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9(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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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서 바이오·콘텐츠로 진화…E&F 임태호 대표 [매니저 프로파일]투자 실무 익혀 창업…환경전문 PE로 '우뚝'

최익환 기자공개 2020-05-21 13:19:11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0일 07:1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이앤에프프라이빗에쿼티(E&F PE)는 그동안 폐기물처리업 등 국내 환경기업 및 건자재 업종에 대한 바이아웃(Buy-out)을 주된 투자전략으로 삼아왔다. 최근엔 네덜란드의 항암신약 개발사 글리코스템(Glycostem)과 ‘뽀로로’ 제작사 아이코닉스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면서 포트폴리오 영역을 넓히려 노력하고 있다.

그 중심엔 임태호 대표(사진)가 있다. 외국 유학을 마치고 삼성전자 선임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8년 우리투자증권에 입사한 뒤 PEF 세계에 본격적으로 눈을 떴다.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5년 4월 운용사를 세웠다. ‘E&F’라는 사명에서부터 공학(Engineering)과 금융(Finance)의 결합을 추구했다.

대우증권에서 동고동락하다 E&F PE로 함께 독립한 6명의 후배들은 그에게 가족 이상의 존재다. ‘모든 투자는 곧 사람이 만드는 드라마’라고 말하는 임 대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업계 관계자들이 가져야할 가장 큰 덕목으로 꼽는다.

◇성장스토리 : 노트북 루버렉 디자인하기도…우리투자증권에서 인생 2막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난 임 대표의 전공은 공학이다. 1994년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국민대학교에 진학한 임 대표는 2005년 7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우주항공기계공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임 대표의 세부 전공은 디자인공학(Design Engineering)으로, 주로 산업기계나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의 적정 수와 형태 등을 규명해내는 것이었다.

이후 임 대표는 2005년 8월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입사해 전공을 살렸다. 원가절감과 사용성 향상을 위해 노트북과 휴대전화의 회로기판은 물론 LCD와 키 등의 형태 등 디자인·설계를 표준화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임 대표는 삼성전자 내 밸류이노베이션프로그레시브(VIP) 센터에서 관련 업무를 하며 노트북 바닥의 미끄럼 방지고무 ‘루버렉’을 동그랗게 만들어 표준화시켰다. 당시엔 디자이너에 따라 모양과 재질이 제각각이었지만 이를 표준화해 금형소요와 원가율을 줄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인생 2막은 생각지도 못한 기회에 찾아왔다. 지인의 소개로 2008년 당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의 PI부서에 입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당시 자기자본투자(PI) 부서 확대를 위해 산업계(인더스트리) 출신의 인력을 구하던 우리투자증권은 임 대표처럼 전자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인재를 뽑고자 했다. 결국 임 대표는 2008년 우리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러나 이직 1개월 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자 임 대표가 속한 PI팀 역시 개점휴업 상태에 직면했다. 당시 PI팀을 이끌던 남동규 현 LB프라이빗에쿼티 대표는 임 대표에게 투자와 관련된 서적을 탐독할 것을 권했다. 당시 CFA 1차 시험에도 합격했던 임 대표는 남 대표가 권했던 공부가 훗날 투자업무를 진행하는 데에 강력한 자양분이 되었다고 말한다.

임 대표는 2010년 PI그룹이 PE본부로 승격되고 나서 본격적인 투자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정책금융공사(현 산업은행)의 신성장동력펀드의 단독GP였던 우리투자증권은 탑엔지니어링과 원익머트리얼즈 등의 회사에 투자했다. 임 대표의 첫 포트폴리오 역시 탑엔지니어링에 대한 메자닌 투자였다. 그러나 대형 독립계 PE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던 임 대표는 2013년 말 대우증권 인프라PE 투자1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때부터 임 대표는 환경분야에 천착해 투자팀을 이끌었다. 전자폐기물에서 희소금속 ‘인듐’을 추출하는 업체 탑머티리얼즈 지분 100%를 인수한 거래는 임 대표의 첫 바이아웃(Buy-out) 투자로 남았다. 당시 업계에서 ‘도시 광부’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 임 대표는 이 당시의 성과를 바탕으로 ‘환경전문 바이아웃 PE’라는 꿈을 꾸게 됐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임 대표의 인프라PE 투자1팀은 추후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서와 합쳐지게 된다. 당시 대표와 담당 본부장이 교체되며 조직 구조조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대우증권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 판단한 임 대표는 동고동락한 △정한 △김유진 △이승호 △정주영 △이강용 △강재훈 등 후배들과 함께 회사를 나왔다.

