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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 워치]하나은행, 리스크 시스템 디지털 전환 선두 '사전관리 방점'1999년 전담조직 출범…황효상 부행장 7년째 CRO 근무 , 기업 ML 신용평가 모형 개발중

고설봉 기자공개 2020-05-28 13:40:54

[편집자주]

1762년 설립된 영국의 베어링은행이 문을 닫은 이유는 단 한 건의 주문실수 때문이었다. 파산 직전까지도 베어링은행의 리스크관리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이익을 쫓아 리스크를 테이킹하려는 영업조직과 사전에 위기를 감지하려는 리스크관리 조직 간의 끊임없는 긴장 속에서 금융회사와 기업은 성장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 도입되고, 금융위기를 거치며 정비된 리스크관리 조직은 지금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 더벨은 리스크관리 정점에 있는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의 역할과 리스크 대응 전략, 구체적인 사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2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은행은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사업본부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리스크관리본부를 신설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바젤 도입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하고, 자산규모 증대에 따른 각종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초기부터 리스크관리본부는 완전히 독립적인 조직으로 출범했다. 은행 전체 시장리스크와 유동성리스크를 관리하는 ALM팀과 신용리스크를 관리하는 신용관리팀 등 2개 조직을 구성해 정밀한 리스크 진단 및 관리를 추진했다.

1999년 4월 하나은행은 이사회 내에 리스크위원회를 구성했다. 리스크관리본부장을 위원장으로 경영전략본부장, 가계고객사업본부장, 기업고객사업본부장, 자금본부장, 신탁사업본부장, 국제금융본부장 등이 참석해 월 1회 이상 회의를 개최했다.


지금은 하나은행과 한 몸이된 옛 외환은행도 비슷한 시기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옛 외환은행은 1999년 이사회 내에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사외이사 3인, 상임이사 2인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매월 1회 정기회의를 개최해 리스크 관리 정책 수립 등 활동을 펼쳤다.

이사회의 역할에 리스크 관리라는 개념을 먼저 넣은 곳은 옛 외환은행이다. 옛 외환은행 ‘이사회의 역할’은 ‘이사회는 은행의 건전한 경영을 위해 내부통제에 관한 정책을 수립하고 통제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리스크한도 관리 등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에 관한 최종적인 책임을 진다’고 명시했다.

CRO라는 명칭과 직함을 공식적으로 먼저 도입한 곳도 옛 외환은행이다. 2003년 옛 외환은행은 리스크관리실장인 신용순 상무를 CRO로 임명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신 상무가 다른 부서장을 겸직하지 않고 오로지 리스크 관리 조직만 전념할 수 있게 했다. 당시 하나은행은 김종열 전 부행장이 경영전략본부와 리스크관리본부를 겸직했다.

◇2004년 한 차례 정비…합병 뒤 '리스크 조직'부터 챙긴 하나금융

하나은행과 옛 외환은행이 리스크 관리 조직을 정비한 것은 2004년이다. 그해 3월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의 리스크 관리 전담조직 설립 여부를 점검했다. 이미 1999년부터 리스크 관리 조직을 설립해 운영해 오던 하나은행과 옛 외환은행은 당시 점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이 때부터 양 행의 리스크 관리 조직 운영에 대한 철학은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2005년까지 행해지던 겸직체제를 없애고 리스크관리본부를 부행장보 및 본부장급이 전담하는 조직으로 전환했다. 반면 옛 외환은행은 2005년부터 부행장급 인사가 IT본부·리스크본부·신탁부·업무혁신부 등을 겸직하는 체제로 바꿨다. 옛 외환은행의 겸직체제는 2009년까지 지속됐다.

하나금융이 옛 외환은행 인수 9부 능선을 넘은 2011년말 하나은행과 옛 외환은행 리스크 관리 조직은 공동운영체제로 전환된다. 당시 하나금융은 하나은행 리스크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던 이우공 전 부행장을 옛 외환은행 리스크그룹장으로 겸직 발령냈다. 그는 하나금융지주 리스크관리팀 부사장을 맡아 오랫동안 하나금융의 리스크 관리를 전담했던 인물이다.


