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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렌터카 원조 허츠의 도산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0-05-28 13:17:19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8일 13: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터프라이즈에 이어 글로벌 2위인 렌터카 회사 허츠(Hertz)가 지난 5월 22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직접적인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의 부진이다. 허츠는 2012년에 인수했던 렌터카 쓰리프티와 달러도 자회사로 가지고 있다. 모두 약 3만8천 명을 고용하고 약 70만대의 차량을 운용한다.

허츠는 렌터카(Rent-a-Car)라는 상호로 월터 제이콥스(Walter L. Jacobs)가 1918년 시카고에서 창업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 최초의 렌터카 회사다. 제이콥스는 창업 때 22세였는데 포드의 Model T 몇 대로 영업을 시작했다. 본인이 직접 도색과 정비 작업을 했다. 창업 5년 만에 600대가 되었고 매출 100만 달러를 달성했다.

1923년에 회사는 존 허츠(John Hertz)에게 매각되었고 1926년 다시 GM으로 넘어갔지만 제이콥스가 1960년까지 계속 사장을 맡았다. 제이콥스는 신용카드 결제와 편도 렌트를 최초로 도입했고 허츠의 최대 강점인 공항영업을 발전시켰다. 역설적으로 공항영업은 코로나 시대 허츠의 약점이 되었다.

GM은 큰 역할이 없다가 1953년에 제이콥스와 허츠가 중심이 되어 만든 옴니버스라는 투자회사에 회사를 매각했다. 회사 이름이 허츠가 된 것은 뉴욕증시에 상장된 1954년이다. 약 30년 이상 평탄하게 성장한 허츠는 1987년 13억 달러에 포드자동차에 매각된다. 당시 자동차 회사들이 가장 큰 구매자인 렌터카 회사를 자회사로 두는 것이 유행이었다. GM은 에이비스를 인수했고 크라이슬러는 나중에 허츠로 넘어간 쓰리프티와 달러를 인수했다.

그러나 포드는 8년 후인 2005년에 허츠를 칼라일을 포함한 4개 사모펀드 컨소시엄에 부채 포함 148억 달러에 매각했다. 이 바이아웃은 23억 달러 현금에 69억 달러 금융으로 구성되었던 딜이다. 보유 차량 전부를 담보로 넣었다. 이 때문에 악시오스는 허츠를 ‘금융공학의 프랑켄슈타인’이라고 불렀다. 허츠를 인수했던 사모펀드 컨소시엄은 인수 6개월 후에 10억 달러 배당으로 투자위험을 감소시키고 회사의 부채비율을 높였다. 2006년 재상장 시 부채비율은 95%였다. 2012년의 쓰리프티와 달러 인수도 고평가였다.

2013년 사모펀드들은 완전히 철수한다. 이때 행동주의자 칼 아이칸이 투자를 개시했다. 회사에 대규모 회계부정이 발생한 것이 계기였다. 그러나 법정관리 신청일 기준 지분율 39% 1대 주주로 이사회에 3석을 보유했던 아이칸은 16억 달러의 투자손실을 시현하고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허츠는 한때 ‘나는 은행’(Flying Bank)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스위스에어를 연상시킨다. 스위스에어는 오늘날 스위스항공의 전신인 회사다. 항공사가 지나치게 자산운용업에 몰두하다가 2001년에 도산했다.

허츠는 매출이 렌터카와 중고차 판매에서 발생하는 회사지만 사실상 리스회사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수목적회사들을 설립해 자산유동화채권을 발행, 자동차를 구입하고 리스한 후 렌트했다. 코로나로 렌트는 급감했고 중고차 가격도 폭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허츠를 ‘자동차를 렌트하는 은행’이라고 까지 부른다. 자본비용을 낮추는 구조가 유동성이 떨어지면서 급격히 위험해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허츠는 부채가 190억 달러다. 2019년 EBITDA의 약 4.4배다. 현금성 자산은 14억 달러에 불과하다. 부채는 대부분 자산유동화로 발생했기 때문에 자산가치가 하락하면 추가 부담이 있다. 유럽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렌터카 회사가 차량을 제조사에 반납할 수도 없다. 이런 구조하에서 자산이 세단 위주인 허츠는 SUV 붐과 우버의 부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는 화룡점정 역할을 한 것뿐이고 문제는 이미 내재되어 있었다.

금융위기든 코로나든 기업은 외부적 충격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외부적 충격은 차별 없이 모든 기업을 어렵게 한다. 내실 있고 재무적으로 대비가 잘 되어 있는 건강한 기업은 이를 극복할 수 있다. 살아남은 기업은 경쟁자의 도태로 더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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