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1(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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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FDA 신약허가 통보에 동료들을 부둥켜 안았다"SK바이오팜 박정신 사업부장·찰스곽 수석…세노바메이트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

서은내 기자공개 2020-06-05 08:18:20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4일 07:3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노바메이트 허가 직전 FDA로부터 최종 공지를 받았다. 성공적인 결과를 직감했다. 미국에서 근무하던 동료들과 모여 있었는데, 너무 기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을 껴안고 또 껴안았다."

SK바이오팜 뇌전증신약 세노바메이트(Cenobamate) 임상 3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던 2019년 11월. 미국 SK바이오팜 현지법인 SK LSI(Life Science, Inc)에 미국 FDA로부터 신약 허가에 관한 서신이 도착했다. 20여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박정신 SK바이오팜 신약개발사업부 부장과 찰스 곽(CHARLES KWAK) 임상의학팀 수석 매니저는 더벨과 인터뷰를 통해 임상 3상부터 허가까지의 치열했던 순간들을 공유했다. 이들은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세노바메이트 허가 실무를 주관해왔다.

박정신 신약개발사업부장은 유한양행에서 임상, 허가 분야를 경험하고 2004년 SK주식회사 신약개발사업부서로 입사했다. SK바이오팜 분사 전부터 16년간 신약의 허가 및 임상, 제품 매니지먼트를 담당했고 SK바이오팜 임상개발실장을 맡아왔다.

찰스 곽(CHARLES KWAK) 수석매니저는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 에이자이에서 신약 연구를 해오다 2015년 SK바이오팜의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SK Life Science, Inc)로 합류했다. 세노바메이트의 막판 허가 과정에서 임상 팀장으로서 실질적인 FDA와의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담당했다.

박정신 SK바이오팜 신약개발사업부장과 찰스 곽(Charles Kwak) SK라이프사이언스 임상의학팀 수석매니저.

◇도전의 연속…전쟁같이 치열했던 FDA 실사 현장

세노바메이트는 독자적으로 임상 3상을 마무리하고 미국 FDA 신약 허가를 받은 국내 기업 최초 사례다. 그동안 임상 3상은 국내 기업들이 한번도 넘지 못한 큰 산이었다. 지난해 수많은 벤처들이 3상 문턱에서 갖가지 이유로 좌절했던 지점이다.

임상 3상은 대규모 환자 모집이 필요하고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 경험 부족에서 오는 실수들이 국내 업계에 잇따랐다. 임상 1상 혹은 2상에서 해외 제약사에 기술을 넘겨주고 이익을 취하는 것이 최선으로 여겨져왔다.

SK바이오팜은 이같은 공식을 깼다. 박정신 사업부장은 "SK바이오팜 역시 다른 약물 개발 과정에서 때로는 도중 라이선스아웃했다가 실패도 했다"면서 "이런 경험이 쌓이다보니 우리 약물에 가장 최적의 개발 방식을 만들어갈 시스템과 노하우가 생겼다"고 말했다.

세노바메이트는 최종 승인 전 개발 과정에서도 임직원들에게 성취감을 안겨다준 약물이었다고 한다. 박정신 사업부장은 "임상 시험이 잘 진행되는지 확인차 데이터를 공동 모니터링한 적이 있다"면서 "호주에서 뇌전증 환자의 블라인드 데이터를 살펴보는데 드라마틱하게 약물이 잘 듣는 것을 보고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임상 2상 완료 후 FDA로부터 2상 결과로 충분한 유효성 입증을 평가받은 것도 큰 수확이었다. 통상 임상 3상에서도 유효성 평가 변수를 충족했는지를 놓고 노심초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찰스 곽 수석은 "FDA와 미팅에서 2상만으로 유효성이 다 입증됐다는 코멘트를 들었다"면서 "3상에서는 대규모 안정성 시험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끝날 때 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허가 직전까지 도전의 연속이었다. 임상이 다 완료된 줄 알았는데 신약 허가신청 사전미팅(Pre-NDA meeting)에서 FDA로부터 요청이 온 것이다.

