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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결국 '중대한 부정적 영향' 상쇄에 달렸다사실상 선행조건 충족 불가능, 명분 쌓기...산은·국토부 파격 지원 요구

유수진 기자공개 2020-07-08 08:31:53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6일 15:1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거래종결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이유로 다시 한 번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언급했다. 러시아를 마지막으로 필요한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모두 받았지만 계약 이후 인수가치를 훼손하는 상황들이 여럿 발생해 기존 계획대로 진도를 뺄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재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거래종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려 한다고 해석한다. 추후 인수를 포기하게 되더라도 딜 무산 책임이 전적으로 현대산업개발에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미리 유리한 환경조성에 나섰다는 의미다. 조건 재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는 건 물론이다.

실제로 잇따라 이 같은 태도를 보이자 산업은행에 이어 국토교통부까지 발벗고 '정몽규 달래기'에 나섰다. 앞다퉈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등 협상 주도권이 완전히 HDC그룹 쪽으로 넘어온 모양새다. 산업은행 등이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는지 여부가 딜의 향방을 가를거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러시아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 절차가 마무리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1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 러시아, 터키, 카자흐스탄 등 6개국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한지 6개월 만이다. 이로써 거래종결을 위한 행정절차 등은 사실상 끝났다.

이날 현대산업개발은 주요 선행조건이 완수됐으니 인수절차에 속도를 낼 거란 계획이 아닌, 다른 선행조건들이 마저 충족돼야 거래종결 의무가 발생한다는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러시아 승인으로 딜 진행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진 않는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현대산업개발은 "기업결합승인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계약상 매도인 등의 진술 및 보장이 중요한 면에서 모두 진실돼야 한다"며 "확약과 의무가 중요한 면에서 모두 이행됐다는 등 다른 선행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만 거래종결 의무가 비로소 발생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도 '중대한 부정적 영향'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9일 배포한 자료에서 "인수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인수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인수가치를 현저히 훼손하는 여러 상황들이 명백히 발생됐다"는 내용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4조5000억원 증가 △동의 없이 1.7조원 차입 승인 △신뢰할 수 있는 자료 미제공 등을 들었다. 이를 재점검 및 재협의 하기 위해 거래종결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고도 했다.

현대산업개발이 매번 빼놓지 않고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강조하고 있는 건 이번 딜을 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행여 인수포기를 결단하게 될 상황에 대비해 계약체결 당시와 매물 가치 및 주변환경 등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다. '중대한 부정적 영향'은 현대산업개발이 거래종결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되는 명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SPA상 매수인들의 거래종결 의무의 선행조건 일부 발췌. (출처:전자공시시스템)

금호산업과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서(SPA)상 매수인의 거래종결 의무 선행조건에는 '기준일(계약일) 이후 중대하게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하지 아니하였을 것'이 포함돼 있다. 바꿔 말해 중대하게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하면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선행조건 완수 없이는 거래종결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미 현대산업개발은 자료 등을 통해 중대하게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했다는 점을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해당 조항을 문제 삼으면 선행조건 충족 및 거래종결이 불가능하다는 명분이 생긴다. 이를 활용해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거나, 인수포기까지도 결정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이 밖에도 아직 충족되지 않은 선행조건들과 거래종결 이전 확약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현대산업개발이 확고한 인수의지를 보여주면 곧바로 이행 가능한 것들이다. △아시아나항공 임시 주총 개최 및 현대산업개발 추천 후보 등기임원 선임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간 감사용역 계약 해지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주식 담보 계약 해지 등이다.

다만 최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직접 딜에 개입하며 추후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시기적으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김 장관이 직접 정몽규 회장과 만나 '달래기'에 나서면서 상황을 우호적으로 끌고 갈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장관은 "쟁점이나 이견에 대해 명확하고 수용가능한 대안 제시를 통해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재계에서는 건설부동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HDC그룹이 주무부처로서 각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국토부의 주문을 흘려들을 수는 없을 걸로 본다. 현실적으로 괜히 눈 밖에 나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시도 산업은행 등이 정 회장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인수조건을 제시했다는 전제가 깔렸을 때 기대해볼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재차 강조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산업은행과의 조건 재협상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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