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2(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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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준수 변화 이유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점검]직무대행 순서만 존재…승계이슈 맞물려 부담 관측도

김성진 기자공개 2020-06-02 10:00:36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1일 15:4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른바 '재벌 시스템'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배구조 특성상 현재 기업을 '누가 경영하고 있는지' 또 '누가 경영을 이어받을 것인지'는 주요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특히 그 기업이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인 경우에는 관심이 더욱 집중된다.

한화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완전한 지주사는 아니지만 ㈜한화가 그룹 내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다. ㈜한화를 중심으로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생명 등 주요 계열사들이 뿌리를 내리는 식이다. ㈜한화의 경영자가 사실상 그룹 전체의 경영을 진두지휘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한화가 그룹 내에서 중심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보니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핵심지표 준수 현황' 중에서도 '최고경영자 승계정책(비상시 선임정책 포함) 마련 및 운영' 여부에 대한 관심이 크다. 현재 ㈜한화는 금춘수, 옥경석, 이민석 등 3인의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김동관 부사장(사진)이 유력한 승계 후보로 꼽히고 있다. ㈜한화는 과연 현재 어떤 승계정책을 마련해서 운영 중일까.

◇"명문화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없어"

㈜한화가 최근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 사업연도에 총 15가지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중 8개 지표를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사업연도의 핵심지표 준수 개수도 마찬가지로 8개로,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만 놓고 보면 1년간 기업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변화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감사기구에 대한 작은 개선도 이뤄졌다. 2018 사업연도에는 준수하지 않았던 '내부감사기구에 대한 연 1회 이상 교육 제공'을 이행하며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2018 사업연도와 비교해 바뀐 부분 채색으로 표기.

눈길을 끄는 것은 이사회 관련 지표인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및 운영'의 준수 여부 변화다. ㈜한화는 지난해 보고서에는 승계정책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고 표기했지만, 이번에 공시한 보고서에는 돌연 해당 항목을 준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화는 기존 보유하고 있던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폐기한 것일까 아니면 정책이 있어도 준수하지 않는 것일까.

기업들이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하는 것은 지난해 제도가 도입된 이래 올해로 두 번째다. 지난해와 비교해 달라진 점 중 하나는 핵심지표 준수여부 표기에 대한 상세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단순히 'O, X'로 체크하는 데 그쳤다면 올해부터는 '왜 준수하지 않는지', '앞으로 계획은 어떤지'에 대한 설명이 추가로 붙는다.

㈜한화는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및 운영'과 관련해 "최고경영자 승계를 위한 내부 프로세스를 구축 및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와 동일한 설명이다. 다만 차이점이 하나 생겼다. 올해에는 "당사는 명문화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규정 및 위원회)은 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높아진 준수 기준…한화그룹 부담스러울 수도

그렇다면 "명문화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은 없다"는 설명은 왜 추가로 붙었을까. 이는 한국거래소가 지난 3월 공개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가이드라인 개정'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처음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제도가 도입된 이후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올해 보고서 작성과 관련해 수정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개정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가이드라인.

개정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및 운영’ 항목 가이드라인에는 '단순 유고시 직무대행 순서만 이사회 규정 등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는 승계규정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동시에 △승계정책의 수립 및 운영 주체 △후보(집단) 선정, 관리, 교육 등 승계정책의 주요 내용 △공시대상기간동안 교육 현황 등의 세 가지 명확한 준수 조건을 명시했다. 한 마디로 단순 기계적 직무대행이 아닌 장기적으로 회사를 이끌어나갈 후보자를 육성하라는 요구나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난해 기업들이 해당 항목을 준수하고 있다고 표시한 것은 사실 적절치 않은 답변"이라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개정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승계 프로그램과 관련해 이사회 승인을 받은 정책이 있는지, 그리고 그 정책에 입각해 실제 후보자 리스트가 관리되고 있는지를 묻는 항목이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러한 후보군 선정 및 승계대상 선정은 현재 승계 이슈를 겪고 있는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재계서는 현재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을 유력한 승계 후보자로 꼽고 있지만 한화그룹은 공식적으로 승계와 관련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이드라인대로 승계정책을 마련한다면, 시장에서는 이에 해당하는 인물을 그룹의 승계자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물론 보고서 상의 승계는 '소유' 개념의 승계가 아니라 '경영' 개념의 승계라 둘을 완전 동일시할 수는 없다. 다만 재벌시스템 기반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는 국내기업들에게 '소유'와 '경영'을 떼어놓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김 부사장이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올해 ㈜한화의 전략부문장에 오른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화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 승계정책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강화되었기 때문에 준수여부에 대한 표기가 변경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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