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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리스크' 외국계 생보사 매각 러시 설계사 고용구조 변화, 개인정보 활용 허들 높아져

이은솔 기자/ 진현우 기자공개 2020-07-27 07:53:08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4일 15:1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이나생명보험 매각설이 재부상하면서 최근 매각됐거나 잠재매물로 거론되는 외국계 생명보험사들 이탈 배경에 다시금 관심이 쏠린다. 이들이 한국 사장에서 '엑시트' 하는 추세를 보이는 건 변화하는 한국에서의 영업 환경을 '코리아 리스크'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외국계 생명보험사의 매각설은 사실 처음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저금리 기조로 운용자산 수익률 유지가 어려울 뿐 아니라 보험 가입자도 이미 포화 상태라 업사이드 요인이 많이 줄어든 탓이다. 여기에 더해 자본규제도 강화되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생보업계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진출한 외자계 보험사들이 철수를 고려한 근본적인 이유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를 거쳐 신한금융지주 품에 안긴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나 최근 KB금융지주로 편입된 푸르덴셜생명보험이 대표적이다. 이들 보험사는 외국계인 동시에 강점이 분명하고 순익과 자본비율이 우량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 외에도 꾸준히 매각설이 제기되고 있는 곳들은 메트라이프, 라이나생명, ABL생명, 동양생명, AIA생명 등이다.

자본규제나 영업 환경의 악화는 외국계 뿐 아니라 국내 빅3 생보사나 금융지주들 역시 동시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다만 외국계 생보사들이 보는 한국에서의 생보업 리스크는 국내사들의 관점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설계사 조직의 고용 구조가 달라지고 고객 데이터베이스(DB)의 거래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외국계, 특히 미국계 금융그룹들에게는 새로운 '코리아 리스크'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설계사 인건비와 고용구조에 대한 책임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슈로 꼽힌다. 보험설계사는 대표적인 특수고용직이다. 보험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게 아니라 사업주와 개인 간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도 불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 등의 권고에 따라 특수고용직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을 추진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권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저임금에 속하는 보험설계사나 텔레마케팅(TM) 조직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계 생보사들은 강화되는 근로자 보호 체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 비용부담이나 근로자에 대한 법적 책임,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잠재 리스크 이슈들이 유연한 노동구조에 익숙한 미국계 금융그룹에게는 부담으로 작동할 수 있다.

'데이터 3법' 등 개인정보에 대한 거래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 또한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영업하는 보험설계사 조직에는 불리하다는 관측도 있다. 잠재 고객의 나이, 소득부터 질병유무, 보험가입 정보 등의 DB는 보험 영업의 핵심이다. 실제로 보험사나 독립 보험대리점(GA)에서는 설계사 조직을 충원할 때 우리가 얼마나 많은 DB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강조하기도 한다.

과거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았을 때는 국내 보험가입자들에 대한 DB가 값싸게 매매됐다. 이벤트 등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의 문제 의식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정보의 통제권을 개인에게 돌려주는 법안이 시행되고 개인정보에 대한 의식도 높아지면서 전처럼 DB를 싸게 사지 못하면 이전의 영업효율을 기대하기 어려워 졌다.

여기에 한국 인구가 노령화되며 위험률차손익(사차익)을 통한 수익성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매각설이 제기된 라이나생명은 실버보험에 강점을 갖고 있다. AIA생명 역시 기존에 병력이 있어 보험 가입이 어려웠던 이들을 대상으로 유병자 보험 등을 판매했다.

이들의 위험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 재보험을 통해 리스크를 헤지하거나 보험료를 높게 책정하는 등의 방안은 마련해뒀다. 하지만 평균 연령 자체가 노화되고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위험보험금 지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본규제처럼 눈에 보이게 변화는 아니지만 앞으로 개인정보의식이나 근로기준법이 강화되는 방식으로 나아갈 거라는 건 모두가 예상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미국계 보험사들이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의 비즈니스를 재검토하는 데는 이런 장기적인 영업환경 변화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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