찰스 곽 수석은 "환자를 좀더 무작위로 모집하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NDA 제출을 6개월 앞둔 시점에 이런 얘기를 듣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회상했다.

허가 기관의 요청과 실사에 응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 예고없이 찾아오는 FDA 실사(inspection)는 엄청난 부담이었다. SK바이오팜 한국 법인과 미국 LSI 연구개발진들 간 유기적인 협업 아래 실사 담당 팀이 가동됐다. 예상 요청 자료를 준비하며 실사 상황에 따른 동선 하나까지 사전 스토리보드를 완벽하게 짰다.

찰스 곽 수석은 "FDA에서 미국 LSI에 두 명의 담당관이 왔다"면서 "일주일간 주요 개발진들이 한 회의실에 모여 담당관과 질의응답을 치열하게 이어갔다"고 말했다. 또 "FDA가 원하는 정보는 최대한 빨리 전달해야 한다"면서 "FDA 인스펙션이 진행되는 공간을 워룸(War Room) 이라고 부른다"고도 덧붙였다. 허가기관의 질문과 요청이 전쟁 상황처럼 공격적으로 펼쳐졌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독자개발 완수의 비결…신약개발 '기본' 충실해야

SK바이오팜이 세노바메이트 임상 3상을 시작하고 FDA 판매허가를 받기까지는 3년 반이 걸렸다. 일반에겐 긴 시간이지만 신약 개발자들은 '3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깜짝 놀란다.

전 과정이 정해진 기한에 따라 숨가쁘게 진행됐다. 3상 개시는 2016년 4월이며 2년 반 만에 신약 판매허가 신청서(NDA)를 제출했다. 2019년 11월 판매승인 결정을 받았다.

임무 완수의 비결은 특별하진 않았다. 신약개발의 기본기에 충실했던 점이다. 박정신 부장과 찰스 곽 수석은 '약물 데이터의 품질(Quality), 비용(Cost), 시간목표(Timeline)' 이 세 가지에 대해 최고 경영진부터 모든 팀원들이 중간중간 점검하고 철저히 확인하는 절차를 지속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 중 가장 우선순위는 '품질'이었다.

박 사업부장은 "신뢰할 만한 품질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용이나 시간을 아끼기 위해 품질에 소홀해지기 쉬운 유혹이 존재하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하고, 임상을 수행하는 CRO에도 방침을 명확히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결국 임상에서 간과했던 사소한 문제가 결과물에 영향을 미치게 돼있다"며 "수행 도중 문제를 진단하기 쉽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확인을 거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3상에서 실패한 이유 중 하나로 CRO(임상위탁기관) 관리 부족이 지적된다. 대규모 환자 모집 등이 필요한 임상3상에서 대부분 CRO를 활용하게 된다. 박 부장은 "모든 책임은 신약개발 주체인 스폰서가 져야한다"면서 "여러 CRO를 동시에 활용하기에 중간에 실수가 일어나기 쉽다"고 말했다. 또 "이 때문에 CRO의 수행 상황을 감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CRO 내부에서 인력이 이동하는 경우도 많아 잘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품질 관리가 신약개발의 원칙이라면 이런 원칙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었던 배경은 SK바이오팜이 두 가지 기반을 갖췄기 때문이다. 하나는 신약 개발에 대한 뚜렷한 의지다. 다른 하나는 경험있는 인재를 구축하는 것이다.

박 사업부장은 "신약개발은 실패율이 매우 높고 매일 새 문제에 직면하는 사업"이라며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순간 의사결정이 수반된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내부에 '스테이지 게이트 모델(Stage gate model)'을 두고 특정한 수행 과정의 지속 및 중단에 대한 의사결정을 반복하고 있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경험있는 개발진이 있을 때 가능하다. 찰스 곽 수석은 "개발 진행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살피고, 또 결과를 해석하고 다음 단계를 판단하기 위해선 역량과 경험있는 사람을 잘 뽑아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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