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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료기술평가를 시장에 맡긴다면

심아란 기자공개 2020-07-31 12:29:46

이 기사는 2020년 07월 30일 07:4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톡이 탄생할 무렵엔 일상에 이 정도로 깊숙하게 스며들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오히려 관심이 없었다. 문자메시지에 익숙했고 멀쩡한 휴대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꿀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주변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카카오톡으로 넘어갈 때 그제서야 호기심이 생겼다. 직접 사용해보니 획기적인 플랫폼임을 실감했다. 카카오톡의 성공 요인은 누구나 사용하게 문을 열어둔 것에 있다.

올해 국내 진단키트의 전례없는 성공도 카카오톡과 비슷하다. 정부는 코로나19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긴급사용승인'을 통해 시장에 진단키트 공급을 허용했다. 좋은 제품들이 빠르게 시장에 진입했고 잘 팔린 덕분에 'Made In KOREA' 자체가 해외에서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 이슈에서 벗어나서 바라보면 국내 진단 업체들의 사업 여건은 녹록지 않다.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다. 의료 산업은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촘촘한 규제의 필요성엔 동의한다. 하지만 판매 허가를 이중으로 규제하는 현행 제도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든다.

진단기기 업체는 제품 개발과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 허가를 받는다. 제품을 판매해도 좋다는 인증이지만 즉시 제품을 팔 수는 없다. 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라는 벽을 넘어서야 한다.

진단 업체 중에는 신의료기술인증을 받지 못해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최근 코스닥에 입성한 젠큐릭스가 대표적이다. 2016년 11월 유방암 예후진단 제품인 '진스웰 비씨티'에 대해 품목 허가를 받았지만 그 다음 관문을 통과하지 못해 아직 본격적으로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신의료기술인증은 투자자의 시야를 흐리게 만들기도 한다. 제품이 시장에서 판매되면 바로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판매되지 않는 제품에 대해서는 미래의 성과를 앞세울 수밖에 없다. 미래의 성과는 예측할 수 없는 만큼 기업가치가 부풀려지는 부작용도 있다.

해외에도 신의료기술평가와 같은 제도가 있으나 판매 허가를 이중으로 규제하기보단 건강보험 등재 여부를 판단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코로나19를 통해 국내 진단업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 그동안 개발한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기 더없이 좋은 타이밍이다. 정부는 평가 기간을 줄이고 빠른 시장 진입을 돕는 혁신의료기술평가, 선진입 후 평가 등의 대안을 제시해왔다.

획기적인 제품은 시장에서 팔아봐야 획기적인지 알 수 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로 경험했듯 체외용 진단 제품은 사람의 건강에 치명타를 입히진 않는다. 의사가 직접 사용해보고 제품의 가치를 판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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