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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 구조조정 '만시지탄' [thebell desk]

박상희 차장공개 2020-07-31 10:16:44

이 기사는 2020년 07월 30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7년 상반기 LCC(저비용항공사)에 포커스를 맞춰 '기로에 선 LCC' 기획 기사를 시리즈로 작성한 기억이 있다. 당시 정부가 재무구조가 부실한 항공사에 대해 면허 취소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업계를 압박했던 것이 계기였다. 이참에 LCC의 외형 성장에 가려진 부실한 재무 상태를 종합적으로 점검해보자는 취지였다.

LCC 업계 반응은 시큰둥했다. 해외여행객 급증과 저유가 등에 힘입어 LCC가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는데 왜 찬물을 끼얹느냐는 불만이었다. 매출이 고속 성장하고 있는데 설마 자본잠식 상태라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면허를 취소하겠느냐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당시는 국내 LCC의 효시이자 업계 1위였던 제주항공은 물론 후발주자이면서 업계 최약체로 꼽혔던 이스타항공까지 실적 발표 때마다 사상 최고 매출을 경신하던 때였다. 이후에도 LCC는 외형 성장을 지속했다. 사드 보복 조치로 이뤄진 한한령(限韓令)으로 중국 관광객 유입 호재가 사라지고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보이콧 재팬(일본 불매운동)' 확산으로 일본여행 수요가 감소하는 등 악재가 잇따랐지만 매출만큼은 성장을 지속했다.

매출 호황 랠리가 이어지면서 LCC 업계의 예상대로 정부의 면허 취소 이야기도 쑥 들어가버렸다. LCC 업계엔 장밋빛 전망이 가득한 듯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해 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LCC 성장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 속에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키워보겠단 전략이었다.

LCC 업계 '희망찬가'는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이 발발하면서 뚝 끊겼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M&A 계약을 발표한 지 7개월 만에 인수 포기를 공식화했다. 파산 위기에 놓인 이스타항공은 조만간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으로 전해진다.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기업회생보다는 청산 절차를 밟은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유동성 위기에 몰려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섰던 티웨이항공도 최근 거래가 무산됐다고 밝혔다. 최대주주의 청약 참여율이 저조해 신주 발행을 중단했다. 사실상 최대주주가 티웨이항공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타항공에 이어 티웨이항공까지 LCC 업계 연쇄 부도가 현실화될 수 우려가 커지고 있다. LCC 업계가 파산 위기에 내몰리면서 강제적으로 구조조정 될 위기다.

항공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산업군이다. 정부의 지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에 쏠려 있다. LCC는 정부 지원에서 철저히 배제돼 있다.

시계를 2017년으로 다시 돌려본다. 면허취소 카드까지 휘둘렀던 국토부가 좀 더 강경하게 나갔으면 어땠을까.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라는 압박에 시장에서 M&A 거래를 통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았을까. 기초체력이 부실한 6개 LCC 기업이 '제 살 깎아먹기' 경쟁에 나서는 대신 건실한 3~4개로 LCC 업계가 재편되지 않았을까.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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