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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스핀오프 명암]프로젠·제넥신에서 파생된 '에스엘' 계열 벤처들③성영철 회장이 개발한 기술 기반 스핀오프…복잡한 출자구조 해소 과제

서은내 기자공개 2020-06-03 07:58:29

[편집자주]

바이오텍 스핀오프가 활발해지고 있다. 스핀오프는 영화나 게임의 설정을 토대로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바이오텍 스핀오프는 특정 기술이나 신약 물질을 따로 떼어내 독립하는 것이다. 미국에 이어 최근 국내에서도 스핀오프가 활발해지고 있다. 스핀오프는 개발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주주별 득실이 달라질 수 있다. 회사별 스핀오프 방식, 분사 후 주주 구성 등 유형을 살펴보고 이해득실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7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벤처 1세대로 제넥신을 창업한 성영철 제넥신 회장은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스핀오프 계열사를 만들어냈다. 성 회장이 발명한 기술에서 파생, 설립된 바이오벤처들이 10여개가 넘는다. 대부분 회사 이름 앞글자가 '에스엘(SL)'로 시작하는 곳들이다. 'Saving Lives(생명 살리기)'라는 뜻이 담긴 작명이다.

'에스엘' 계열로 스핀오프된 벤처들은 단순한 지분관계에 머물지 않고 기술이나 사업적으로도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기술이전이나 공동개발 계약을 맺고 향후 이익을 함께 나누는 구조로 연결돼 있다. 이들 신생 벤처들은 저마다 전문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초기 단계의 실험들을 자유자재로 펼쳐가고 있다.

다만 기술 기반의 스핀오프식 분사가 반복되고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복잡해진 지분관계는 풀어가야 할 숙제가 됐다. R&D를 끌고 가기 위해 꼭 필요한 외부 자금을 유치할 때, 상호 및 순환 출자의 고리들이 투자 심리에 마이너스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프로젠·제넥신이 두 축…기술 및 투자 뒷받침 구조

성 회장 기술 계열의 벤처들은 지분 구조 흐름에 따라 크게 프로젠, 제넥신의 두 그룹으로 나뉜다. 비상장사인 프로젠과 상장사인 제넥신이 각각 다수 계열사 투자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프로젠이 지분을 보유 중인 곳으로는 에스엘메타젠, 지아이이노베이션, 클린젠코스메슈티컬 등이 있다. 굳티셀도 포함돼 있었으나 지난해 지분 전부를 처분했다.

제넥신은 프로젠보다 훨씬 더 많은 국내외 벤처들에 투자하고 있다. 영향력이나 지분구조 면에서 보다 밀접한 국내 주요 벤처들만 꼽아보면 에스엘포젠, 에스엘백시젠, 에스엘메타젠, 네오이뮨텍, 제넨바이오 등이다. 대부분 제넥신을 제외하고는 비상장사들이거나 바이오사업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은 곳들이다.

프로젠은 1998년 설립돼 제넥신보다도 설립 이력은 한해 먼저다. 성 회장 기술의 최초 특허의 근원지이기도 하다. 제넥신이 프로젠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제넥신이 프로젠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모두 정리된 상태다. 제넥신 연구원 출신인 진현탁 박사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면역 관련 피부 질환 신약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젠의 신약 파이프라인 중 우선순위가 아닌 물질들은 새로운 스핀오프의 발판으로 역할을 했다. 프로젠에서 파생된 벤처들은 대부분 기술 발명자로 성영철 회장이 포함돼 있다. 해당 벤처 대표나 창업자는 성 회장과 함께 발명자로 참여한 경우가 많다. 성 회장과 함께 발굴한 기술로 회사를 설립하고 공동 특허를 출원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사례다. 프로젠 기술을 이전받아 2017년 설립된 벤처이며 핵심 파이프라인의 발명자로 성영철 회장, 지아이이노베이션 창업자인 장명호 의장 등이 올라있다. 에스엘메타젠은 2017년 제넥신과 프로젠 합작으로 설립됐으며, 에스엘백시젠은 성영철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에스엘바이젠에서 2017년 분사했다. 에스엘포젠은 2016년 포항공대와 제넥신이 합작했다.