이후 2015년 4월 E&F PE가 종업원지주형 PEF 운용사로 설립된다. 임 대표와 대우증권을 함께 나온 후배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자본금을 모았고, 임 대표의 지인들이 회사가 자리를 잡는데 도움을 줬다. 대우증권에서 나올 때 진행하던 투자 검토 대상들을 모두 놓고 나온 터라 막막했지만, 설립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12월 각각 350억원과 156억원 규모인 영흥산업환경과 나노윈 인수에 성공했다.

임 대표는 “후배들에게 같이 고생하고 나중에 같이 즐기자는 이야기를 하며 함께 대우증권을 나오게 됐다”며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들일 후배들을 좋은 직장에서 이끌어냈다는 미안함이 저를 열심히 뛰어다니게 한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설립 5년이 지난 지금 E&F PE는 투자조합을 포함해 누적 운용규모(AUM) 5060억원, 현재 AUM 3582억원을 자랑하는 중견 PEF 운용사로 성장했다. 최근엔 코오롱환경에너지(495억원) 등 기존 영역인 환경투자 뿐만 아니라 △글리코스템 주요지분(800만달러) △아이코닉스 신주(200억원) 등 바이오, 콘텐츠 등 신성장 분야까지 투자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의 E&F PE가 있을 수 있었던 배경엔 구성원들의 끈끈함이 있었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투자 스타일·철학 : “PE는 한편의 드라마”…단순 수치보다 커뮤니케이션 중시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에서 PE 투자를 진행할 당시 임 대표가 성공만 이룬 것은 아니었다. 몇몇 포트폴리오는 송사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당시 임 대표는 ‘투자가 계획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결국 포트폴리오 기업 및 LP와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간 끝에 문제를 해결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임 대표는 PEF의 투자가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고 말한다. 단순히 사진을 찍듯이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라 움직임이 지속되고 등장인물들의 상호작용이 이어지는 드라마를 투자에 빗댄 것이다. 드라마가 대본 그대로 찍혀지는 것이 아니듯 투자 역시 관련 인력들이 어떻게 계획을 구현하고 수정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게 임 대표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선 단순한 수치계산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당장 회사 안에서도 임 대표는 편안한 소통을 중시한다. 외부 미팅자리를 제외하고는 직원들 모두가 서로 회사 안에 있을 때는 형·동생하며 지내는 것이 원칙이다. 편안한 관계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그 바탕에 있다.

피투자기업과의 소통도 중요시한다. 대부분의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사업장을 지방에 두고 있는 점을 감안해 같은 건물 10층에 공동사무소를 마련했다. 이들이 주로 서울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이를 지원할 사무실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 E&F PE가 직접 임대료를 낸다. 종종 임 대표나 E&F PE 인력들이 지원을 나가기도 한다.

임 대표는 “결국 모든 투자는 사람이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라며 “가까이서 잘 듣고 편안하게 소통해야한다는 생각을 항상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트랙레코드 1 : J커브 원인 찾으려 구내식당 상주…나노윈 성공사례 만들어

회사 두 번째 포트폴리오 기업인 나노윈의 J-커브(J-Curve) 극복은 임 대표의 투자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사례다. 임 대표 역시 나노윈이 회사의 초창기부터 보유했던 포트폴리오 기업이고 심각한 J커브(투자 후 일시적 실적 악화 현상)를 단기간 내에 극복했다는 점에서 대표 포트폴리오로 꼽고 싶다고 말한다.

2015년 12월 E&F PE는 이앤에프트리플렛PEF와 나노윈홀딩스를 통해 나노윈 지분 전량을 156억원에 인수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부품의 정밀세정업을 영위하던 나노윈은 인수 당시 디스플레이 업황 부진에 따른 수주 감소 영향으로 실적이 줄어들고 있던 상황이었다. 당장 이듬해 J커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임 대표를 포함한 E&F PE 직원들은 영업이익이 0%까지 떨어진 나노윈을 찾아 원인규명에 골몰했다. 구내식당에 상주하며 식사시간마다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결국 원인을 찾아냈다. 주 거래처인 삼성전자에 대한 영업력 부재와 임직원들의 사기저하가 그 원인이었다.

