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5월 27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복수유선방송업체(MSO) 현대HCN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예상대로 국내 대형 이동통신사들이 모두 참여했다. 언뜻보면 매각을 위한 1차 관문은 성공한 듯이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딜 성사에 여전히 의구심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의 태도가 여전히 미온적이라 흥행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현대HCN 인수에 비교적 높은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곳은 KT로 파악된다. KT는 자문사를 통해 일찌감치 현대HCN 인수를 추진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예비입찰도 다른 통신사의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눈치보지 않고 '소신껏' 준비했다는 것이 IB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KT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시장에서는 충분히 납득이 간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와 합병 방식으로 티브로드를 인수했고, LG유플러스 역시 CJ헬로를 인수하는 등 최근까지 경쟁 이동통신사들이 유료방송 M&A에 적극 나섰던 반면 KT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2년전 딜라이브 인수 검토가 무산된 이후 경쟁사들은 MSO 인수를 통해 유료방송시장내 점유율 격차를 줄여온 만큼 KT가 보다 공격적으로 남아있는 매물에 집중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특히 수년 전과는 달리 점유율 합산규제 완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HCN 예비입찰에 뛰어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시장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과연 이들이 현대HCN을 가져가고자 하는 의지가 어느정도 일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예비입찰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경쟁 구도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아직까지는 관망하는 자세로 딜을 접근하는 분위기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타 통신사들이 입찰에 들어간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함께 참여했을 뿐"이라며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이 최근 완료돼 양사의 통합작업과 시너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대HCN을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CJ헬로 인수 후 안정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현대HCN 인수에 급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 IB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시장에서는 여러 정황상 현대HCN 딜의 무게중심이 KT에게 쏠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의 인수 의지가 강하지 않다면 자연스럽게 딜의 주도권을 KT가 잡게 될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물론 변수는 남아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HCN 매각을 공식화 하면서 여의치 않을 경우 매각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협상 가격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때는 딜 자체가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