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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현산-산은 기싸움에…숨죽인 금호그룹구주가격 변경 가능성 대두, 박세창 사장 경영 집중

유수진 기자공개 2020-06-22 15:54:31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9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M&A를 둘러싸고 주요 관계자들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독 조용한 곳이 있다. 현 최대주주이자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최대한 비싼 가격에 아시아나항공을 팔아야 하는 거래 당사자지만 HDC현대산업개발과 산업은행의 기싸움을 지켜보며 침묵만 지키고 있다.

문제는 현대산업개발이 사실상 금호그룹을 배제한 채 산업은행과만 인수조건 변경을 협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 이들이 조건 재협상에 나서면 구주대금이 하향조정 되는 등 금호그룹에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다. 금호그룹 입장에서는 협상테이블에 함께 둘러앉지도 못한 채 기존보다 매각조건이 나빠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그룹은 최근 아시아나항공 M&A 이슈와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현대산업개발을 시작으로 산업은행과 심지어 아시아나항공까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으나 홀로 입을 다물고 있다. 조건 재협상이라는 상황이 결코 금호그룹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현대산업개발이 거래 상대인 금호그룹을 배제한 채 산업은행과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을 전달하며 다소 입장이 난처해 지기도 했다. 사실상 금호그룹과는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은 9일 배포한 자료에서 "인수계약에 관한 논의가 계약 당사자들에 국한된 범위를 넘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의 대승적 차원의 실질적인 논의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양측은 금호그룹에 조건 재협상을 제안하거나 관련 내용을 별도로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금호 측 관계자는 "따로 전달 받은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애초에 이번 매각 건 자체가 산업은행 주도로 진행돼 오긴 했지만 현재의 금호그룹은 발언권조차 제대로 갖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보인다. 누구보다도 성공적인 거래종결을 원하는 입장인 만큼 사소한 발언이나 입장 표명 등도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조건 재협상이 시작되면 금호산업으로 흘러가는 구주대금도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아시아나항공에 직접 투입하는 자금을 늘리기 위해 구주가격 낮추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현대산업개발이 '원점에서의 재협의'를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인수조건 전반을 뜯어볼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 역시 "현대산업개발이 인수의사를 확실히 보인다면 나머지 제반조건에 대해서는 충분히 감안해 협의하고 검토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추후 협상테이블이 마련되면 금호그룹 측 인사도 합류하게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계약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조건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금호그룹이 실질적으로 협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특히 아직 현대산업개발과 산업은행이 각각 다른 협상방식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의미있는 진전이 있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전망이다.

금호그룹에서는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이 물러난 이후 사실상 그룹 입장을 대표하며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 4월 아버지 박 전 회장이 이동걸 회장과 만나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포함한 자구계획 수정안을 제출할 때도 자리에 함께 했다.

박 사장은 현재 아시아나IDT 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본사가 위치한 종로구 공평동 센트로폴리스 건물로 출근하며 평소처럼 회사 경영을 챙기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래먹거리 마련을 위한 신사업 추진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아시아나IDT는 지난 1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상 사업목적에 △가상화 및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사업 △사물인터넷 기반 IT 신기술 적용 융복합 사업 등을 추가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신기술 기반 솔루션 사업을 강화해 중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물론 박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마무리되면 아시아나IDT 사장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박 전 회장은 1년2개월째 공개적인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한 번도 본사에 발길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12년간 맡아왔던 연세대학교 총동문회장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주변 지인들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평소 취미였던 등산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진행됐던 지난해 11월7일 당일에도 아침 일찍 서울 근교 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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