계열사 중 에스엘포젠은 2016년 제넥신이 포항공대와 합작해 만든 벤처다. CDMO 서비스 및 사업화가 주요 사업이다. 제넥신이 89.4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올초 제넥신이 에스엘포젠에 25억원을 추가로 출자했다.

◇성 회장 지배력 희석에도 긴밀한 사업적 유대관계

성 회장은 직간접적으로 이들 계열사에 투자해왔다. 성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에스엘바이젠은 하나의 통로 역할을 했다. 에스엘바이젠이 자금을 펀딩받는 과정에서 성 회장 지분비중도 점차 희석되는 중이다. 2018년 초 성 회장 지분율은 90% 이상이었지만 현재 82%까지 떨어졌다. 또 작년에는 성 회장이 구주를 일부 처분하기도 했다.

에스엘바이젠은 지난해 총 6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유한양행과 국순당이 해당 CB를 인수했다. 50억원 규모의 신주발행 유상증자도 진행했다. 재작년에도 7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에스엘바이젠은 프로젠 지분과 제넥신 지분을 모두 보유해왔다. 한때 에스엘바이젠이 프로젠 지분의 40%를 보유하고 프로젠은 제넥신 지분을 보유하기도 했으나 최근 에스엘바이젠은 프로젠 지분을 외부 투자펀드에 넘기고 프로젠은 제넥신 지분을 처분하는 등 복잡한 출자 구조가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그 결과 성 회장의 직접적인 지배력은 줄어들고 프로젠과 제넥신을 중심으로 계열이 재편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성 회장은 기술의 발명자로서 각 벤처와 유대감을 이어가며 사업 확장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계열사 핵심 리더십들은 성 회장과 함께 과거 포항공대 또는 제넥신 사업 등을 통해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성 회장은 포항공대 교수시절 학내벤처로 제넥신을 창업한 바 있다. 여러 연구진들과 함께 많은 기반 물질, 기술을 발굴해냈다. 한 바이오벤처 업계 관계자는 "성영철 회장은 자신과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끝까지 잘 챙겨주고 다방면으로 지원해주는 것으로 알려져있다"고 전했다.

성 회장은 이들 계열사에 직접적인 등기임원직을 맡고 있지는 않다. 다만 각 회사 공시에 따르면 특수관계자에 올라있으며 일부 회사에서는 자문료 등으로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프로젠이 지급하는 비용은 연간 3억원 가량, 에스엘바이젠은 1억원 미만, 에스엘백시젠은 5000만원 미만 수준이다.

◇복잡한 지분 구조는 외부 투자 발목

최근 에스엘바이젠, 프로젠 등이 계열 지분을 정리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해소되지 못한 고리들이 있다. 과거 CB 투자 등이 이뤄졌지만 비상장의 초기 사업 벤처인만큼 물량을 처분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성 회장은 현재 20억원 가량의 프로젠 전환사채를 보유 중이다. 2018년까지는 에스엘백시젠 지분 4.6%를 직접 소유해왔다. 에스엘바이젠은 프로젠 지분 3% 가량을 보유 중이며 30억원 규모 CB도 가지고 있다.

상호 투자 고리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제넥신과 프로젠이 각각 32.67%, 67.33%씩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는 에스엘메타젠은 프로젠과 상호 CB를 보유 중이다. 프로젠은 에스엘메타젠 6억원 CB를 투자, 보유 중이며 반대로 에스엘메타젠도 프로젠의 30억원 CB에 투자하고 있다.

복잡한 지분 구조는 연구개발 자금 조달을 위한 투자유치에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된다. 자금이 사용되는 통로가 흐릿해지기 때문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비상장 벤처 펀딩시 평가 요소로 중요하게 보는 것이 대주주 및 지분 구조"라며 "프로젠 계열 바이오벤처들은 CB 투자를 비롯해 출자구조가 얽혀있어 섣불리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초기 리스크가 큰 사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주주 개인의 투자가 이뤄지고 또 다수 연구자들을 지원하다보니 출자 구조가 복잡해진 것"이라며 "구조를 간명화하기 위한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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