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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내는 사모펀드 '옥석' [thebell note]

김수정 기자공개 2020-08-07 13:10:59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5일 08:0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설정된 '스카이워크 알파-X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는 단일 펀드로 2000억원 가까이 쓸어 담았다. 요즘 사모펀드 시장에선 엄청난 흥행이다. 설정 전 단계에서 수탁사를 구하지 못해 펀드 설정 자체가 무산되는 일이 다반사다. 설정 관문을 넘어도 판매사 섭외가 쉽지 않다. 판매를 확보해도 자금 모으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전문사모 운용사들은 '죽겠다'고 푸념한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냉랭하게 얼어붙은 사모펀드 시장은 플레이어 간 진검승부의 장으로서 역할하고 있다. 이름값과 업력을 과시하며 자금을 끌어 모으던 시대는 끝났다. 이름조차 생소한 소규모 운용사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쌓아온 특기로 무장한 채 실력으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스카이워크자산운용이 한 예다. 2018년 설립된 신생급 운용사로 메자닌과 상장 직전 비상장사 투자에 특화돼 있다. 스카이워크 알파-X 펀드 이전까진 총 운용규모가 1000억원도 안 됐다. 하지만 딜 소싱에 있어 벤처캐피탈과 투자은행(IB) 사이에서 차근히 명성을 쌓아온 결과 다수 기관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했다.

비슷하게 요즘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하우스들이 있다. 메자닌 한 우물만 파는 에이원자산운용은 최근 판매사 사이에서 회자되는 일이 잦아졌다. 이미 알만한 사람은 아는 메자닌 전문 하우스지만 라임 사태로 메자닌 펀드에 대한 인식이 흉흉해진 이후 새삼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이스트소프트의 자회사인 엑스포넨셜자산운용은 꾸준히 강점을 길러온 퀀트 전략으로 주목 받고 있다. 자체 개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앞세워 일각에선 퀀트 운용의 일인자라는 수식어까지 듣기 시작했다.

한 달이 멀다 하고 운용 사기, 환매 연기 같은 부정적인 뉴스가 터지는 시국이다. 잇단 사고로 전문사모 운용사와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와 감시가 강화되고 있다. 투자자 반응은 싸늘하다. 내년이면 절반이 문을 닫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그만큼 영업 환경이 척박해졌다.

하지만 '난세에 영웅 나고 불황에 거상 난다'고 했다. 평화로울 땐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위기 상황이 오면 진가를 드러내 게 영웅이다. 사모펀드 시장이 암흑기를 보내고 있는 덕분에 그간 크게 조명 받지 못했던 숨은 고수들이 어둠을 배경 삼아 빛을 발하고 있다.

사모펀드 시장의 옥석 가리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흉흉한 와중에 간간이 '어디가 잘 한다더라' 하는 소식이 가뭄의 단비처럼 들려온다. 혹한기에도 굴하지 않고 소임을 다하는 운용사들이 진정한 시장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원칙에 충실하고 자기 색깔을 지키면서도 깐깐해진 투자자 요구에 부응하는 운용사들이 살아남아 재편된 사모펀드 시장의 주인이 될 것이다. 이러한 '옥'(玉)들이 가득해지면 사모펀드 생태계는 정상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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