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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초격차 대세', 동국제강 고급재 생산라인 투자 고급 컬러강판 250억 배정…4년 고심 끝에 결정

구태우 기자공개 2020-07-14 08:40:54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9일 1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영학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초격차'는 전자산업과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뿐 아니라 철강업에서도 대세다. 초격차는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이란 뜻으로 산업 분야에서는 경쟁업체와 기술과 품질 격차를 한뼘 더 벌린다는 의미다.

철강업은 자본집약 산업으로 초창기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다. '제선(원료 투입)-제강(쇳물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압연(슬래브에 압연을 가하는 과정)'을 거쳐 산업의 '중간재'를 생산하는 일련의 과정은 철강사마다 대동소이하다.

강도와 표면, 성형성은 철강제품의 품질을 결정하는데 철강사마다 기술 격차가 있다. 작지만 큰 차이를 만드는 게 철강업계의 '초격차'다. 국내 철강사들은 중국 철강사의 맹렬한 추격과 전후방산업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늘리고 있다.

포스코는 월드 프리미엄(WP) 제품, 현대제철은 'H-Core(건설용 내진재)'와 'H-Solution(고객 맞춤형 자동차 부품)을 판매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국제강은 프리미엄 고급형 컬러강판 브랜드로 '럭스틸(건축용)'과 '앱스틸(가전용)' 등을 갖추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은 철강재 가공기술이 뛰어나 프리미엄 제품군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중국 철강사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동국제강은 4년의 장고 끝에 최고급 컬러강판 생산라인 증설에 나선다.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완공 후 프리미엄 컬러강판의 '초격차'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프린팅된 동국제강 컬러강판

동국제강은 9일 컬러강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총 250억원의 투자금은 9번째 컬러강판 생산라인에 들어간다. 동국제강은 현재 8개의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2~9 CCL(Color coating line)에 'S1 CCL'(Special Color Coating Line)을 추가한다. 현재 동국제강은 세계 최대 규모의 컬러강판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증설로 캐파는 10만톤 더 늘어난 80만톤으로 확대된다. 경쟁업체의 캐파가 10만~40만톤인 것과 대비된다.

'S1 CCL'은 라미나 강판(다양한 색상과 무늬가 가미된 플림을 입히는 고급 컬러강판)과 디지털 프린팅 강판(고객 맞춤형으로 컬러강판을 생산하는 방식), UV강판(선명하고 또렷하게 강판의 이미지를 구현함) 등 프리미엄 생산기술이 탑재된다.

동국제강은 이번 증설로 향후 추가될 생산라인은 '스페셜 라인'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최근 가전시장은 프리미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반영된 맞춤형 가전이 인기를 얻고 있다. 동국제강은 컬러 강판 분야에서 입지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데,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번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실제 이번 투자는 2017년부터 매년 경영 현안 안건으로 검토됐지만 연기됐다. 동국제강은 2014년부터 저수익 구조가 고착화됐고, 브라질 합작사(발레, 동국제강, 포스코)의 투자로 증설 여력이 없었다.

CSP제철소 생산도 안정화됐고, 구조조정의 성과들이 재무적으로 나타나면서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 가전산업의 트렌드가 변화한 원인도 이번 투자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동국제강이 고부가가치 위주 사업의 비중을 넓혀야 하는 점도 투자 원인 중 하나다. 동국제강의 '캐시카우'는 봉형강 등 건자재다. 봉형강 제품은 전체 매출의 50%를, 냉연강판은 32%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컬러강판의 비중은 17%를 조금 넘는다.

동국제강은 컬러강판의 비중을 매년 늘려 수익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컬러강판은 봉형강과 후판보다 수익성이 높다. 이 때문에 전체 포트폴리오 중 컬러강판이 늘어날수록 수익성 개선 효과가 있다.

현재 철강업은 철광석 및 고철(철스크랩) 등 원가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높아졌다. 반면 큰손인 자동차와 조선업, 건설업은 수요가 줄었다. 이 때문에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불경기 시기'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판매해 실적 악화를 메우려는 의도다.

동국제강은 2000년대 들어 컬러강판 생산라인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2002년 40만톤에 달하던 캐파는 2016년 75만톤으로 늘어났다. 앞으로는 프리미엄 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위주로 특화한다.

이는 장세욱 부회장의 경영전략 중 하나다. 장 부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코팅 기술력을 갖은 기업으로서 컬러강판의 초격차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정화된 재무구조는 설비 투자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136.7%로 2013년(189.2%)과 비교해 개선됐다. 차입금 중 68% 단기성으로 이자율은 0~4%대다. 연간 금융비용은 900억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현금창출력은 3670억원, 이자보상배율은 1.6배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이 차입금 이자비용보다 얼마나 더 많은지를 나타내는 배수로 수익성과 이자상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1.5배를 넘으면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사업구조가 비교적 안정화된 만큼 신규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은 크지 않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이번 투자로 경쟁 우위인 컬러강판 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시장을 선도하겠다"며 "컬러강판의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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