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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버 밀턴 니콜라 CEO께 [thebell note]

김경태 기자공개 2020-08-04 14:03:58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3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로 전세계가 난리입니다. 무탈하신지요. 얘기를 꺼내기 전에 이 글이 비난의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두고 싶습니다.

두 달 전 국내에서는 니콜라에 대한 관심이 쏠린 적이 있습니다. 주가는 상장(정확히 말하면 우회상장이지요) 첫날인 6월4일 33.75달러로 마감했고 같은달 9일에 79달러로 폭등했습니다. 국내 재벌인 한화그룹이 1억달러를 투자해 평가이익을 얻었다는 것이 알려져 더 주목받았습니다.

그 후 불과 두 달 만에 주가는 반토막이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상장 전에 주당 11달러에 주식을 살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발행한 적이 있다는 점을 얘기하죠. 신주인수권 행사로 싼 가격의 매물이 풀리면서 주가가 떨어진 것이란 설명입니다.

하지만 거품이 빠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죠. 실제 블룸버그에서는 '니콜라 설립자는 데뷔 트럭 기능을 과장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다른 언론뿐 아니라 일반에서도 사업 현황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분석이 잇달아 나옵니다.

일련의 흐름을 보며 '테라노스(Theranos)'를 떠올렸습니다. 이 기업은 엘리자베스 홈즈가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피 한 방울을 검사해 모든 질병을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사업을 추구했던 곳입니다. 한때 기업가치가 10조원에 달했습니다. 홈즈는 제2의 스티브 잡스라 불렸습니다. 하지만 테라노스의 사업은 사기였습니다. 결국 홈즈는 몰락했죠. 그를 칭송하던 유명 인사들은 모두 입을 닫았지요. 테라노스는 2018년에 폐업했습니다.

감히 3류 경제사범의 얘기를 꺼내 불쾌했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게 니콜라에 대한 불신이 생기는 본질입니다. 비전은 뛰어나지만 '실체적 힘'에 관해 의문이 있다는 겁니다.

혹시라도 제가 한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오해하지 마십시오. 물론 저는 현대차그룹이 수소전기차뿐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를 바랍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의 성공, 궁극적으로 국가 경제의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니콜라가 망하거나, 테라노스처럼 불행한 운명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밝힙니다. 오히려 성공하길 바랍니다.

수소전기차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혼자만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다른 나라보다도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에서 대규모 기업이 탄생해야 합니다. 그래야 시장 파이가 급격히 커지고 친환경차 시대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과 니콜라에 쏟아지는 공격과 불편한 시선, 그 외에 힘든 모든 것들을 '실력'으로 이겨내십시오. 기업가들은 경영이 전쟁과 같다는 말을 종종 합니다. 현재와 같은 전세계적 경기 침체 속에서는 더욱 그러하겠지요. 당신의 무운(武運)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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