2015년 8월7일 하나은행과 옛 외환은행이 합병하면서 양 행의 리스크 관리 조직은 완전히 일원화 됐다. 초대 CRO에 오른 인물은 황효상 부행장이다. 그는 옛 외환은행에서부터 리스크관리그룹 본부장을 맡아 전문적으로 리스크 관리 역량을 쌓아온 인물이다.

피인수 은행인 외환은행 출신이지만, 황 부행장은 인수 첫해 곧바로 하나금융지주 리스크총괄로 선임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 받았다. 2014년 1월 외환은행 리스크관리그룹장(상무)에 선임됐고, 2월부터 하나금융지주 CRO까지 겸직했다. 현재는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 CRO를 겸직하며 7년째 리스크 관리를 총괄해 오고 있다.

더불어 옛 외환은행과 통합 이후 하나은행은 리스크 관리 조직을 정비했다. 2012년 하나은행은 리스크관리본부를 리스크관리그룹으로 격상했다. 종합리스크관리부·신용리스크관리부·신용평가부로 조직을 세분화 했다. 2015년에는 종합리스크관리부·신용리스크관리부·신용감리부로 재편했다.

◇축적된 노하우…디지털시대 맞아 AI 활용 'ML모형' 개발

비교적 일찍부터 전문적 리스크 관리 조직과 인력을 양성해온 만큼 하나은행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은 고도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하나은행은 리스크 관리 시스템 분야에서도 디지털화에 가장 먼저 성공한 은행으로 꼽힌다.

하나은행은 자체개발한 조기경보지표(HWI, Hana Warnig Index)를 활용해 상시적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 HWI는 과거 15년 이상의 대내외 외환·주식·채권시장 금융지표들을 종합적으로 반영, 개발한 스트레스 지수다. 시스템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치화하기 때문에 정확하고 빠르게 주요지표 일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더불어 하나은행은 HWI를 기업조기경보시스템으로 진화시켰다. HWI를 포함한 제반 시장지표가 특정 임계치를 돌파할 경우를 경보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만약 임계치를 넘어서면 그룹 차원의 위기상황단계를 격상해 계열사로 전파한다. HWI를 활용해 기업·가계 등 손님의 부실징후 정보를 수집해 여신 사후 관리에 활용함으로써 잠재부실 발생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황 부행장은 "지난 7년간 그룹과 은행 CRO로 근무하면서 초대형 이벤트를 접하는 동안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디지털화의 필요성을 몸소 느꼈다"며 "주요 스트레스 지수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 이후 여신의 사후관리가 더 정밀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하나은행 리스크 관리의 초점은 여신 사후관리에서 사전관리로 옮겨지고 있다. 대출이 실행되기 전 손님의 부실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는 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역량을 개발하고 있다. 대출 한도 및 금리를 조절하는 식으로 리스크 발생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에도 충격을 최소화 하는데 목적이 있다.

지난해 하나은행은 ‘하나은행 가계 ML(머신러닝) 신용평가 모형’ 개발에 성공했다. 자체 보유한 수백만건의 손님 대량 데이터와 신용평가사의 전국민 신용정보, 통신·부동산 정보 등 비금융 빅데이터를 결합해 신용평가 사각지대에 있는 고객까지 평가가 가능하도록 정확도를 높인게 특징이다.

ML 신용평가 모형은 자동 재학습 플랫폼이다. AI(인공지능) 머신러닝 기법을 도입해 스스로 학습해 성능이 계속 향상되도록 설계됐다. 다양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분석해 최적 알고리즘을 결합하는 신기술이 적용된 덕분이다. 최신 운영 및 모델링 데이터로 모형이 주기적으로 재학습해 성능을 최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하나은행은 기존 가계(개인)에 대해서만 가능했던 ML 신용평가 모형을 소호와 기업으로 확대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은 가계·소호·기업 등 주요 대출 손님들의 신용평가 모형이 체계적으로 갖춰지면 그만큼 대출 부실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황 부행장은 "부실은 어느날 갑자기 발생하는게 아니라 이미 대출이 실행되는 순간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사전에 그 위험도를 인지하고 적절히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거나, 이를 거르지 못하면 사고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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