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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미니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전기로 철강사 점검]전기로 16년만에 가동 중단, 고로 준공 후 경쟁력 약화...'원매자 찾기' 난항

구태우 기자공개 2020-07-07 10:39:04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2일 13: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백년 동안 꺼지지 않을 불을 지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13년 9월13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3고로 화입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화입식은 고로 하단부에 처음으로 불씨를 넣는 행사다. 고로 준공은 정몽구 회장의 숙원 사업 중 하나였고, 현대제철은 약 10조원을 투입해 3기의 고로를 준공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013년 3고로 화입식을 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2006년부터 막대한 자금을 넣어 일관제철소(제철·제선·제강 3공정이 한번에 이뤄지는 제철소)로 재출범했고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한 철강사로 거듭났다. 현재 현대제철은 조강생산량 기준 15위의 철강사다. 포스코는 세계 5위다.

현대제철의 고로 건설은 필연적으로 미니밀(mini mil) 공정의 가동 중단을 예고했다. 그리고 이는 최근 현실화됐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내 전기로 열연공정의 가동을 중단하고 매각을 추진 중이다. 현재까지 원매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니밀은 전기로를 이용해 고철(철스크랩)을 용해해 쇳물로 바꾼 후 철판을 생산하는 공정이다. 통상 철판 등 판재류는 고로에서 생산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1989년 미국 철강업체 뉴코어는 전기로에서 최초로 판재를 생산했다. 이후 한보철강과 포스코, 동부제철(현 KG동부제철) 등에서 미니밀 설비를 도입했다.

현대제철은 1978년 현대그룹이 인천제철 등 중소형 철강사들을 끌어모으면서 몸집을 불렸다. M&A를 통해 60년 역사의 전기로와 관련 기술을 갖게 됐다. 미니밀을 가동한 건 2004년 한보철강 당진공장을 인수하면서부터다. 현대제철이 자체 보유한 전기로 기술력과 당진공장 인수의 시너지가 커졌다.

당시 국내에는 열연강판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기였다. 포스코가 고로와 미니밀을 통해 열연강판 수요를 댔다. 현대제철은 M&A를 통해 얻은 미니밀 설비를 통해 건축용 판재를 생산했다. 캐파(Capa)는 연간 150만톤으로 현대제철 전체 캐파의 7% 미만이다.

생산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당진공장 미니밀 설비를 가동해 최초로 판재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또 형강과 철근 외에 건축용 판재까지 생산이 가능해져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졌다.

그럼에도 미니밀 공정의 이점은 오래가지 않았다. 현대제철은 일관제철소를 목표로 2010년 1고로를 완공했다. 연간 400만톤의 쇳물을 뽑아 고순도 고품질의 철강재를 생산할 수 있었다. 2014년 3고로까지 완공했고, 이 시기 포스코와 동부제철은 미니밀 공정의 가동을 중단했다.

미니밀 설비의 경쟁력이 떨어진 이유는 치명적 단점 때문이었다. 미니밀 공정인 '박슬라브 직결연간압연설비'의 경쟁력은 균일한 품질에 있다. 그런데 철근 및 형강과 달리 미니밀에는 고급 스크랩 또는 선철이 사용됐다. 철스크랩은 철광석과 달리 중소형 업체들이 취급해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다. 미니밀 설비에서 생산한 판재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자동차강판을 생산하기에는 부적합하다.

포스코는 일찍이 미니밀 설비에서 손을 뗐고, 동부제철은 대규모 투자 손실을 입고 설비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제철은 최근까지 미니밀 설비를 운영했지만 수익성과 실적 악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설비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별도 기준 18조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1.5%, 0.1%를 기록했다. 수입산 철광석 가격과 시황 악화로 창사 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냈다.


현재 미니밀 설비는 수주도 거의 없어 가동률이 크게 줄었다. 철스크랩 가격 인상 등 설비 운영에 따른 기회비용이 커지자 매각을 결정했다.

미니밀 공정이 현재 현대제철의 위상과 맞지 않는 점도 있다. 현재 현대제철은 자동차 부품사의 위상을 높이고, 현대차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부품 브랜드인 'H-Solution'을 출시했고 해외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미니밀 공정은 자동차 부품사의 정체성과 맞지 않아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게 됐다는 관측도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해당 설비의 가동 중단을 노조 측에 통보했다"며 "설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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