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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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재벌시스템]삼성과 비교되는 구글·TSMC의 지배구조②비즈니스 모델 차이 커, 엿보이는 이재용의 삼성 정체성

구태우 기자공개 2020-05-22 09:29:36

[편집자주]

세계 최대 농업·식품회사인 카길은 비상장이고 가족지배 기업이지만 현재 가족이 경영하지 않는다. 세계적 플랫폼 기업 구글도 창업자들이 1선에서 모두 퇴진, 인도 출신 순다르 피차이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소유·경영의 분리 사례다. 자본시장의 역사가 짧은 한국 기업은 태생적으로 소유·경영의 융합모델이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고도 성장과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너경영 3·4세 시대에 접어들며 변화를 요구받는다. 국내 대표 기업 삼성이 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지배구조 뿐 아니라 이사회·내부통제·조직구성에 까지 영향을 줄 사안이다. '포스트 이재용 선언'은 곧 '포스트 재벌시스템'이다. 이재용 선언 이후의 재벌시스템, 나아가 4차산업혁명 이후의 재벌시스템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9일 15:3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기업인 구글과 삼성은 여러모로 닮았다. 테크 기업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선단식 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도 비슷하다.

구글이 속한 지주회사 알파벳(Alphabet)은 구글 뿐 아니라 유튜브, 웨이모, 안드로이드, 칼리코, 네스트, 사이드워크, 엑스, 직조, 베릴리, 딥마인드, 캐피탈, 구글 파이버, 룬 등 10여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주로 불확실성이 큰 투자가 대부분이다. 인공지능(AI)이나 위성사업 등 새로운 비즈니스에 집중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구글은 연례보고서(Annual Report)에서 "우리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연구개발 단계부터 사업화 초기 단계까지 다양한 개발 단계에 있는 신흥 사업들을 포함하고 초기 단계 사업들은 당연히 상당한 불확실성을 수반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이미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각 산업에서 중요한 발전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삼성은 안정화단계에 들어선 기축 사업과 기축 사업과 연관성이 높은 연계 사업 투자가 많다. 오디오 전문 그룹 하만(Harman), 삼성디스플레이, 스테코, 세메스, 삼성메디슨,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S, 삼성전기, 삼성SDI, 제일기획 등이다. 크게 디지털과 바이오로 양분되는 투자 포트폴리오다.

◇구글과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소유·지배구조 차이 만들어

두 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글로벌 검색 시장을 장악한 구글은 정보서비스, IT, 미래사업에서 수억명의 소비자를 구글 제국 안으로 끌어와 이들을 상대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내는 방식이다. 그래서 불확실하지만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등 일부 사업을 빼고 공급자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다. 내부 의사결정을 토대로 디자인과 설계 등을 끝내고 수직계열화한 계열사 또는 글로벌공급망(GVC)을 통해 부품 조달을 한 후 특정 제품을 생산, 출고한다. 대부분 계열사가 삼성전자에 의존한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는 생존 위험도,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준다. 고객가치사슬(CVC)의 파괴 현상, 일명 '디커플링(decoupling)' 또는 '디스럽션(disruption)' 현상을 설명한 탈레스 S. 테이셰이라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오늘날 시장 파괴의 핵심인 디커플링이 제품과 기술 차원이 아닌 고객의 가치사슬 차원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기존 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고객 가치사슬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 안에서 혁신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는 지배구조의 차이로 나타난다. 끊임없이 고객의 요구와 피드백을 받아 서비스 또는 제품을 개량하고 업그레이드시켜 복잡하고 세밀해진 소비자의 요구에 실시간으로 응하면서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지배구조가 구글은 필요했다. 의사결정권한은 피라미드 최상단에 위치하는게 아닌, 각 사업부서에 골고루 분산돼 있어야 한다. 대신 차등의결권으로 창업자들의 소유권은 철저히 인정해 주면서 최고경영자(CEO)의 경영권은 소유권과 철저히 분리했다.

그러나 소유와 경영 융합 모델을 택한 삼성전자는 빠른 의사결정과 일사분란한 조직 체계를 갖춘 지배구조가 필요했다. 삼성도 성공했고 구글도 성공했다. 그래서 어떤 지배구조가 나은지는 지금 이후의 산업구조가 어떻게 변해갈 지에 달려 있다.

◇대만 TSMC, 국내 공기업·은행과 비슷한 소유구조

반도체위탁생산(파운드리)으로 세계적 기업이 된 대만의 TSMC의 경우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과 지배구조 모델을 갖고 있다.

TSMC의 최대주주는 지분 약 6%를 갖고 있는 대만 정부의 국가개발기금이다. 1987년 자본금 약 2억2000만달러(한화 약 2700억원)로 설립됐을 때 대만 정부가 절반, 외국 투자자가 절반의 자본금을 댔다. 1990년 민영화 이후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70%가 넘는다. 우리나라로 치면 공기업이나 은행과 비슷한 지배구조 모델이다. CEO는 소유권이 없고 후계자를 양성해 경영을 맡긴다.

TSMC의 비즈니스 모델은 설립 당시 파격적이었다. 모리스 창 창업주 겸 전 TSMC 회장은 반도체 디자인이나 마케팅이 약했던 대만에서 종합 반도체 사업으로 승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대신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들이 안정적으로 주문 제작을 할 수 있는 TSMC에 반도체 제작을 의뢰했다.

이 모델은 요즘 세태와 매우 잘 맞아 떨어진 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이 원하는 반도체를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팹리스 반도체 업체들과의 호환 시스템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됐고 파운드리 글로벌 점유율 과반의 이유였다"고 했다.

유웅환 SK텔레콤 SV이노베이션센터장은 2017년 자신의 저서 '사람을 위한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을 생각하다'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리더십이란 선원들이 자유롭게 낚시를 할 수 있도록 배를 안전하게 운행하는 선장의 모습에 가깝다"며 "과거의 리더십이 고기가 잘 잡히는 소위 포인트에 누구보다 빨리 배를 몰고 가서 선원들이 모두 똑같은 지점에 낚싯대를 드리우게 하고 빨리 낚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리더십은 이 선원들이 포인트를 스스로 찾고 저마다 다른 미끼로 물고기를 낚을 수 있도록 악천후와 거센 파도로부터 선원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의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도 지난해 이임사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들은 "회사를 잘 운영할 다른 방식이 있다는 생각이 든 이후 경영자 자리에 있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신념을 이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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