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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 워치] 우리은행 "안심 단계 아니다...미래 대비한 힘 비축할 때"전상욱 CRO(상무)...리스크관리 조직 민영화 숨은 주역, 자산클린화 기여

김현정 기자공개 2020-05-29 13:27:26

[편집자주]

1762년 설립된 영국의 베어링은행이 문을 닫은 이유는 단 한 건의 주문실수 때문이었다. 파산 직전까지도 베어링은행의 리스크관리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이익을 쫓아 리스크를 테이킹하려는 영업조직과 사전에 위기를 감지하려는 리스크관리 조직 간의 끊임없는 긴장 속에서 금융회사와 기업은 성장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 도입되고, 금융위기를 거치며 정비된 리스크관리 조직은 지금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 더벨은 리스크관리 정점에 있는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의 역할과 리스크 대응 전략, 구체적인 사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6일 14:4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우리은행은 애초부터 타행에 비해 기업여신 규모가 컸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비중이 높았던 업종은 건설업과 조선업. 2007년 말 43%, 2008년 말 41%에 이르렀다.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다.

2010년쯤부터 시작된 건설·조선업의 불황은 곧 자산건전성 악화로 돌아왔다. 2013년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이 3%를 상회하기도 했다. 민영화를 도전하고 있던 우리은행은 최대한 부실여신을 줄이는게 몸값을 올리는 지름길이라 판단했고 곧 체질개선에 돌입했다.

우리은행은 건설·조선업을 축소업종으로 분류하는 한편 여신감축을 동시에 실시했다. 우량등급 위주로 여신을 취급했고 특정업종에 편중되지 않도록 중장기 포트폴리오 관리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보완해나갔다.

이런 기조는 행장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지속됐다. 2015년에는 기업여신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기업금융 산하 팀을 5개에서 7개로 늘리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충당금을 대거 쌓으면서 손익의 직접적 타격을 감내하는 시기도 보냈다.

우리은행은 2015년 말 STX조선해양 채권단에서 빠지며 해당 여신을 ‘회수의문’ 단계로 분류하고 100%의 충당금을 쌓았다. 여신 회수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 지원을 차단하고 오히려 대손 처리를 하면서 리스크를 정리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우리은행은 2016년 NPL비율이 1% 이내로 진입(0.98%)했고 2019년말에는 0.4%까지 낮추는 데 이르렀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우량여신 비중도 확대됐다. 2012년 무렵에는 기업여신만 놓고 봤을 때 60% 정도만이 우량여신으로 분류됐는데 이제는 우량여신 비중이 85~9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우리은행 첫 리스크 조직, 1999년 한빛은행부터

우리은행의 첫 리스크관리 조직은 1999년 옛 한빛은행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스크관리팀과 여신감리(Loan Review)팀으로 구성된 리스크관리본부가 은행의 리스크를 본격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당시 리스크관리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리스크관리위원회도 신설됐고 경영진으로 구성된 리스크관리협의회까지 만들어져 한빛은행의 리스크를 전사적으로 통제했다.

이 과정에서 리스크관리본부는 역할이 더욱 세분화되면서 본부 내 다양한 조직이 생겨났다. 리스크관리본부 안에 리스크관리와 여신지원기능이 모두 있었다. 리스크관리를 담당하는 리스크총괄팀을 비롯해 여신정책 및 신용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여신정책팀, 여신심사 및 승인업무를 담당하는 심사팀, 연체관리와 채권회수를 담당하는 여신관리센터까지 리스크관리본부를 채웠다.

2007년 4월 우리은행은 리스크관리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신용·시장·가격·운용리스크를 전담하는 ‘리스크관리본부’와 여신정책·여신심사를 전담하는 ‘여신관리본부’를 떼어내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2018년까지는 리스크관리그룹이 리스크총괄부와 여신감리부 2개 부서를 운영했다. 2018년 말부터는 신용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신용리스크부를 신설, 리스크관리그룹은 3개 부서로 나뉘었다. 현재까지 이 구성이 이어지고 있다.


◇리스크관리 조직, 우리은행 정상화 주역...자산클린화 기여

조직이 정교화되면서 리스크관리본부의 성과도 진일보했다. 1999년 신용리스크 관리시스템을 시작으로 2000년에는 시장·유동성 리스크 측정시스템, 2001년에는 종합리스크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시스템 기반의 체계적 리스크관리를 차근차근 만들어나갔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이 편입됐을 때 리스크관리본부의 역할이 크게 부각됐다. 2005년 3월 우리금융지주가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인수했을때 두 지방은행을 우리은행에 합병하지 않고 독자법인 형태로 유지시켰다. 당시 우리은행 리스크 인력들이 차출돼 선진 시스템을 이식했고 그룹 차원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을 공유,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우리은행 리스크관리본부는 글로벌 규제인 바젤Ⅱ 시행으로 금융감독원의 지도에 발맞춰 내부등급법도 구축했다. 2006년 시장리스크에 대한 내부모형을, 2007년에는 신용리스크 내부등급법을 승인받았다. 2008년에는 운영리스크 고급측정법까지 승인받아 현재까지 BIS비율 산출업무에 적용하는 중이다. 지난해엔 새롭게 출범한 우리금융지주에 내부등급법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은행의 기존 내부등급법을 수정, 승인받았다.

최정훈 전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은 우리은행에서 공식적인 위험관리책임자(CRO) 명칭을 처음으로 부여받은 인물이다. 2016년 11월 금융사 지배구조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금융위원회는 각 금융사에 CRO 선임을 지시했고 당시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을 맡고 있던 그가 CRO라는 직책을 달았다.

◇전상욱 CRO “영업 확대보다 미래를 위한 힘을 비축할 때”

현재 우리은행 CRO를 맡고 있는 전상욱 상무(사진)는 리스크관리를 중요시 생각하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발탁인사 주인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외부출신인 전 상무는 2001년부터 한국은행에서 10년을 근무했으며 2011년 우리금융경영연구소로 우리금융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12월 초 은행 CRO에 임명됐다.

전 상무는 “리스크 업무는 사실상 규제 업무이기 때문에 리스크관리 그룹은 은행의 영업이 틀 안에 잘 있는가를 분석하는 데 90%의 시간을 보낸다”며 “하지만 개별 비즈니스 특성을 리스크에 반영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는 나머지 10%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 상무가 CRO로 발령받자마자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지난 3월 12일 비상상황 1단계를 발령한 뒤 사흘 후인 16일 2단계로 올렸고 곧 최고 수준인 3단계까지 경보 알람을 보냈다. 현재는 2단계로 발령을 낮추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 상무는 정부가 곧장 공격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을 시행한 덕분에 생각보다 조기에 증시가 안정됐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지금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초입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금은 리스크를 더 크게 봐야 할 때라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타행들이 몸을 움츠리는 지금이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해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하지만 보수적 자세를 취해야 할 때가 맞다는 것이다.

전 상무는 “지금 경제는 정상적인 사이클이 아니다"라며 "미국 쪽 실업률 등을 살펴보면 실물경제 충격이 가시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스크관리 부서가 리스크를 더 크게 보면 우리은행이 가진 자본량에 대한 영업량이 제한될 수 밖에 없지만 지금 시점은 미래에 대한 힘을 비축해야 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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