이에 E&F PE는 삼성전자 출신의 임원을 영입해 영업력을 끌어올렸다. 재무 구조조정으로 불필요한 비용 등을 절감하는 동시에 임직원에 대한 복지를 강화했다. 무엇보다 회사에 상주하며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다소 부족했던 구내식당 식단을 가장 먼저 개선했다. 한 달에 한번 참치회 식단을 제공하고 커피 등 비품을 무제한 공급했다. 이듬해 나노윈은 영업이익률을 8%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결국 투자 2년 반만에 나노윈은 새 주인 원익QnC 품에 안겼다. E&F PE는 240억원에 회사를 매각해 내부수익률(IRR) 17.8%를 기록했다. 투자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임 대표의 독립 이후 첫 바이아웃 투자는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트랙레코드 2 : 코오롱환경에너지로 폐기물처리업 시너지 포부

지난 3월 495억원에 인수한 코오롱환경에너지는 E&F PE가 대기업의 사업조정을 도운 첫 사례다. 대기업 그룹사 환경부문의 마지막 남은 '알짜' 매물로 평가되어 온 코오롱환경에너지는 지방자치단체의 폐기물 O&M(운영 및 유지보수) 사업과 폐자원에너지화 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를 영위하는 회사다.

그동안 환경분야에서 상당한 트랙레코드를 쌓아온 E&F PE는 사업 다각화를 노려온 IS동서와 컨소시엄을 맺어 회사를 인수했다. 그동안 민간영역의 건설폐기물 등에 주로 투자해온 E&F PE는 코오롱환경에너지의 O&M 역량을 통해 기존 포트폴리오와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코오롱환경에너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폐기물설비 O&M 분야에서 1위를 달리는 업체다. E&F PE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생활폐기물에 대한 경험을 쌓는 동시에, 향후 폐기물 관련 법령의 정비로 민간영역과 공적영역이 통합될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임 대표는 “그동안 E&F PE는 폐기물처리업에 있어서만큼은 끊임없이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코오롱환경에너지를 통해 그동안 갖추지 못한 생활폐기물 역량을 체득하고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 평가 : 투자·밸류업·경영 올라운드 플레이어…내부에선 친근한 이미지

임 대표에 대한 업계의 긍정적 평가는 투자와 밸류업 작업 등 PE 운영의 본질에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PEF 운용사를 창업하고 지금의 중견사 반열에 올려놨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모습이다.

장승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임 대표가 우리투자증권에 옮겨왔을 때부터 PE팀 차장으로 인연을 이어온 인물이다. 장 변호사는 “임태호 대표의 첫 출근부터 대우증권으로의 이직, 그리고 E&F PE의 설립을 가까이서 지켜봐왔다”며 “투자결정은 물론 포트폴리오 기업의 밸류업에 있어 가장 신뢰할만한 투자가이자 회사를 성장시킨 유능한 경영자”라고 평가했다.

반면 회사 내부에서는 친근한 형님 이미지로 통한다. 평소에도 직원들과 형-동생 호칭을 사용하며 자주 대화하는 탓이다. 이는 6명의 창업멤버 뿐만이 아니라 새로 입사한 신입직원들에도 적용된다.

정주영 E&F PE 이사는 “대화가 잦은 덕분에 업무별 분업과 협업을 위한 소통이 원활하다는 게 E&F PE의 장점”이라며 “임 대표를 중심으로 형제관계와 같은 사내 문화가 조성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항후 계획 : 신성장산업 투자 지속…블라인드 펀드 결성 계획

임 대표는 향후 E&F PE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신성장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 투자본부를 각각 △환경 △건자재 △신성장사업 등 3개 전문분야로 나누었다. 신성장산업에 대한 투자는 메자닌 등을 통한 그로쓰캐피탈(Growth-capital) 투자를 선행해 안정성을 확보한 뒤, 업황과 성과를 고려해 바이아웃 투자로 진척시킬 계획이다.

기존에 집중하던 환경과 건자재 분야 투자는 지속적으로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게 임 대표의 계획이다. 경쟁자들이 시장에 다수 등장한 만큼 과감한 볼트온(Bolt-on) 전략과 산업적 노하우를 발휘하겠다는 포부다. 최근 진행한 IS동서와의 협업 역시 이러한 계획이 발현된 사례다.

E&F PE는 올해 두 번째 블라인드 펀드의 결성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이미 1310억원 규모의 E&F 1호 PEF가 모두 소진됐기 때문이다. 새로 결성하는 블라인드 펀드는 전체 70%를 기존의 환경·건자재 분야에 투자하고, 나머지 30% 미만의 자금을 신성장산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이미 세웠다. 올해 블라인드 펀드 결성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한편 현재 순조롭게 자금모집이 진행되고 있는 이누스 주식회사(2170억원) 인수거래는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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