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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 위기를 해석하는 새로운 관점 [thebell desk]

문병선 산업1부장공개 2020-04-17 09:23:25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6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올 큰 변화로 '언택트' 산업의 성장이 많이 거론되지만 기후변화와 관련한 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공장 가동이 멈추고 인류의 이동이 중단하자 맑아진 우리나라 하늘과 공기, 그리고 깨끗해진 공기 덕에 30년만에 인도 북부 펀잡주에서 보인 히말라야 산맥 정상 사진 한장은 두고두고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의 관심을 높일 것 같다.

주말에 만난 한 지인에게 히말라야 산맥 얘기를 하며 우스갯소리로 "지구 입장에서는 인간이 '바이러스'였고 코로나19가 '항체'였다는 댓글도 있더라"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덕에 지구의 환경오염이 잠시 휴지기를 갖는다는 뜻이다. 인상적인 사진 한 컷에 이전에 떠올리지 않았던 이슈를 얘기 한 것으로, '기후 변화'를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바라봤던 시선에 조금의 변화가 생겼다 봐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두산중공업이 산업은행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며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빚잔치를 벌인데 대한 자구노력 요구,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데 따른 구조조정 압박은 두산그룹이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그렇지만 두산중공업만의 위기로 바라보는 것은 채권단이나 두산, 그리고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안된다. 두산중공업의 위기는 '기후변화가 가져올 산업 구조 격변'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공감대가 지금은 필요할 때다.

두산중공업처럼 친화석 연료 기업의 쇠락은 세계적 현상이다. 세계적 발전 기업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수년 전부터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세계 2위 석유·가스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ritish Petroleum)은 스스로 BP(비욘드 페트롤리엄, Beyond petroleum)라는 홍보 문구를 만들 정도다. 글로벌 에너지경제·재정분석연구소(IEEFA)는 지난해 8월 보고서에서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에 투자 손실을 입힌 '친화석 연료' 기업 21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명단에 든 한국 기업이 두산중공업과 한국전력이다.

미래학자로 유명한 제러미 러프킨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최고경영자과정 교수는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화석 연료 문명이 붕괴할 경우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좌초자산(시장 환경의 변화로 자산 가치가 떨어져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을 떠안는다"고 경고했다.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Carbon Tracker Initiative)에 따르면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화력발전소를 전면 가동 중지해야 하는 2040년, 한국의 '좌초자산'은 1060억달러(약 126조원)로 전세계 1위다. 그는 "지금은 한국이 10위 경제 대국이지만 20년 후엔 2류 국가에 머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발전 사업을 따로 집계해 재무 현황을 보여줬던 2017년 사업보고서 기준 두산중공업의 발전 사업 부문 자산총액은 10조4246억원이다. 발전 관련 기자재를 생산하는 주단 사업 부문 자산총액은 1조2749억원이었다. 두 사업 부문 자산 총액만 11조7000억여원에 달한다. 이 자산을 모두 좌초자산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얼추 비슷한 규모라 봐도 또 무리가 없는 추정이다.

이미 두산중공업은 지난해말 루마니아 소재 주물 및 단조 제조업체 두산IMGB와 관련 1063억원의 손상차손을 기타영업외비용으로 인식했다. 작년 12월12일에는 이 사업 철수를 결정했고 올해 생산활동을 중단했다. 2006년 인수한 이후 13년만의 철수다. 시장에 아직 알려지지 않았던 상징적인 조치로 좌초자산의 감가상각이 차츰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있는 결정이었다.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정부와 산업계가 심각성을 인지하라고 충고해 왔다. 기후변화 정책을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 저탄소 발전전략을 과감하게 세우고 세계적 수준에 맞추어 가야 한다고 경고한다. 또 친화석연료기업에게 미래를 준비할 충분한 기회를 주고 사업 전환을 위한 자금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 문제에서 파생하는 일자리 문제와 자산 증발 문제는 한 기업이 책임지기엔 지나치리만큼 무겁다.

두산중공업의 위기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우리나라 기업의 재무에 실제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친화석 산업·제조 구조를 갖춘 우리나라 산업계 전체의 위기다. 기후변화 전문가들이 말하듯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끓는점 100도'에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다. 두산중공업 위기를 두산중공업만의 위기로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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