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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채형석의 '포기' 결단...정몽규의 선택은인수 이후 대규모 자금 투입 부담 '공통점'…HDC 의사결정 빨라질듯

박상희 기자공개 2020-07-24 08:34:07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3일 09:2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주항공이 끝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M&A(인수합병) 의지를 접은 것이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불발이 공식화되자 시장의 관심은 아시아나항공으로 쏠린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아시아나항공인수 인수 포기를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도 채형석 애경그룹 회장처럼 인수 포기 수순을 밟을 것인가. 정 회장이 장고의 시간을 끝낼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포기는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발표 시점의 문제였다. 제주항공은 이달 1일 이스타항공에 "10일(10영업일) 이내에 선결 조건을 모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최후통첩'을 보낸 데 이어 지난 16일 "(마감 시한인) 15일 자정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정몽규 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제주항공이 먼저 항공사 M&A 거래 포기 길을 터준만큼 정 회장의 결단도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 회장의 포기 수순으로 마음이 기울었다면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포기 발표에 대한 여론 향방을 살핀 후에 금명간 비슷한 루트를 따르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물론 이스타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여러 측면에서 차이점이 있다. 우선 이스타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다. 국내 6개 LCC 가운데 매출이나 규모 면에서 최하위권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이은 국내 제2위권의 국적 항공사다. 규모나 레퓨테이션 측면에서 LCC인 이스타항공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항공업 위기 앞에 '대마불사'가 통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규모가 작은 LCC 항공사든 규모의 경제를 이룬 국적항공사든 코로나19 사태 앞에서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국적 항공사들의 2020년 상반기 국제선 여객은 전년 대비 71.5% 감소했고, 심지어 6월엔 97.6%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항공은 물론이고 미국이나 유럽 등 글로벌 유수의 항공사도 파산 직전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규모가 큰 대형 항공사일수록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경영 악화에 따른 파장도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현대산업개발의 인수 계약 이전에도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지원에 크게 기대고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조단위 자금을 지원받았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최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1조7000억원의 신규 한도대출을 의결했다. 마이너스 통장처럼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자금이다. 채권단은 앞서 지난해 4월에도 아시아나항공에 1조6000억원을 지원했는데 이번 대출로 지원 규모는 총 3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채권단 지원금은 결국 현대산업개발이 인수했을 경우 갚아야 할 부채가 된다.

인수 이후 경영 정상화에 상당한 자금이 투입될 것이라는 점에서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M&A가 비슷한 경로를 밟을 것이라고 견해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이스타항공 대주주 이상직 의원 일가는 이스타항공 보유지분 전량을 회사에 넘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제주항공으로부터 수취할 M&A 자금을 이스타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해 포기하겠다고 했지만 제주항공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M&A 자금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인수 이후 이스타항공에 투입해야 할 자금이 문제였던 셈이다.

이는 정몽규 회장이 현재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정 회장 입장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들어가는 자금보다 인수 이후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얼마나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할지에 쏠릴 수밖에 없다.

산은과의 협상을 거쳐 구주 매각 대금 등에서 일부 할인 혜택을 보더라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투입해야 할 자금 규모가 조 단위로 불어났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언제 종식될 지 예단할 수 없어 불확실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항공업 인수 중도 포기를 선언한 것이 어떤 식으로든 정몽규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대산업개발도 조만간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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