을 버리지 못한 것이 오너 4세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라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면서 "두산퓨얼스와 두산솔루스 분할은 두산그룹이 두산건설을 포기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오너일가는 그간 두산건설에 상당한 애정을 쏟았다. 박정원 회장은 2009년 오너 4세 가운데 처음으로 회장 직에 올랐는데, 그 계열사가 다름 아닌 두산건설이었다.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두산 주식을 담보로 마련한 자금으로 두산건설 주주배정 증자에 참여하는 등 두산건설 살리기에 힘썼다.

애쓴 보람도 없이 두산건설은 2013년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두산그룹은 부진에 빠진 두산건설을 살리기 위해 2010년 전후부터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었다. 최근 몇년 새 두산중공업마저 휘청거리면서 두산건설을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두산건설에 대한 오너일가 지분은 수 차례 유상증자 등을 거치면서 현재는 상당히 희석된 상태다. 두산건설 최대주주는 현재 두산중공업으로, 지분율은 82.47%에 이른다. 박정원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은 1.72%에 불과하다. 2012년 당시 두산중공업 지분율은 72.74%였고, 특수관계인 지분은 5.73%였다. 박정원 회장 지분율만 살펴보면 2012년 당시 0.92%였던 지분율은 현재 0.3%로 낮아졌다.

두산그룹은 두산건설 매각은 두산퓨얼스와 두산솔루스 분할과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을 매각하기 위해 티저 레터(투자안내서) 등을 뿌린 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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