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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정몽규 회장, LCC 떼어내고 인수 가능성 '제로'FSC-LCC 상호보완적, 단독인수 실익 없어…딜 무산시 검토 가능

유수진 기자공개 2020-07-27 15:34:28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4일 13: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 M&A가 거래종결 시한을 넘기며 에어부산·에어서울 분리매각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머뭇거리고 있으니 자회사 일부를 떼어내 비용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차원이다. 분리매각은 이번 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차례 이슈가 됐었으나 채권단이 '통매각' 원칙을 고수하며 현실화되진 않았다.

이를 두고 정몽규 HDC그룹 회장(사진)이 저비용항공사(LCC)들을 빼고 아시아나항공만 인수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론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실익이 없다는 이유다. 이들 항공3사는 그간 노선운영이나 이용자층 확보 측면에서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해왔다. 분리시 기존보다 효율성과 경쟁력이 후퇴할 수밖에 없다.

◇정몽규 회장, 아시아나만 단독인수 고려 안해
정몽규 HDC그룹 회장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장고를 이어가고 있는 정 회장의 선택지에는 항공 자회사를 제외한 아시아나항공 단독 인수는 아예 없다. 최근 채권단을 중심으로 분리매각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있지만 이는 딜이 완전히 깨졌을 때 검토 가능한 하나의 시나리오다. 현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과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주요 관계자들은 현재 정 회장이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항공수요 회복에 최소 2~3년이 소요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항공업에 진출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갈림길에 서있다고 본다. 최종결정이 늦어지는 이유가 미래 불확실성 때문이지 단순히 매물가격 때문은 아니라는 의미다.

특히 현대산업개발이 항공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음 먹는다면 자회사를 함께 품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개의 대형항공사(FSC)와 2개의 LCC를 보유한 국내 대표 항공그룹으로서 시너지 극대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향후 국내 항공업계에 신규 사업자가 추가로 진입하기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많다.

현재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에어서울은 각각 영업을 하고 있지만 일부 국내·국제선 코드쉐어(공동운항), 항공기 정비, 리스 등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규모가 작아 여력이 없는 LCC들이 모기업 아시아나항공에 정비와 리스 등을 의존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 내용들이 분리매각 자체를 가로막을 만한 장애물은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미 에어부산은 지난해부터 독자적으로 정비능력을 키우고 직접 항공기를 리스하기 시작했다. 설령 분리매각이 되더라도 기존처럼 아시아나항공과 계약을 맺거나 다른 파트너를 찾으면 항공기 운항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실익 없는 분리인수…"FSC-LCC 페어 개념"

다만 인수자 입장에서는 굳이 분리인수를 고집할 실익이 없다. 이왕 아시아나항공을 품기로 했다면 LCC를 함께 데려와 외부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하는 게 훨씬 이익이라는 평가다. 아예 아시아나항공을 포기하면 모를까 LCC를 빼고 아시아나항공만 인수하는 건 가격이 일부 낮아지는 것 외에 장점이 없다.

항공사 고위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은 하나의 페어(Pair) 개념으로 볼 수 있다"며 "추후 대한항공은 물론 해외 항공사들과 경쟁을 해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듬직한 LCC를 하나 두는 게 유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선경쟁력이나 폭넓은 수요층 확보를 위해 FSC와 LCC의 공조가 필수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그동안 금호아시아나그룹 항공 3사는 노선권역이나 수요층에 따라 역할분담을 해왔다. 아시아나항공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장거리 위주로 노선을 재편하며 일본 등 단거리 노선을 에어서울에 다수 넘겼다. 에어부산은 김해국제공항을 모항으로 두고 있긴 하지만 작년 인천에 진출해 노선을 늘려가고 있다.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작년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제주항공과의 노선조정 및 역할분배를 통해 운영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미 대한항공과 진에어도 활발히 협력을 하고 있다. 만약 분리매각이 된다면 아시아나항공은 단거리 노선을 추가로 구축해야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중장거리에만 집중하기엔 환승수요를 도외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동남아 등 겹치는 노선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은 비즈니스 수요를 맡고 LCC들은 젊은층을 주로 유치했다. 최근 항공여객은 고급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와 가격경쟁력에 방점을 찍는 수요로 점점 이분화 되고 있다.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선 FSC와 LCC 모두를 갖출 필요가 있다.

◇딜 무산시 채권단 관리, 추후 분리매각 가능성

현대산업개발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이 같은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때문에 채권단은 작년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과 6개 자회사를 모두 시장에 내놓자 하나로 묶어 '통매각'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래야 기업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예비입찰과 본입찰 등 과정에서 분리매각 얘기가 끊이지 않았지만 이동걸 회장은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특히 LCC를 떼어내더라도 거래가격에는 큰 영향이 없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 에어부산의 시가총액(23일 종가 기준)이 1900억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아시아나항공 보유지분(44.17%)의 가치는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포함하더라도 100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비상장사인 에어서울은 많이 쳐줘야 수백억원대다. 아시아나항공 딜이 2조5000억원짜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에어부산이나 에어서울을 따로 시장에 내놓더라도 원매자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1000억원 내외의 가격을 깎기 위해 굳이 분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분리매각이 고려될 유일한 상황은 이번 딜 자체가 무산돼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관리 하로 들어가게 될 경우다. 인수자 입장에서 통째로 사는게 유리하다는 데는 변함이 없지만 재매각시 주인을 찾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때는 시너지를 포기하더라도 고육지책으로서 분리매각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은 최근 '플랜B'로서 분리매각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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