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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의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thebell note]

김현정 기자공개 2020-06-04 13:55:24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2일 07:4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Bank, Beyond Bank(은행, 그 이상의 은행).' 카카오뱅크의 슬로건이다. 은행 서비스에 대한 재해석과 IT 혁신을 통해 은행 밖 영역에 도전하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메인 홈페이지에 걸려있는 '같지만 다른 은행. 카카오뱅크'라는 문구 역시 은행이지만 스스로 은행임을 부정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런데 카카오뱅크의 정체성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두면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국내 주식시장에 처음 등장하는 종목이다보니 밸류에이션의 피어그룹이 어디로 설정될지가 IB업계 초미의 관심사다. 시중은행에 밸류를 맞추면 저평가 논란에, IT기업이나 핀테크사에 맞추면 고평가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사실상 카카오뱅크는 기본 틀부터 은행과 거리를 둔다. 은행의 CEO는 은행장이라 부르는데 카카오뱅크에서는 그냥 윤호영 대표다. 부행장이 없고 부대표, 그룹장이 있다. 심지어 그마저 부르지도 않는다. 상사를 영어 이름으로 부를 만큼 수평적 조직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보수적인 은행권 문화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핀테크사에 가까운 모습이다.

하지만 은행권이나 금융당국 내에서는 정반대 시선도 만만찮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금융위 금융행정혁신위원장 시절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사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명백히 밝혔다. 핀테크 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예금자보호라는 최상위 가치가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실제 카카오뱅크가 IPO를 준비한 계기도 은행법에 따라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시중은행들과 다름없이 규제에 묶여있는 처지란 얘기다. 이를 감안하면 밸류에이션을 한없이 높게 잡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무작정 은행의 기준만 들이댄다면 억울할 수밖에 없다. ICT업계에서는 적자에 자본잠식 기업도 수천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다. 토스나 배달의민족, 쿠팡 등은 적자지만 조 단위의 밸류에이션이 책정됐다. 미래 성장성에 대한 가치인 셈이다. 은행권에서는 적자 기업이 조 단위의 가치를 받는 일은 없다.

카카오뱅크는 그간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한 챗봇, 모임통장, 간편송금 등으로 '금융권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언택트 비즈니스로 분류되는 만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도 하다. 지점 하나 없이 모바일 플랫폼만으로 금융서비스가 원활히 제공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카카오뱅크가 만들어 놓을 IPO의 모든 발자취는 케이뱅크나 토스뱅크가 뒤쫓아 갈 선례가 된다. 스타트를 끊는 카카오뱅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을 카카오뱅크의 IPO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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