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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RPA 도입' 현대엘리베이터, 성장 둔화 때 혁신 바람될까보수적 조직 내 디지털 혁신 추진, 6250시간 생산성 제고 효과

구태우 기자공개 2020-05-06 08:11:16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4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들은 지난 100년 동안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통해 생존했다. 1980년대 이전의 혁신법은 기업가치 향상에 초점이 맞춰졌다. 1990년대의 혁신법은 소비자 가치였고, 2000년대를 지나면서 기업 혁신은 사회적 책임(CSR)과 공유가치 창출(CSV)까지 범위가 확산됐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생존을 위해 인류 차원의 대주제까지 고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경영진과 최고재무책임자(CFO) 주도로 전략적 혁신 활동을 벌였다. 미시적으로는 신제품을 개발하고, 신시장을 발굴하기 위한 연구개발(R&D)과 생산, 마케팅 부문의 혁신 활동이 있었다. 생산직 근로자와 사무직 근로자의 작업 방식을 개선하는 활동이 있다. 생산직 노동자의 생산성 지표인 맨 아워(Man-Hour, 작업공수)와 RPA(Robotics Process Automation), 스마트 팩토리 추진 등이 한 예다.

이렇듯 인풋(투입물)과 아웃풋(산출물)의 효율적 운용은 경영진의 오랜 고민거리 중 하나다. 1970년대에는 제품의 기능과 품질, 공정의 소요시간 등의 혁신이 추진됐다면, 1990년대부터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문화 등의 혁신이 중시됐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훈풍'이 불고 있는 최근에는 RPA 도입 사례가 늘고 있다.

출처 : 포스코경영연구원(2019년)

RPA는 단순 반복적인 사무업무를 소프트웨어 등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화해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인 것이다. 국내에서는 2016년부터 금융권과 보험사 등을 중심으로 RPA가 도입됐고, 최근에는 제조업과 물류업 등 전 산업까지 RPA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다.

RPA를 활용해 시스템 로그인과 워드 프로세싱 업무, 데이터 계산 등을 할 수 있는데, 이 같은 업무가 사무직의 업무 중 30~50%를 차지하고 있어 활용도가 높다는 평이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거래처 등록 △대금 관련 업무 △자재 및 생산관리 데이터 조회 및 ERP 등록 △선적 문서 및 ERP 등록까지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보수적 문화 현대엘리베이터, RPA 도입 추진

RPA가 해가 갈 수록 '스마트'해지면서 제조기업들의 활용사례도 늘고 있다. 현대그룹의 사업형 지주사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8일 업무 전반에 RPA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생산 부문을 제외한 △R&D △재경 △경영지원 등 사실상 전 부서에서 RPA를 활용하기로 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RPA 활용 시 설계 과정을 일부 자동화할 수 있고 '봇(Bot)'을 활용해 시장 정보를 검색하는 등 총 6250시간 규모의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 업계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의 RPA 도입을 눈에 띄는 혁신 사례로 꼽는다. 최근 현대엘리베이터는 사업 전반에 '스마트 혁신'을 추진 중이다. 국내외 공장을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하고,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엘리베이터 고장을 사전 예측해 정비하는 기술을 도입 중이다.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자랑하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최근 혁신을 추진하는 이유는 '디지털 혁신'이 기업 경영에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권기선 CFO, 성장 정체 '디지털 혁신'으로 극복

현대엘리베이터의 최근 몇 년의 실적과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혁신을 추진하는 배경을 알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5년 간 연평균 10% 안팎의 견고한 수익성을 내왔다. 2018년부터 영업이익률은 10% 밑으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수익성은 높게 유지되고 있다.


반면 매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과 달리 성장성을 나타내는 경영 지표와 현금 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들은 부정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투자활동 순현금 유출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순영업활동 현금흐름(NCF)은 각각 881억원, 832억원으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 미만을 기록했다. 투자활동 순현금 유출은 927억원으로 2015년과 비교해 441억원 감소했다. 2016년과 2017년 3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던 것과 대비된다.


영업으로 창출되는 현금의 규모도 줄고, 향후 성장을 이끌어가기 위한 목적의 투자도 줄었다는 의미다. 원가율도 2017년 이후 80%를 꾸준히 넘고 있다. 2010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던 승강기 누적 설치대수는 지난해부터 꺾였다. 이에 대한 '보완재'로 승강기 유지보수 사업을 육성해 연 5000억원(27%)의 매출을 내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베트남 2위 건설사인 호아빈 건설의 지분을 투자해 양사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한 것도 신규 시장을 염두한 것이다. 이렇듯 현대엘리베이터는 본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성장을 이어갈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RPA 또한 생산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차원으로 재경팀과 경영지원팀 주도로 진행됐다. 판매비와 관리비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3.1%에 달한다. 생산직 근로자의 인건비는 매출원가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사무직 근로자의 노동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RPA 도입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인풋 대비 아웃풋을 높이려는 의도다.

출처 : 포스코경영연구원(2019년)

현대엘리베이터의 이 같은 시도는 효엄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딜로이트 컨설팅이 2017년 RPA를 도입한 4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0% 이상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업무 정확도와 생산성, 인력운영의 유연성이 개선됐다는 평이다. 포스코 경영연구원이 2019년 발간한 RPA 자료에 따르면 금융권에서는 20~30%의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현대엘리베이터가 RPA 등 디지털 혁신을 추진한 데는 CFO의 고민이 적잖게 작용했다는 평이다. 엘리베이터 제조 사업은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조직 전반에 혁신을 불어넣으려면 디지털 전환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CFO는 권기선 재경구매부문장(상무)은 지난해 5월 대표이사 유고 때 임시 대표이사를 맡을 정도로 현대그룹에서 두터운 신임을 보고 있다. 이번 RPA 도입도 권 상무가 의지를 갖고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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