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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플랫폼 기업 현대글로벌서비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0-07-24 15:31:25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4일 15:3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생산 기업들과 소비자들을 연결시키는 디지털 플랫폼이다.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 도구를 핵심으로 하는 넷플릭스의 플랫폼은 미디어산업 생태계 전체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생산자와 소비자 공히 새로 창출된 효익을 공유한다. 국내에서 이 플랫폼 사업 모델을 해양산업에 도입한 회사가 현대글로벌서비스(HGS)다. 부산 해운대에 본사가 있다.

HGS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가 100% 주주다. 계열회사들의 선박용 부품과 기자재, 그리고 수리협력사들과 사업협력관계를 구축하고 고객사들에게 부품과 엔지니어링 패키지 토탈 솔루션을 제공한다. 수입원은 물론 서비스료다. 넷플릭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과정에서 락-인(lock-in)효과가 발생한다. 고객사는 개별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구독’할 수 있게 되면서 높은 로열티가 형성된다.

현대중공업 자체가 HGS가 수행하는 역할을 직접할 수도 있다. 그런데 2016년에 한 단계 높은 구상이 탄생해 그해 11월에 HGS가 출범했다. 현대중공업그룹 내 복수의 조선사들이 수행하는 서비스 기능을 통합하면 당연히 시너지가 발생한다. 또, 조선사들은 통상 제품 인도 후 1~3년의 무상보증 기간을 거쳐 유상 A/S로 전환하는데 현대중공업그룹에서 건조된 선박에 대해서는 독립된 전문회사가 단독으로 유무상 A/S를 제공한다면 고객 관계가 더 공고해 질 수 있는 것이다.

조선산업은 고전적인 중후장대산업이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스마트조선이 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종 제품인 선박 자체의 대규모성 때문에 디지털화의 비중에는 한계가 있다. HGS는 선박제조가 아닌 해양산업 생태계 전체에 착안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사업의 핵심가치를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중심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도 가진다.

HGS 모델의 매력은 조선과 연관산업의 상황이 어떻게 변화하더라도 고유 역량만 유지되면 얼마든지 성장, 지속가능하다는 점이다. 조선산업 글로벌 경쟁의 심화와 코로나19가 발생시키는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2017년 매출이 2403억 원이었는데 2019년에 8090억 원 매출을 기록한 것이 시장과 HGS 모델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HGS는 계열사들이 개별적으로 중복수행하던 업무를 통합했기 때문에 초기에는 그룹 시너지가 크다. 여기서 그룹 시너지란 내부거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이 건조한 선박의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발생하는 효과를 말한다. 그러나 2026년에는 선박 유지보수시장의 규모가 거의 46조 원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인만큼 경쟁력을 높여가면서 사업의 포트폴리오와 고객기반을 다변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HGS는 로테르담, 아테네, 싱가포르, 휴스턴, 콜롬비아 등지에 모두 9개의 해외사업 거점을 이미 잘 구축해 놓고 있다.

현재 HGS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친환경 선박 개조 부문에서 앞서가고 있다. 사업 비중도 39%에 이른다. 향후 해양산업에서 항공이나 자동차에서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될 때를 대비하고 그를 선도할 준비가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선박 운항과 유지보수를 더 효율적으로 하는 선박플랫폼(ISS)의 개발과 구축이다. ISS는 선박의 운항을 보다 더 경제적이고 안전하고 친환경적이게 하는 솔루션이다.

HGS는 기업지배구조 차원에서도 참신한 시도다. HGS는 현대중공업그룹의 3대 주주인 정기선 부사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데 개인 지분 없이 지주회사의 100% 자회사로 설정되어 있다. 일부 대기업에서 문제인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원천적으로 자유로운 상태에서 경영역량을 발휘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구조다. HGS는 2022년 매출 2조 원, 영업이익 4천억 원을 목표로 한다. 달성되면 5년 만에 10배 외형성장이 된다. 경영역량의 정량적 입증은 물론이고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아날로그 시대 국가발전전략에 부응하면서 창업한 유서 깊은 현대중공업이라는 기업이 이른바 ‘3세 경영시대’ 디지털 스마트기업으로 변신할 기초를 마련한 정성적 실적으로도 높이 평가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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